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19일(일)
당근을 캐던 아내가 붉은 인삼이 나온다고 소리쳤다. 다른 곳에서 풀을 뽑다가 아내가 치켜든 당근을 보니 우리가 익히 알고 있던 모습이 아니었다. 고려인삼의 상징으로 담배인삼공사가 광고하는 동자삼, 바로 그 모양이었다.
아내는 아래의 굳은 땅을 뚫지 못한 당근들이 몸집을 옆으로 불리면서 그렇게 된 것 같다고 원인을 분석했다.
내가 보기에도, 뿌리채소는 씨를 뿌리거나 모종을 심기 전에 먼저 바닥을 깊게 파서 일궈야 한다는데 지난봄에 당근을 파종할 때는 그런 지식이 없어 얕게 일궈 이런 결과가 나온 듯했다. 다행히 얼마 전에 무를 심을 때는 삽날 이상의 깊이로 흙을 일궜으니 이제는 제대로 뿌리를 내리며 크기를 기대해 본다.
잡초를 뽑고 주목 묘목에 비닐멀칭을 해주는 것으로 오늘일을 마쳤다.
의자에 앉아 쉬면서 주위를 둘러보니 가을은 이미 곳곳에 들어와 자리를 잡고 있었다.
산 아래 단풍나무는 붉은옷으로 갈아입느라 이미 첫 단추를 꿴 듯했고, 밤나무는 밤송이를 벌려 알밤을 떨어뜨리고 있었다. 한해살이로 생을 마감해야 하는 잡초들도 여기저기서 씨앗을 퍼뜨릴 준비를 마친 듯 보였다.
서울은 여름이 아직 다 지나지 않은 것 같은데, 산골에는 벌써 가을이 시작됐다. 고장난 에어컨 아래서 40도 가까운 폭염을 견딘다고 숨을 헐떡거리던 때가 엊그제 같은데 말이다.
2주 전에 무와 상추를 심은 뒤 한 차례밖에 비가 오지 않아 혹시나 말라죽진 않았을까 걱정을 했는데, 다행히도 뿌리를 잘 내린 것 같다. 배추를 심지 못한 게 아쉽기는 하지만 올해는 텃밭농사 첫해인 만큼 경험을 쌓는다는 마음으로 모든 걸 기쁘게 받아들여야 할 것 같다.
2주 후에는 새로 심은 채소들이 얼마나 큰 모습을 보여줄지 기대하면서 발길을 돌렸다. 다음엔 추석 이후부터 나온다는 월동대파 모종을 사다 심을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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