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4일(토) 2주 만에 찾은 서후리 텃밭엔 가을이 성급하게 내려온 모습이었다. 뜨거운 볕을 피하려는지 여름 내내 잎사귀 밑에 웅크리고 있던 호박들이 이제는 여기저기서 누런 자태를 온통 드러낸 채 누워 있었다. 그동안 볕을 가려주던 잎들이 절반쯤은 말라버렸고 석달여 동안 거름과 햇볕을 자양분으로 자란 열매는 더 이상 햇볕을 피할 필요가 없을 정도로 단단하게 여물었기 때문이다. 들깨도 잎들이 바래기 시작했다. 깨송이를 따보겠다며 잔뜩 기대를 품었던 아내는 누래지는 잎밖에는 보이지 않는다며 아쉬워 했다. 아내가 고추를 따는 동안, 나는 배추와 무를 심으려고 상추를 가꿨던 자리를 삽으로 깊게 갈아 엎었다. 2주 전에 뿌려 놓은 퇴비를 골고루 섞어 주는 일도 함께 했다. 삽질은 언제 해도 힘이 들었다. 한 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