전원생활을 꿈꾸다

[직영건축 - 지붕] 슁글 마감

주홍완 2025. 6. 8. 14:57

5월 30일(금)

 

지난해 초겨울에 방수공사를 끝내고도 여태 마무리를 짓지 못했던 지붕에 슁글과 후레싱 작업을 했다.

 

후레싱 작업이란 지붕 처마끝에 빗물받이를 달고 마당까지 내려가는 홈통을 연결하는 일로, 슁글을 붙이기 전에 이루어져야  한다.

 

슁글은 오웬스코닝사의 돌회색 2중슁글을 선택했다.

슁글을 붙이는 모습.

 

김포에서 온 기술자 3명이 3일간 일을 했다.

 

나는 애초 슁글 색깔로 돌회색을 염두에 두고 있었는데, 답사차 온 시공사 사장이 붉은색 계통을 써야 집이 밝아 보인다고 했서 마음을 바꿨었다. 그런데 우리집 건축주님께서 나중에 그걸 아시고는 "벽돌과 비슷한 색으로 지붕을 올리면 어떡하느냐"며 대노해 부랴부랴 돌회색으로 바꾼 것이다.

 

공사를 시작하는 날, 사장과 함께 왔던 기술자가 "이 집엔 원래 돌회색이 맞는 색"이라고 얘기하기에, 내가 "전에 와서는 왜 그 얘기를 안 하고 가만히 있었느냐?"고 했더니 사장이 얘기하는데 자기가 아니라는 말을 어떡게 하냐고 했다.

 

고객의 입장에서 최상의 선택을 할 수 있도록 도움을 줘야 하는데 이런 일이 드물지 않게 일어나는 곳이 현장이다. 자신의 생각이 옳다는 걸 주장하기 위해 주변에 있는 을 (乙) 들의 의견을 끌어오는 일도 자주 일어난다.

 

그러니 건축주 입장에서 선택을 해야 할 일이 있을 때, 현장 기술자들의 조언이 필요하다면 이들의 역학관계가 어떤지를 반드시 감안해 받아들여야 한다.

 

이처럼 일을 주는 사람의 눈치를 보며 사소한 언행 하나도 거슬리지 않으려고 애쓰는 을들의 안쓰러운 모습이 곳곳에서 보인다. 어느 사회, 어느 조직에서나 드물지 않게 볼 수 있는 현상이지만 퇴직 후 건축현장에서까지 맞닥뜨리니 씁쓸해 지는 건 어쩔 수가 없다.

 

처음 공사를 준비할 때는 금속기와를 얹고 싶었으나, 건축비가 끝도 없이 나가는 바람에 저렴한 아스팔트슁글로 바꾸게 된 점은 여전히 아쉽다.

 

아직 처마덴조(천장) 공사가 남아 있다.

 

슁글, 후레싱 자재 및 시공비 : 7,370,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