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13일(토)
늦잠을 자는 바람에 평소보다 30분 늦은 7시 반이 돼서야 양평으로 출발 했다. 3일 연휴의 첫 날이었지만, 이틀 전 내린 폭우 여파가 가시지 않은 상태였고, 호우경보까지 내려진 상태라 그런지 올림픽대로 통행량은 다른 주말의 아침 6시쯤 정도로 한산한 편이었다.
그러나 웬 걸... 그토록 한산했던 도로가 양양고속도로 초입인 강일IC에 이르니 차들로 꽉 막혀 있었다. 그나마 하남으로 빠지는 바깥 차선은 진행이 어렵지 않아 오래 지체하지 않고 하남시내로 접어들 수 있었다.
미사대로에도 차들이 별로 눈에 띄지 않았다. 그런데 스타필드 못 미친 지하차도부터 팔당대교로 진입하는 차로가 또 꽉 막혀 있었다. 여기부터 차가 늘어선 상황이라면 팔당대교로 넘어가는데 최소 두 세 시간은 걸릴 듯 했다.
광주시 남종면 쪽으로 직진해 팔당댐을 건너가기로 마음먹고 그 꽉 막힌 줄에 그대로 머물렀다. 그렇게 해서 1시간여가 흘렀는데도 전진한 거리는 고작 몇 십 미터에 그쳤을 뿐이었다. 도저히 안 되겠다 싶어 우측으로 빠졌다. 미사대로를 타고 직진해 팔당대교로 올라서야겠다는 의도였는데 그 차선에도 차들이 밀려 있어 아예 바깥으로 빠지게 됐다. 그러면서 오늘의 악몽은 시작됐다.
스타필드 뒤편으로 해서 하남시 버스공영차고지까지 고작 1.3Km정도의 거리를 가는데 두 시간이 넘게 걸렸다. 교차로마다 차들이 꼬리를 물며 서로의 통행을 막고 있는데다 창우로에서 팔당대교 방향으로 직진하는 차들이 밀리며 삼거리 교차로를 넘어 들어가는데 신호 한 번에 차가 한 대밖에는 진행할 수 없는 상황이 이어졌기 때문이다.
도저히 마냥 지켜 볼 수 없어 112에 전화를 걸어 현재 위치와 교통상황을 설명하고 경찰이 나와서 꼬리물기를 끊어 달라는 요청을 했다. 10분 가까이 지나자 순찰차가 왔고, 경찰들이 여러 명 붙어 교통통제에 나섰지만 상황은 나아지지 않았다.
집에서 나와 20분도 안 걸려 하남스타필드까지 도달했는데 팔당대교는 구경도 못해본 채로 3시간이 넘게 흘렀다. 출발할 때 한 눈금 있던 유량계는 어느새 반으로 내려 갔다. 시간이 얼마가 걸리더라도 끝까지 가보고 싶은 마음이 들었지만 연비가 워낙 안 좋은 차라 선뜻 밀어부칠 수가 없었다. 도로 한가운데서 기름이 떨어지면 어떡하나 하는 걱정이 컸기 때문이었다.
몇 년 전까지도 가끔 꾸던 악몽이 떠올랐다. 제대한 지 얼마 안 됐는데 군대 징집영장이 다시 나왔다면서 헌병들이 집에 들이닥쳐 강제로 데려가는 그 꿈이다.
병장으로 만기 전역했다고 아무리 항변해 봐야 소용이 없다. 발버둥 치는 나를 헌병들이 양쪽에서 팔을 끼고 훈련소로 끌고 갔다. 훈련소까지 끌려가 다른 신병들과 머리 박박 깍고 내무반에 들어가 군기를 잡히는 것으로 꿈은 늘 끝이 난다.
나뿐만 아니라 군대를 다녀온 사람들 대부분이 꾼다고 하는 군대 트라우마다.
도로를 꽉 메운 차들은 바퀴가 도로에 붙은 것 마냥 꼼짝도 하지 않고 유량계 바늘 내려가는 게 눈에 보이는 상황. 계속 팔당대교 쪽으로 들이밀 것이냐, 방향을 돌려 집으로 갈 것이냐.
집으로 돌아가려 해도 만만치가 않았다. 서울방향 길은 대체로 비어 있었지만, 곳곳에서 만나는 교차로는 외곽으로 나가려는 차들이 꼬리물기로 꽉 막혀 있기 때문이었다.
어디에도 출구가 없다. 걱정과 답답함이에 마구 뒤섞여 가슴을 옥죄는 이게 바로 폐소공포증 아닐까? 군대 트라우마가 오늘 현실로 덮쳐온 느낌이었다.
양평 가기를 포기하고 서울 쪽으로 방향을 돌려 꼬리물기로 꽉 막힌 교차로를 모든 눈치와 기술을 동원해 탈출했다.
그런데 막히는 곳을 빠져나오니 아내가 생각이 바뀐 듯 했다. 하남시내에서 점심을 우선 먹고 팔당대교 쪽 교통상황을 다시 살펴보자고 했다.
미사대로 인근 식당서 서둘러 점심을 먹고 난 시각이 오후 1시쯤, 내비게이션으로 보니 아까보다는 상황이 나아진 듯해 다시 미사대로로 올라섰다. 당장은 오전보다 나아 보였지만 스타필드 앞에 이르니 팔당대교 진입차선은 여전히 막혀 있었다. 1차로로 들어가 광주시 쪽으로 직진을 했다. 유턴해서 팔당대교로 올라가든지 팔당댐을 건너가보자는 의도였다.
하지만 팔당대교 밑을 지나자마자 길 건너편을 보니 남종면 쪽에서 올라와 팔당대교를 타려는 차들이 길게 늘어서 있다. 그 길이가 2Km 넘게 이어지고 있었다. 그래서 팔당댐까지 계속 나아갔는데... 팔당댐 통행로 입구는 통행금지 바리케이드가 꽉 막고 있었다. "폭우로 인해 정비 중"이라는 안내판이 입구를 막고 있었다.
내일을 기약하며 차를 돌려 집으로 향하는 수밖에 없었다.
집에 와서 팔당대교의 극심한 정체원인을 찾아봤는데 이렇다 할 정보가 나오지 않았다.
지금 팔당대교 옆에 왕복 2차선으로 제2팔당대교를 건설한다는데, 완공된다고 해도 지금과 같은 팔당대교의 교통정체가 해소될 지는 잘 모르겠다.
팔당댐 윗쪽에서 남양주시 조안면으로 연결되는 다리를 놓아야 교통량이 분산되지 않을까? 그렇게 하면 지금은 차량통행이 뜸한 하남서 광주시 남종면으로 가는 기존 4차선 도로도 충분히 활용할 수 있고, 퇴촌과 양수리도 바로 연결해 주는 효과가 있는데다 청평 방향으로 바로 빠질 수 있을 것 같다. 게다가 연결지점의 병목현상도 최소화할 수 있을 것 같은데...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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