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양수리 종묘상에 들러 겨자채, 상추, 들깨 모를 조금씩 구입해 서후리로 갔다.
지난주엔 복사꽃들이 한쪽에서 연지 바른 새색시 마냥 수줍게 피어 있었는데, 오늘은 축대 주위에 빙 둘러 심어 놓은 영산홍, 자산홍, 백철쭉들이 활짝 꽃을 피워 멀리서부터 반겼다.
작년보다 꽃이 훨씬 풍성해졌다. 꽃이 진 뒤 7월 초쯤에 전지를 예쁘게 해주면 내년엔 꽃대궐이 될지도 모르겠다. 이곳은 서울보다 3도 정도 기온이 낮아 꽃소식은 7~10일 정도 늦다.
집터 입구에 가축분 퇴비가 한더미 쌓여 있었다. 양수농협에서 퇴비를 구입해 승용차로 싣고 오기엔 불편한 점이 많아, 근처의 농협 조합원에게서 남는 퇴비를 구할 데가 없겠는지 윤 소장에게 부탁해 이번에 받은 것이다.
승용차 트렁크엔 기껏해야 퇴비를 서너 포대밖에 실을 수 없다. 게다가 양수리, 부용리를 거쳐 벗고개에 이르기까지 만나는 많은 과속방지턱은 무거운 물건을 실은 승용차엔 부담이 된다.
퇴비는 한 포대 무게가 20Kg이다. 손수레를 이용해 한 번에 세 포대씩 실어 텃밭 앞으로 옮겼다. 물길을 내느라 울퉁불퉁해진 맨 윗단을 가로질러 중간단의 텃밭까지 내리막길을 지나는 게 수월친 않았다. 손수레가 외발이라 좌우 균형을 잡는 게 특히 어려웠다. 낑낑거리며 다 쌓아놓고 보니 마음이 뿌듯해졌다.
퇴비 스무 포대에 갑자기 큰 부자가 된 느낌이다.
울타리 바깥에 이랑을 새로 만들어 들깨 모 다섯 포기를 심었다. 작년에 수박을 심었던 자리다. 들깨를 울타리 안에 다른 채소들 옆에 심었더니 워낙 무성하게 자라 관리가 여러모로 불편해 바깥으로 빼낸 것이다.
수능리 친구가 밭 일구는 걸 도와 주겠다고 삽과 괭이를 챙겨 건너왔다.
다음 주에 고추, 오이, 수박, 토마토 등 열매채소 모종을 심을 요량으로 친구와 함께 남은 텃밭 자리에 퇴비를 먼저 흩뿌린 다음 삽으로 땅을 파 일궜다.
열심히 땅을 일구다 보니 작년 들깨가 있던 자리에 들깨 모들이 소복하게 나 있다. 호박이 있던 자리에선 호박 모도 올라와 있다. 들깨는 잎만 따고 깨를 털지 않았더니, 호박은 제때 수확하지 않아 썩은 것을 그대로 뒀더니 그 씨앗들이 싹을 틔운 것이다. 작년에 심어 놓은 부추도 다시 싹을 냈다.
멀칭은 하지 않았다. 포대에 든 퇴비는 부숙이 덜 돼 있어 땅에 뿌리고 바로 멀칭을 하면 가스가 비닐 속에 갇히게 되고 결국은 채소 모종에 좋지 않은 영향을 끼칠 수 있기 때문이다.
라핀 체리 한 주를 소나무와 공작단풍 사이의 가장자리로 옮겼다. 텃밭밑 바위 옆에 심은 러시아8호 체리와는 5~6m 떨어진 거리다.
작년에 심었던 가이즈까 향나무 묘목 두 주도 터 가장자리로 옮겼다. 지하수 맨홀 옆의 소나무는 전지를 해줬다.
오늘도 힘껏 도와준 친구에게 달리 보답할 게 없어 퇴비를 필요한 만큼 가져가라고 했는데 두 포대만 가져 갔다.
친구, 오늘도 고마웠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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