텃밭농사 18

잡초 속에서 블루베리 첫 수확

6월 25일(일) 저녁에 어머니 제사가 있어 양평엘 일찍 다녀오려고 새벽 5시 반에 집을 나섰다. 3주 만에 찾은 서후리의 텃밭엔 잡초가 숲을 이루고 있었다. 그 틈에 끼어 있는 고추와 대파들은 영 부실했다. 키도 별로 크지 않았고 잎도 그리 크지 않았다. 몇 개 달리지도 않은 고추들은 대체로 작았다. 겨자채는 대를 하늘로 쭉 뽑아 올리고 꽃까지 피웠으니 그 역할을 다 한 듯 했다. 쪽파와 아스파라거스는 잡초에 묻혀 흔적을 찾는 것조차 쉽지 않았다. 비닐멀칭을 해줬더라면 농작물들이 잡초에 치일 일도 없었을 거고 이랑의 흙이 딱딱하게 굳지도 않았을 텐데... 뒤늦은 아쉬움이 또 밀려 왔다. 비닐하우스나 비닐멀칭 농법이 나오기 전엔 이랑의 흙을 호미로 뒤집으며 잡초도 뽑아내는 북돋기 작업을 뙤약볕 아래서도 ..

텃밭농사 - 우중에 고추, 호박, 수박모를 심었다

5월 5일(금) 새벽녘, 창밖 난간에 맺혔다 떨어지는 빗방울 소리가 침대맡으로 아주 약하게 들려온다. 비가 내리긴 하지만 많이 오는 건 아닌 듯 했다. 주변을 더듬어 핸드폰과 안경을 찾았다. 화면빛에 부신 눈을 찡그린 채 날씨정보를 검색했다. 서울 강수확률이 80%대로 나온다. 서종면의 강수확률은 40%대다. 어제 저녁에는 서울과 양평의 오늘 강수확률이 모두 100%였다. 거실로 나와 커튼을 걷고 밖을 보니 빗줄기는 보슬비 정도로 많이 가늘었다. 강수확률이 80%대인데 보슬비 정도 내린다면 그 절반인 서종면은 비가 안 내릴 수도 있겠다 싶었다. 거기에 이번 주말 연휴에 고추와 호박모를 심어야 하는데 이 정도 비라면 오히려 오늘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난번에 심어 놓은 상추도 첫 수확을 할 수 있지 ..

부족한 흙을 어떻게 구할까?

4월 14일(금) 퇴직하고 나니 아내가 올라오지 않는 주엔 양평을 가는 날을 굳이 주말로 정할 필요가 없게 됐다. 게다가 다음 주 월요일 부산에 내려가 2주가량 머물 계획이라 이번엔 도로가 덜 붐비는 평일을 택해 양평을 다녀오기로 했다. 그래서 수능리 친구와 오늘로 날짜를 맞췄다. 지난번에 석축을 새로 쌓으면서 돌 사이사이에 영산홍과 자산홍, 백철쭉을 섞어 심었다. 같은 시기에 꽃이 피니 세 가지 색깔이 어우러지면 아름답다. 하지만 사계절로 넓혀보면 꽃이 없는 시기엔 풍경이 지나치게 단조롭고, 특히 겨울철엔 앙상한 가지만 남는 것이 보기에 별로 안 좋다. 그래서 군데군데 회양목과 주목을 추가로 심기로 했다. 우선 팔당터널을 지나면 오른쪽 길가서 만나게 되는 솔바위농원에 들러 회양목을 두 다발 사고 양수리..

올해 텃밭농사 작황은...

8월 26일(금) 어제 저녁에 올라온 아내와 함께 오전 반휴를 내고 양평에 다녀왔다. 오늘은 아내가 오후에 4차 백신 예약이 돼 있고, 토요일 오전엔 꼭 가봐야 할 결혼식까지 예정돼 있기 때문이었다. 오늘도 지난번과 마찬가지로 6시에 집을 나섰다. 역시 이른 시각이라 길이 막히지 않아 50여 분 만에 서후리에 도착할 수 있었다. 어린 시절 외가의 원두막이 그립다며 수박을 심어달라고 부탁했던 지인에게 한 개 남은 수박과 참외 몇 개를 따가도록 한 바 있다. 그런데 따가기로 했던 전 주 금요일에 마침 폭우가 쏟아져 그 분이 서후리엘 들르지 못했다. 그래서 남아 있는 수박, 참외가 우리 차지가 됐다. 수박과 참외 모두 넝쿨이 말라 있어 더 이상 밭에 두면 썩을 것 같아 모두 땄다. 긴 비 끝인데도 수박은 제법..

서울서 양평 가는데 이틀이 걸렸다

8월 14일(일) 어제 팔당대교를 앞두고 겪었던 좌절을 반복하지 않기 위해 아침 6시에 집을 나섰다. 이른 시각이라 차가 많지 않아 팔당대교를 건너는데도 별 막힘이 없어 50분 만에 서후리에 도착할 수 있었다. 며칠 동안 워낙 많이 내린 비라 축대쪽으로 물길이 나며 흙이 쓸려 내려가진 않았을지 걱정했는데 다행히 잔디둑이 잘 버텨 줬다. 초기에 시들시들했던 고추밭은 잎이 무성해졌고 고추도 제법 많이 달렸다. 긴 비를 지나왔는데도 고추에 탄저병 기미는 다행히 보이지 않았다. 수능리 친구에 따르면 그 동네 고추밭엔 탄저병이 많이 번졌다고 했다. 수박은 네 통이 달렸었는데 한 통 빼고는 모두 썩었다. 모종 세 포기를 심으며 포기당 두 개씩만 수확하면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딱 한 개다. 비가 여러 날 온데다 수확시..

게으른 도시농부의 텃밭이란...

7월 9일(토), 아내와 함께 2주 만에 양평을 찾았다. 오늘은 오후에 일이 있어 점심 전까지 집에 돌아올 수 있도록 아침 6시에 문을 나섰다. 이른 시각인데도 올림픽대로는 붐볐고 양양행 고속도로 입구와 팔당대교에도 차가 제법 많았다. 고유가 시대에도 이른 아침부터 도로가 붐비는 모습을 보며 퇴직하면 이렇게 붐비는 주말을 피해 편하게 다닐 수 있을 거라는 기대를 그려 봤다. 이제 7개월 반 뒤면 34년 2개월을 이어온 회사생활이 막을 내린다. 비온 뒤라 그런지 터엔 우뚝 자란 망초들이 게으른 주인을 한껏 비웃는 듯 했다. 텃밭엔 상추들이 제 할 일을 다 끝냈다며 잎을 거둔 채 씨앗 맺을 채비를 하고 있었다. 멀칭을 하지 않고 심은 수박·참외·오이·호박밭은 바랭이와 같은 잡초들 세상이 돼버렸다. 농작물은 ..

검은등뻐꾸기는 뭘 그리도 보여주고 싶은 걸까?

5월 21일(토) 텃밭에서 일하는 데 건너편 산 어디선가 들려오는 민망한 새 소리가 줄기차게 귀를 간지럽힌다. 검은등뻐꾸기 울음소리다. 이 새의 울음소리는 십수년 전 광릉CC에서 처음 들은 기억이 있다. 울음소리가 희한하다고 했더니 옆에 있던 캐디가 ‘홀딱벗고’ 새라고 알려 줬다. 캐디의 얘기 때문인지 다시 들어보니 정말 ‘홀딱벗고’로 들렸다. 스님들에겐 ‘머리깍고’로 들린다고도 했다. 짝짓기를 갈망하는 애절한 어느 수컷의 노래인지도 모를 그 울음소리는 오전 내내 이어졌다. 볕이 따갑게 느껴질 때쯤 산들바람이 산자락을 타고 내려와 내 밀짚모자 속에 맺힌 땀을 식혀 줬다. 수능리 친구가 타이밴드를 가져와 쳐진 울타리망을 다잡아주고 돌아갔다. 늘 고마운 친구다. 텃밭일을 어느 정도 마친 뒤 점심식사를 위해 ..

텃밭의 얘들아, 무럭무럭 자라거라

5월 14일(토) 며칠 전 점심식사를 함께 한 지인으로부터 오롯이 자신의 것으로 삼을 수박 한 포기만 심어 달라는 부탁을 받았다. 그분은 어린 시절 친구집 원두막에 놀러 가곤 했던 일이 아직도 좋은 추억으로 떠오른다고 했다. 어려운 부탁도 아니기에 양수리 종묘상에 들러 수박, 참외, 고추 모종들을 조금씩 더 샀다. 이것들을 다 심어도 만들어 놓은 이랑이 많이 남을 것 같아 고구마 모종도 네 개 샀다. 고구마는 보통 싹으로 심는데, 80~100개 묶음으로만 판다고 해서 모종으로 산 것이다. 서후리에 도착해 가장 먼저 텃밭을 둘러 봤다. 지난 주에 심은 수박 두 포기는 시들시들하고 참외 두 포기는 아예 흔적조차 없어졌다. 멀칭을 하지 않고 두둑만 만들어 심었더니 땅이 너무 메말라 그런 게 아닌지 모르겠다. ..

갑자기 부자가 됐다!!!

오늘은 양수리 종묘상에 들러 겨자채, 상추, 들깨 모를 조금씩 구입해 서후리로 갔다. 지난주엔 복사꽃들이 한쪽에서 연지 바른 새색시 마냥 수줍게 피어 있었는데, 오늘은 축대 주위에 빙 둘러 심어 놓은 영산홍, 자산홍, 백철쭉들이 활짝 꽃을 피워 멀리서부터 반겼다. 작년보다 꽃이 훨씬 풍성해졌다. 꽃이 진 뒤 7월 초쯤에 전지를 예쁘게 해주면 내년엔 꽃대궐이 될지도 모르겠다. 이곳은 서울보다 3도 정도 기온이 낮아 꽃소식은 7~10일 정도 늦다. 집터 입구에 가축분 퇴비가 한더미 쌓여 있었다. 양수농협에서 퇴비를 구입해 승용차로 싣고 오기엔 불편한 점이 많아, 근처의 농협 조합원에게서 남는 퇴비를 구할 데가 없겠는지 윤 소장에게 부탁해 이번에 받은 것이다. 승용차 트렁크엔 기껏해야 퇴비를 서너 포대밖에 실..

가을걷이 후 월동대파를 심었다

10월 16일(토) 주말부터 전국적으로 기온이 급강하할 거라는 예보가 며칠 전부터 이어졌다. 서울의 토요일 최저 기온이 0℃까지 떨어질 거라고 했다. 서울이 그 정도라면 양평, 특히 서후리는 영하까지 떨어질 수 있으니 텃밭 작물들을 그대로 두면 얼 수도 있다. 어제까지 함께 가서 가을걷이에 손을 보태기로 했던 아이들은 막상 아침에 일어나질 못해 아내와 둘이서만 서둘러 출발했다. 지금까지 우리 가족의 식탁을 풍성하게 해주고 이웃에게까지 넉넉한 인심을 쓸 수 있도록 해 준 고추, 들깨, 당근, 호박 등을 잘 거두고 월동대파를 심는 게 오늘 해야 할 일이다. 서후리 터에 들어서니 선명하게 찍힌 고라니 발자국들이 사방 가득하다. 텃밭을 시작한 초봄에만 몇 차례 보였던 건데 가을산에 벌써 먹을 게 부족해져 이렇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