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26일(금)
어제 저녁에 올라온 아내와 함께 오전 반휴를 내고 양평에 다녀왔다. 오늘은 아내가 오후에 4차 백신 예약이 돼 있고, 토요일 오전엔 꼭 가봐야 할 결혼식까지 예정돼 있기 때문이었다.
오늘도 지난번과 마찬가지로 6시에 집을 나섰다. 역시 이른 시각이라 길이 막히지 않아 50여 분 만에 서후리에 도착할 수 있었다.
어린 시절 외가의 원두막이 그립다며 수박을 심어달라고 부탁했던 지인에게 한 개 남은 수박과 참외 몇 개를 따가도록 한 바 있다. 그런데 따가기로 했던 전 주 금요일에 마침 폭우가 쏟아져 그 분이 서후리엘 들르지 못했다. 그래서 남아 있는 수박, 참외가 우리 차지가 됐다.
수박과 참외 모두 넝쿨이 말라 있어 더 이상 밭에 두면 썩을 것 같아 모두 땄다. 긴 비 끝인데도 수박은 제법 달았다. 참외는 단맛을 덜했지만 단단한 과육의 아삭거리는 식감이 좋았다.
수능리 친구가 심어 놓은 고추줄엔 고추가 제법 많이 붉어졌다. 친구는 이걸 따서 말린 다음 고추가루를 낼 작정이라고 한다.
호박은 작년에 비해 작황이 영 좋지 않았다.
애호박은 그동안 단 한 개 구경했을 뿐이고 지금 제대로 익어가는 늙은호박도 한 개뿐이다. 꽃이 필 때는 여러 개가 달리는 듯했는데 모두 도중에 썩어 없어졌다. 모종 상태에서 뿌리도 제대로 내리지 못한 채 녹아 없어진 호박도 두 포기나 됐다. 작년엔 별로 손을 대지 않았는데도 잘 돼서 올해 기대를 많이 했는데 이렇게 됐다.
잎과 줄기만 무성했던 고구마는 막상 땅을 파보니 몇 개 나오지 않았다. 줄기 쪽으로 영양분을 다보내느라 뿌리 쪽으로는 보내지 못한 거 아닌지 모르겠다.
전반적으로 올해 텃밭농사를 살펴보면 고추는 보통인 것 같고 호박, 수박, 참외, 토마토는 기대 이하라고 할 수 있겠다. 내년에 집을 짓고 살면서 자주 들여다 보고 손길을 많이 보내면 작황이 올해보단 좋아질까?
아내는 깻닢과 고추를 따고 나는 축대 쪽에 난 잡초를 뽑아냈다.
잡초는 장마철에 비탈면 흙이 쓸려가는 걸 막아보려고 그대로 둔 것이었는데, 이제는 너무 자라 꽃잔디와 철쭉들을 크게 위협하는 상황이 됐다. 너무 크고 성해서 남부끄러울 정도로 보기도 안 좋았다. 쑥대, 바랭이 등 큰 풀들을 뽑아내니 같은 자리에서 핍박받던 철쭉과 꽃잔디가 뿌리째 딸려 올라오기도 했다.
손목이 아프고 힘은 들었지만 잡초를 다 뽑고 나니 가슴까지 후련해졌다.
김장용 배추, 무는 해충 방제와 제반 관리의 어려움 때문에 하지 않기로 했다.
2주 후엔 얼마나 많은 고추가 붉어져 있을지 기대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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