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원생활을 꿈꾸다

우리야, 너도 서후리의 자연을 즐겨 봐~~

주홍완 2022. 5. 13. 19:20

5월 6일(금)

징검다리 연휴를 맞아 아내가 4일(수) 밤에 부산서 올라왔다. 나와 큰애도 휴가를 하루 내서 온가족 다섯 식구(강아지 '우리' 포함)가 양평으로 향했다.

 

양수리에 들러 참외, 수박, 오이, 토마토, 고추(청양고추, 아삭이고추, 꽈리고추), 쌈배추 모종을 샀다.

 

서후리 도착해 차를 큰길가에 세우고 걸어 올라가는데 강아지 우리가 50m 가량 되는 경사로 중간쯤에서 힘이 드는지 헉헉 거렸다. 큰애, 작은애 모두 '우리' 힘내라고 왁자하게 응원을 하니 낑낑 거리며 완등을 했다. 사람 나이로 치면 70이 넘었다는 만 11살이 나이니 오르막길이 힘에 부칠만도 할 게다.

 

나는 애호박, 단호박, 맷돌호박 각각 두 포기씩을 심을 구덩이 여섯 개를 파는 걸로 일을 시작했다. 굴삭기로 다져 놓은 돌이 가득한 땅을 삽으로만 파자니 여간 힘든 게 아니었다. 땀이 비 오듯 흘렀다. 자기도 한번 해보겠다며 삽을 들었던 둘째는 삽이 땅에 박히지도 않자 바로 물러났다.

 

돌밭에 호박구덩이 6개를 파느라 무척 힘들었다

내가 구덩이를 파는 동안, 둘째에게 지난주 밭에 뿌려둔 퇴비를 포대에 담아 오도록 했다. 가축분으로 만들어진 퇴비인데도 기꺼이 담아 날랐다. 넓고 깊게 판 구덩이에 퇴비를 채우고 물을 듬뿍 줬다.

 

전 주에 쏟아 놓았던 퇴비를 호박구덩이에 넣기 위해 포대로 옮겨 담는 둘째

다음으로 지난 주에 일궈 놓은 밭에 이랑 만드는 작업을 했다. 아이들에게는 땅을 일굴 때 나온 돌들을 바깥으로 옮겨 달라고 부탁했다. 이미 많은 돌을 들어냈는데도 고무래로 긁으니 돌은 계속 나왔다.

 

사진 아래 손수레 앞에 쌓인 돌무더기를 큰애가 모두 밖으로 들어 냈다.

온 식구가 열심히 일하는 사이에 '우리'는 여기저기를 어슬렁거렸다. 나무밑에 가서 잠깐 앉았다가, 언니들이 일하는 근처를 맴돌다, 밭 울타리앞까지 와서는 고무래질을 하고 있는 나를 물끄러미 바라보기도 했다. 내가 농기구를 가지러 울타리 밖으로 나가니 졸래졸래 따라도 왔다. 한참을 그러다가는 다시 나무밑 그늘로 가서 배를 깔고 엎드렸다.

 

쑥 뜯는 엄마 곁에 누워도 보고~~
어슬렁 거리다 지친 몸을 매트에 누워 풀고 있는 '우리'

나무 그늘에 앉아 자신을 바라보는 '우리'와 눈이 마주치친 둘째는 목말라 한다는 걸 직감했는지 바로 달려갔다. 공작단풍 그늘아래 매트를 깔아 편하게 앉히고 그릇에 물을 채워 줬다. '우리'는 벌컥벌컥 물을 달게 마시고는 옆으로 아주 길게 누워 휴식모드로 들어갔다.

 

'우리'는 집밖으로 나오면 숨을 헉헉 거리며 힘들어 하고 물을 많이 찾는 편이다. 차를 타고 이동하는 게 힘든 것인지 낯선 환경에 긴장하기 때문인지 그 이유는 잘 모르겠다. 아무튼 집에 있을 때와는 꽤 다른 모습을 보인다.

 

가족 중에서 특히 둘째는 '우리'의 표정이나 행동만 봐도 그게 어떤 의미인지를 가장 잘 알아 채는 사이다. '우리'도 가족이 세상에서 가장 편하고 안전한 울타리라는 걸 느끼겠지...

 

둘째 언니 무릎 위에서 기력을 가다듬고 있는 '우리'

이랑을 다 만들고 아내와 둘째가 비닐 씌우는 작업 진행했다. 큰애는 배수구 옆에 쌓인 돌무더기를 울 밖으로 치우는 일을 했다. 다칠 수 있으니 그만 두라고 했는데도 혼자서 돌무더기 하나를 모두 치워 버렸다.

 

아내와 둘째까지 힘을 합해 이랑을 만들고 멀칭까지 끝냈다.

사 온 모종들을 모두 심고 블루베리를 비롯해 나무들에 물까지 주고 나니 점심 때가 됐다. 뙤약볕 아래서 땀을 흘린 고된 일이었지만 아이들도  즐거워 했다. '우리'는 둘째 무릎에서 축 늘어져 있다. 나도 돌밭에 호박구덩이 여섯 개를 판 일이  힘들었는지 몸이 몹시 노곤했다.

 

심은 모종 포기마다에 물을 주는 둘째

 

밭 전체에 호스로 물을 주고 있는 첫째
짠~~ 완성된 텃밭

 

멀칭까지 해 놓은 이랑들이 아직도 많이 비어 있다. 다음 주에 모종을 뭐라도 더 사다 심어야 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