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14일(토)
며칠 전 점심식사를 함께 한 지인으로부터 오롯이 자신의 것으로 삼을 수박 한 포기만 심어 달라는 부탁을 받았다. 그분은 어린 시절 친구집 원두막에 놀러 가곤 했던 일이 아직도 좋은 추억으로 떠오른다고 했다.
어려운 부탁도 아니기에 양수리 종묘상에 들러 수박, 참외, 고추 모종들을 조금씩 더 샀다. 이것들을 다 심어도 만들어 놓은 이랑이 많이 남을 것 같아 고구마 모종도 네 개 샀다. 고구마는 보통 싹으로 심는데, 80~100개 묶음으로만 판다고 해서 모종으로 산 것이다.
서후리에 도착해 가장 먼저 텃밭을 둘러 봤다. 지난 주에 심은 수박 두 포기는 시들시들하고 참외 두 포기는 아예 흔적조차 없어졌다. 멀칭을 하지 않고 두둑만 만들어 심었더니 땅이 너무 메말라 그런 게 아닌지 모르겠다. 1차로 심은 상추와 겨자채 등 쌈채소들은 제법 포기가 벌었다. 전 주에 심은 고추는 한 포기만 시원찮을뿐 나머지는 잘 살아붙은 듯 했다.
마침 수능리 친구가 건너왔길래 수박을 울타리 밖에 심는 게 어떨지 의견을 구했다. 친구도 그게 낫겠다고 했다. 그래서 친구와 함께 다시 돌밭 일구는 작업을 시작했다. 친구가 삽질을 하고 나는 고무래를 들고 돌을 골라 냈다. 풍작을 기대하며 퇴비를 듬뿍 넣고 두둑을 만들어 멀칭까지 했다. 그런 다음 새로 사 간 수박과 참외 모종 각 두 포기씩을 심었다. 시든 수박모 두 포기도 옮겨 심었다.
다행히 5월초 이상 저온현상이 올해는 일어나지 않아 호박모들은 자리를 잘 잡아가고 있는 듯 보였다. 다만, 멀칭을 해주지 않았더니 주변 땅이 너무 메마른 듯해 주변 주변의 잡초를 뽑아 덮어 줬다.
4월초에 심은 엄나무 묘목은 전 주에 자리를 옮겼는데 잎이 완전히 시들었다. 옮기는 과정에서 굵은 뿌리에 난 상처 때문인지, 잎이 이미 크게 자란 걸 옮겨심어 그런 건지 이유는 잘 모르겠다. 호스를 땅에 꽂아 물을 충분히 주고 멀칭을 해줬다. 다시 깨어나 잎을 활짝 펼치면 좋겠다.
남은 이랑 중에 두 개를 친구에게 내줬다. 친구는 고추를 심겠다며 문호리에 나가서 일반고추 모종을 한 판 사왔다. 고추모가 남아 나도 한 줄 더 심었다.
소나무 전지와 블루베리, 꽃잔디, 과수 등에 물주는 걸로 이번 주말 영농을 마무리했다. 오늘도 친구와 함께 즐겁게 일을 하다보니 시각은 어느덧 세 시가 훌쩍 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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