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7일(목), 신문의 날로 휴무일이다.
과거엔 평일에 신문의 날을 맞으면 회사 동료들과 골프를 치러 가곤 했는데, 양평에 터를 닦아 놓은 후에는 골프를 아예 끊다시피 했다. 나무 심어 돌보고 작지만 텃밭 가꾸는 일이 더 즐겁고 중요해졌기 때문이다. 연습장마저도 다니지 않으면서 골프와는 아주 멀어지게 됐다.
어제 저녁 집에 올라온 아내가 오랜만에 양평엘 가자고 했다. 그동안 개관식 준비를 하느라 늘 심야근무에 주말까지도 눈코 뜰 새 없이 바쁘게 지내다가 거의 5주 만에 집엘 온 것이다. 많이 힘들었을테니 집에서 쉬는 게 좋지 않겠냐고 했지만 아내는 꽃잔디도 심고 주변도 둘러보고 싶다며 가겠다는 의지를 다졌다.
그래서 작년 농사철 주말에 늘 그랬듯이 아침 일찍 일어나 양평으로 향했다.
우선 꽃잔디는 축대위 경사면에 색깔별로 모아 심기로 했다. 관상효과도 있고 빗물에 흙이 더 이상 쓸려가지 않도록 잡아주는 게 필요한데 번식력까지 좋은 꽃잔디가 제격이라는 게 윤 소장 조언이었다.
꽃잔디를 심는 과정에서 흙이나 돌이 축대 아래로 튀면 바로 밑에 세워진 아랫집 차가 상할 염려가 있어 일을 시작하기 전에 아랫집에 가서 초인종을 눌렀다. 40대 초반 정도의 남자가 나왔다. 차를 옮겨 달라고 부탁을 하면서 몇 마디 대화를 나눴다. 지난해 11월에 이사를 왔는데 전원주택을 직접 짓기 전에 어떨지 살아보려고 우선 들어왔다고 했다. 건강이 안 좋으신 어른이 계신데 이곳에 이사와 많이 좋아지셨다고도 했다. 바로 이웃이 생겼으니 잘 됐다.
윤 소장이 선물한 꽃잔디는 흰색, 분홍색, 빨간색 꽃으로 각각 5판씩 총 15판이다. 한 판에는 15개 포트가 들어 있다.
꽃잔디를 옮겨심기 전에 우선 작년 장마때 축대 쪽으로 물길이 나면서 흙이 패여 나간 곳을 메워야 했다. 높은 쪽의 흙을 삽과 고무래로 긁어모은 다음 손수레로 패인 곳에 옮겨 붓고 발로 다지는 작업을 이어갔다. 고무래로 단단한 바닥을 긁어 흙을 모으는 일은 수월치 않았다. 같은 일을 10여 차례 반복하고 나니 땀이 나고 숨이 차올랐다.
내가 고무래로 경사지를 고르고 물을 뿌리면 아내가 호미를 이용해 꽃잔디를 한 포트씩 심어 나갔다. 심기가 끝난 곳엔 다시 물을 뿌려 줬다. 꽃잔디가 아직 1/3 정도가 남았는데 시각은 이미 12시가 넘었다.
정배리 풍년가든에 가서 점심을 먹고 돌아왔는데 아내가 차 안에서 잠깐 쉬겠다고 했다. 그동안 회사일 때문에 많이 힘들었을 텐데 나 혼자 양평일을 하게 하지 않으려는 마음으로 일에 앞장섰으니 몸이 많이 힘들었나 보다.
남아 있는 꽃잔디를 다 심어갈 무렵 아내가 돌아왔다. 눈을 붙였더니 개운해 졌다고 했다. 이식이 끝난 꽃잔디에 물을 주는 일을 이번엔 아내가 맡았다.
그동안 나는 지난해 심은 복숭아 나무 한 그루를 축대 쪽으로 옮겨 심는 일을 했다. 윤 소장이 축대 가까운 쪽은 성토를 한 곳이라 공사가 끝난 뒤 이태 동안 흙이 가라앉아 안전 때문에라도 보강이 필요하다며 그 자리에 있는 나무들을 조경석 밖으로 옮겨 달라고 했기 때문이다
넓게 땅을 파낸 다음 뿌리 쪽으로 밑을 파 들어가는 방식으로 분을 떴다. 1년 사이에 뿌리가 아주 실하게 뻗어 있었다.나무가 스트레스를 많이 받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으로 분을 크게 만들어 옮겨 심었다.
복숭아 나무를 애초 안쪽에 심은 것은 축대 쪽으로 붙여 키우면 나중에 복숭아를 딸 때 위험할 수도 있겠다 싶어서였다. 축대 높이가 4m가 넘다보니 아래를 내려다보면 아찔하기까지 하다. 조경석 옆으로 옮겨 심고 보니, 축대까지 사이에 공간도 어느 정도 있고 위치가 그런대로 괜찮아 보였다.
대추나무 한 그루도 같은 방법으로 옮겨 심은 뒤 호스를 구덩이에 꽂아 물을 듬뿍 줬다. 뿌리와 구덩이 사이의 흙이 곤죽이 될 때까지 물을 주고 잦아들기를 기다려 복숭아나무와 마찬가지로 퇴비포대로 멀칭까지 해줬다. 나무를 새로 심거나 옮겨 심는 경우엔 물을 충분히 준 다음 멀칭을 꼭 해줘야 성공적인 활착을 기대할 수 있다.
주인이 부족하다보니 잘 자리잡아 가고 있는 나무를 1년 만에 옮기게 됐다. 옮겨심는 과정에서 뿌리가 안 다칠 수는 없으니 나무들에게 미안하기 그지 없다. 아무쪼록 새로운 자리에서 탈 없이 잘 자라주면 좋겠다.
'전원생활을 꿈꾸다' 카테고리의 다른 글
갑자기 부자가 됐다!!! (0) | 2022.05.04 |
---|---|
친구들과 봄밭 함께 일구니, 이 즐거움 어디에 비길까? (0) | 2022.04.26 |
올해 농사를 시작했다 (0) | 2022.04.14 |
산지전용허가의 기한과 연장 방법 (0) | 2022.03.16 |
뒤늦게 온 가을이 성급히 떠나고 있다 (0) | 2021.11.0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