텃밭농사 18

가을은 익어가는데... 호박과 고추는 아직도 철을 모르는지

10월 2일(토) 꽃을 앞세워 봄에 맺힌 열매들은 뜨거운 여름 햇볕 아래서 쑥쑥 몸집을 키우고 가을이면 아름다운 빛깔과 향기를 가득 머금고 대지로 돌아가지. 요즘이 바로 가을의 초입인데... 고추와 호박은 서리가 내리기 전에 한해 일을 언제 끝내려는지 여전히 꽃을 피우며 벌과 나비들을 불러 모으고 있다. 그들 사이에서 방아깨비도 덩달아 바쁘다. 호박줄기들을 헤집어 보니 알밤 크기 부터 손가락 만한 것까지 애호박들이 여전히 많이 달려 있다. 고추도 한 줄기에 붉은 고추와 풋고추가 사이좋게 옹기종기 매달려 있다. 서리가 오기 전에 미리 고춧대를 뽑고 고추와 잎을 따려고 했더니 아내가 한 주만 더 두고 보자고 했다. 가을상추는 봄에 비하면 차이는 있지만, 그래도 뿌리를 제대로 내렸는지 잎들을 제법 펼쳐내고 있..

당근을 심었는데 동자삼이 나왔다

9월 19일(일) 당근을 캐던 아내가 붉은 인삼이 나온다고 소리쳤다. 다른 곳에서 풀을 뽑다가 아내가 치켜든 당근을 보니 우리가 익히 알고 있던 모습이 아니었다. 고려인삼의 상징으로 담배인삼공사가 광고하는 동자삼, 바로 그 모양이었다. 아내는 아래의 굳은 땅을 뚫지 못한 당근들이 몸집을 옆으로 불리면서 그렇게 된 것 같다고 원인을 분석했다. 내가 보기에도, 뿌리채소는 씨를 뿌리거나 모종을 심기 전에 먼저 바닥을 깊게 파서 일궈야 한다는데 지난봄에 당근을 파종할 때는 그런 지식이 없어 얕게 일궈 이런 결과가 나온 듯했다. 다행히 얼마 전에 무를 심을 때는 삽날 이상의 깊이로 흙을 일궜으니 이제는 제대로 뿌리를 내리며 크기를 기대해 본다. 잡초를 뽑고 주목 묘목에 비닐멀칭을 해주는 것으로 오늘일을 마쳤다. ..

늙은 호박, 익은 수박 그리고 배추씨앗 파종 준비

무더위 기세가 한 풀 꺽이자 아침, 저녁으로 기온 변화가 느껴지는 요즘이다. 한낮의 더위를 더욱 뜨겁게 달궈대던 매미 울음소리가 이제는 ’(여름아)가지마, 가지마‘라고 외치는 걸로 들릴 정도니 말이다. 과연 끝날까 하는 염려가 들 정도로 지독했던 폭염도 시간의 너울을 타고 오는 계절 변화 앞에선 어쩔 수가 없나 보다. 8월 14일(토), 서후리를 2주 만에야 찾았다. 지난 주말은 2년간 부산 근무를 하게 된 아내를 도와 이사를 하느라 서후리행을 거를 수밖에 없었다. 아내는 부산 근무기간 동안 금요일 저녁에 올라왔다가 월요일 새벽 비행기로 내려가는 생활을 이어가겠다고 한다. 이제 별거생활 1주일이 됐다. 한 주를 건너뛰었을 뿐인데도 서후리엔 아주 오랜만에 간다는 느낌이 들었다. 집터 여기저기엔 잡초들이 또..

태양은 이글거렸지만 그늘에서 본 하늘은 아름답더라

7월 17일(토) 며칠 째 이어지는 폭염과 열대야로 낮엔 물론이고 밤에 잘 때도 에어컨을 돌려야만 하는 요즘이다. 뙤약볕을 피하기 위해 아침 6시 반에 집을 나섰는데 양양고속도로와 팔당대교 진입램프는 정체가 벌써 시작돼 있었다. 다른 주말과 비교하면 1시간 정도 늦은 시각의 혼잡상황과 비슷했다. 서울과 수도권에 코로나 방역 4단계 조치가 시행된다고 하니 모두들 새벽부터 강원도 쪽으로 내려가는 건 아닌지 모르겠다. 서후리 도착해 텃밭을 보니 큰 고추들이 제법 많이 달려 있고 수박도 1주일 전에 비해 꽤 자란 듯 했다. 커다란 애호박들 무게에 밑으로 처진 호박 줄기는 게으른 농부를 탓하는 듯 했다. 방울토마토는 익은 게 별로 없었다. 잠실 한강공원의 농사체험장에 있는 것들도 그렇던데 노지 토마토는 익는 속도..

벌들아, 미안해!!

전봇대 배전함 뒤에 집을 지은 땡벌들을 처리하기 위해 양수역 앞 편의점에 들러 에프킬러 한 통을 샀다. 갈 때마다 수도 모터를 가동하기 위해 전기 스위치를 올리고 내려야 하는데 그 스위치가 들어있는 배전함 바로 뒤에 벌집이 들어섰으니 언제든 사고가 일어날 수 있는 위험한 상황이 됐다. 벌집을 떼어 다른 곳으로 옮기는 방법도 있겠으나 그렇게 하려면 양봉인 수준의 보호장구를 갖춰야 한다. 그러는 게 현실적으로 어려우니 에프킬러로 벌집을 정리하는 수밖에 없다고 안타까운 판단을 했다. 벌집을 들여다보니 지난주보다 집이 조금 더 커진 듯했고 벌 몇 마리가 겉에 앉아 있었다. 고통을 느낄 새도 없도록 해주는 것이 그나마 내가 해줄 수 있는 배려라고 생각하고 벌집을 향해 에프킬러를 맹렬히 분사했다. 벌들은 한 마리도..

수확한 쌈채소, 이웃과 나누고 저녁식탁까지 푸짐하게

5월 29일(토) 며칠 전 주문한 바비큐그릴이 어제 도착해, 오늘 점심은 그릴에 고기를 구워 먹기로 하고 밥과 반찬들을 챙겨들고 아내와 서후리로 향했다. 도중에 양수리 종묘상에 들렀다. 지난주에 보니 불그스름한 잎의 채소가 꽃까지 피운 채 우뚝 솟아 있길래 찍어둔 사진을 보여주고 무슨 채소인지를 물었다. 주인은 적(붉은)겨자채라며, 꽃이 피면 채소로써 효능은 끝나니 뽑아내라고 알려 줬다. 냉해를 입은 고추, 오이, 가지, 토마토 등을 어떻게 해야 하느냐고도 물었더니 영양제를 뿌려 주면 될 거라고 했다. 날씨가 따뜻해지면 냉해에서 벗어나니 기다리는 것도 한 방법이라고 했다. 영양제는 한 병에 1만2천 원인데 100배로 희석해 분무해 주면 된다고 했다. 준비된 분무기도 없고 면적이 작은데 영양제를 사야 조금..

새 이웃도 만난 텃밭 2주차 주말

5월 1일(토), 노동절 아침이다. 예보에 하루 종일 비가 오락가락할 거라고 해서 6시에 눈을 뜨자마자 밖을 내다봤는데 비는 오지 않는다. 며칠 전 수능리에 집을 짓고 있는 친구가 상량식 대신으로 인부들에게 점심을 대접할 계획이라며 오늘 같이 하자는 연락이 왔다. 친구가 짓는 집은 경목구조라 대들보를 올릴 일이 없지만, 거기에 들어갈 비용으로 따뜻하고 푸짐한 식사를 인부들에게 대접하겠다는 것이다. 그러니 웬만큼 비가 오더라도 오늘은 양평에 꼭 가야 한다. 코로나 염려가 더욱 커지는 요즘이라 주말에 양평을 갈 때는 도시락을 싸갈 참이었다. 동네 김밥집은 8시가 돼야 열리니 그 시각까지 출발을 미루고 기다릴 수가 없어 베이글과 닭다리로 점심도시락을 생각했는데 친구로부터 점심초대를 받은 것이다. 덕분에 아내는..

텃밭에 잎채소 모종을 심었다

4월 23일(토) 텃밭 고르기, 채소 모종심기, 유실수 묘목심기 등 오늘도 해야 할 일이 많다. 농협과 양수리 읍내시장에 들러 텃밭에 필요한 물건들을 살 요량으로 7시 10분쯤 집을 나섰다. 비료와 농업용 기자재를 판매하는 양수리 소재 양서농협이 농번기인 4월부터 10월까지는 토요일에도 8시20분에 문을 연다. 집에서 하남까지 15분 정도 걸린다. 이른 시간인데도 스타필드 지나서 있는 팔당대교 램프 입구에 차들이 밀려 있는 모습이 보였다. 2Km 가량 직진했다가 다시 돌아와 팔당대교로 바로 올라가는 길을 택하는 것이 낫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램프로 접어들지 않고 팔당댐 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양수리에 도착한 시각이 7시50분쯤. 차를 농협 앞에 세워두고 양수시장 안에 있는 종묘상에 들러 꽃상추, 로메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