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21일(토)
텃밭에서 일하는 데 건너편 산 어디선가 들려오는 민망한 새 소리가 줄기차게 귀를 간지럽힌다. 검은등뻐꾸기 울음소리다.
이 새의 울음소리는 십수년 전 광릉CC에서 처음 들은 기억이 있다. 울음소리가 희한하다고 했더니 옆에 있던 캐디가 ‘홀딱벗고’ 새라고 알려 줬다. 캐디의 얘기 때문인지 다시 들어보니 정말 ‘홀딱벗고’로 들렸다. 스님들에겐 ‘머리깍고’로 들린다고도 했다.
짝짓기를 갈망하는 애절한 어느 수컷의 노래인지도 모를 그 울음소리는 오전 내내 이어졌다.
볕이 따갑게 느껴질 때쯤 산들바람이 산자락을 타고 내려와 내 밀짚모자 속에 맺힌 땀을 식혀 줬다.
수능리 친구가 타이밴드를 가져와 쳐진 울타리망을 다잡아주고 돌아갔다. 늘 고마운 친구다.
텃밭일을 어느 정도 마친 뒤 점심식사를 위해 단풍나무 그늘 아래 의자를 놓고 앉았다. 비록 김밥 한 줄에 떡 한 개였지만 가끔 부는 시원한 바람과 나뭇잎들의 쏴~~하는 합창이 전원에서의 한 끼를 풍성하게 채워 줬다.
걸음을 옮길 때마다 땅에선 먼지가 풀썩였다. 지난 겨울부터 이어지는 가뭄에, 흙에 마사성분이 많아 물기를 오래 머금지 못하기 때문이다.
작년에 심은 주목들이 모두 말라 죽은 축대 쪽은 특히 그냥 둬서는 안 될 것 같았다. 그래서 두둑을 만들어 심어 놓은 체리·복숭아 나무들 둘레에 괭이로 골을 만들고 물을 두 번, 세 번 채워 줬다. 다른 곳에도 땅속으로 스며든 물이 뿌리 쪽으로 조금은 가기를 기대하면서 넓게 흙을 파내고 호스로 물을 여러 번 채워 줬다.
땅 위에 호스로 물을 뿌리는 건 아무리 많은 양을 오래 줘도 겉만 적실뿐 속으로는 스며드는 게 없다고들 한다. 실제로 10분 이상 센 물줄기로 지표에 물을 뿌린 다음 흙을 파보면 겉만 젖어 있을뿐 아래는 마른 흙이 그대로 있는 걸 볼 수 있다.
비닐로 멀칭을 해주지 않은 호박과 오이 등엔 지난주에 덮어준 잡초가 바싹 마르면서 땅이 드러나 다시 주변 풀을 뽑아 덮어 줬다.
멀칭을 해놓은 상추, 고추, 수박, 참외 등은 잘 자라고 있다.
2주 후에나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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