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봇대 배전함 뒤에 집을 지은 땡벌들을 처리하기 위해 양수역 앞 편의점에 들러 에프킬러 한 통을 샀다. 갈 때마다 수도 모터를 가동하기 위해 전기 스위치를 올리고 내려야 하는데 그 스위치가 들어있는 배전함 바로 뒤에 벌집이 들어섰으니 언제든 사고가 일어날 수 있는 위험한 상황이 됐다. 벌집을 떼어 다른 곳으로 옮기는 방법도 있겠으나 그렇게 하려면 양봉인 수준의 보호장구를 갖춰야 한다. 그러는 게 현실적으로 어려우니 에프킬러로 벌집을 정리하는 수밖에 없다고 안타까운 판단을 했다. 벌집을 들여다보니 지난주보다 집이 조금 더 커진 듯했고 벌 몇 마리가 겉에 앉아 있었다. 고통을 느낄 새도 없도록 해주는 것이 그나마 내가 해줄 수 있는 배려라고 생각하고 벌집을 향해 에프킬러를 맹렬히 분사했다. 벌들은 한 마리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