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충북 보은의 농촌에서 태어나 자랐다. 서울유학생활은 중학교 2학년 10월 초부터 시작했다. 그런데 농촌서 태어나 자란 나에게 서울 생활은 초기부터 그리 만족스럽지 않았다. 어린 나이라 부모님 품이 몹시도 그리웠기 때문인 점도 있었지만, 맑은 샘물을 떠마시며 살던 내게 텁텁한 보리차는 적응이 어려웠다. 마시면 갈증이 해소되기는커녕 뭔가 속이 답답해지기까지 했다. 사람과 차가 복잡한 것도, 24시간 웅웅 거리는 도시소음도 싫었다. 고향집 사랑채 마루에 앉아 있노라면 솔잎과 나뭇가지를 흔들며 지나가던 바람소리에 대한 그리움은 시간이 갈수록 커져갔다. 외양간을 지키고 앉아 그윽한 눈으로 나를 바라보며 되새김질하던 소도 보고 싶었다. 사랑 마루에 앉으면 보이던 나무를 옮겨 다니며 짝을 맞추고 지저귀던 꾀꼬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