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원생활을 꿈꾸다

처음 해본 용접, 정말 어렵네~~

주홍완 2022. 11. 30. 21:20

대전서 기계제작공장을 운영하는 군대 동기에게 가서 이틀간 용접기술을 배우고 왔다.

 

교육은 친구가 용접원리를 설명한 다음 상황별로 기술시범을 보이면 따라 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용접시 자세는 모재가 어떤 상태인지에 따라 용접봉을 아래로 향하거나 위로 향하는 두 가지 방법으로 크게 나눌 수 있다. 용접봉을 위로 향하는 용접은 다시 세로로 진행하는 경우와 가로로 진행하는 경우로 나뉜다.

 

용접기술로는 용접봉을 한 방향으로 녹여가는 선용접, 비드를 만들며 나아가는 위빙, 모서리 부분이나 얇은 모재에 적용하는 점용접 등 작업 환경에 따라 다양하다.

용접 연습장

용접봉이 녹는 용융점이 3천도에 이른다고 한다. 그래서 철판 두께가 얇은 모재에 열이 일정 시간 이상 가해지면 구멍이 뚫린다. 점용접은 그런 사고를 막기 위한 기술이다.

 

따라서 점용접을 할 때는 용접봉을 댄 다음 하나, , 셋을 세고(2초 정도)을 세고 떼었다가 용점을 옮겨 같은 동작을 이어 간다. 세워져 있는 아래서 위로 올라가며 점용접을 할 때는 셋까지 세는 속도를 좀 더 빠르게(1.5초 정도) 해야 한다.

 

친구가 하면 잘 되던 것이 내가 하면 아예 스파크조차 일지 않거나 용접봉이 모재에 달라붙는 일이 자꾸 일어났다. 용접이 되더라도 비드가 한 자리에 너무 크게 형성되며 떡이 되기도 했다. 좌절의 연속이었다.

 

그러면 친구가 다시 나서서 시범을 보여 주고, 따라 하기를 반복했다. 어떤 일이든 전문가가 하면 쉬워 보이는 게 초보에겐 어려운 법인데 용접은 특히 그랬다.

투명 유리가 용접불빛을 만나면 1/5,000초로 어둡게 반응하는 보안경을 쓰고

용접 불똥이 튀기 시작하자 잠시 후 단백질 타는 냄새가 풍겨왔다. 내 몸 어딘가에 떨어진 불똥이 살이나 머리카락을 태우는 것이리라. 큰 불똥이 신발 속으로 들어가기라도 하면 몸이 저절로 펄쩍 뛸 만큼 따가운 통증으로 이어졌다. 옷 여기저기에 구멍도 뚫렸다. 몸에 많이 해로울 것 같은 연기와 냄새도 마구 일었다. 환풍기가 돌고 있었지만 실내라서 어쩔 수 없이 들이마시게 되는 연기가 적지 않았다.

첫날 연습한 철판

용접 기술자들에게 화상은 일상이라고 했다. 웅크린 채로 용접을 하자니 고개도 아프고 온몸이 굳는 느낌이었다. 불과 반나절 가량을 했을 뿐인데 말이다.

 

건조 중이던 배 안에서 가로, 세로, 높이 1m의 케이지 안에 들어가 용접으로 자신을 가둔 채 절규하던 대우조선해양의 용접 노동자 유최안 씨가 문득 떠올랐다. 당시에도 수십년 경력의 용접기술자가 최저생계 보장을 요구하며 극한 투쟁을 해야 하는 현실이 많이 불편했다. 용접이 이처럼 기술이 필요하고 힘든 일이라는 걸 체험하니 더욱 그럼 마음이 든다.

 

연습이 끝나고 횟집에 가서 친구와 저녁을 먹으며 36년 쌓인 회포를 풀었다. 친구는 20년 넘게 요양원에 계시다 올해 초에 돌아가신 선친 얘기부터 그동안 살아온 날들을 실타래처럼 풀어 놓았다. 부인이 작년부터 편찮았는데 지금은 잘 회복 중이라고도 했다. 참 다행이다. 오랜 세월을 녹록치 않게 살아왔다는 생각이 들었다. 친구가 안정된 가정에서 포근하게 행복을 지어가는 날이 하루 빨리 오기를 빌었다.

 

용접은 기초만 하더라도 최소 사흘 정도는 배워야 한다고 친구가 말했다. 그런데 이틀째 일정이 끝나가는데도 용접 실력은 별로 나아지지 않은 것 같았다. 조금 나아지는 듯하다가는 제자리로 돌아가곤 했다. 처음 해보는 일이라 그런지 힘도 꽤 들었다. 세상엔 만만한 일이 없다는 걸 다시 느끼게 됐다.

 

사흘을 내리 하다간 몸살이 날 것 같아 일정을 이틀로 줄이자고 부탁했다. 친구는 하루를 줄이는 대신 돌아가서 연습을 많이 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5Kg짜리 용접봉 묶음을 5개 정도는 연습에 바쳐야 어느 정도 수준에 오를 수 있다고 했다.

 

이 겨울이 자나고 봄 문턱에 다다라 추위가 풀릴 때쯤이면 실외에 나가 연습을 할 수 있을 것 같다. 아마 퇴직 이후가 되겠지...

 

일을 마치고 떠나려는데 친구가 남는 거라며 내가 연습했던 용접기를 포장해 건넸다. 바쁜데도 환대를 해주고 기술까지 가르쳐줬는데 용접기도 챙겨주니 미안한 마음이 확 밀려 왔다. 그동안 전화통화만 가끔 하다가 제대 후 처음 만난 건데 하나부터 열까지 세세하게 마음을 써주는 친구가 참 고마웠다. 나중에 집 다 지으면 놀러 갈테니 부담 갖지 말란다. 몸 쓰는 일엔 안전이 먼저라는 당부를 하고 또 하며 걱정을 해준다.

 

대전에 사시는 누님과 매형을 모시고 전날 저녁에 친구와 갔던 횟집을 다시 찾았다. 대방어회가 맛이 좋아 한끼 대접해 드리고 싶어서였다. 저녁식사를 끝내고 서울행 고속버스에 몸을 실었다.

 

버스가 출발하자마자 잠에 곯아 떨어졌다가 서울에 도착해서야 깼다.

손목 윗쪽의 화상부위. 며칠이 지난 지금은 피부가 우툴두툴해졌다.

집에 돌아와 샤워하면서 보니 보안경이 가려주지 못하는 목 아랫부분과 팔목 위에 화상이 생겼다. 손길이 살짝만 닿아도 아플 정도였고 목쪽엔 물집까지 생겼다. 용접불빛에서 나오는 자외선이 너무 강해서 그렇게 됐다. 친구가 나중에 얘기해 준 게 용접을 많이 할 때는 선블럭을 꼭 바르라는 것이었다. 이틀 연습으로 이렇게 될 줄은 친구도 미처 몰랐나 보다.

 

큰애가 상처를 보고선 약국으로 뛰어가 화상연고를 사다 발라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