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일(토) 넘어간 양평의 공기는 전날까지의 서울과 달랐다. 등에 내리쬐는 햇볕이 여전히 화살이 꽂히는 것처럼 따갑고 아프기까지 했지만, 때때로 몸을 휘감고 지나가는 바람엔 시원함이 묻어 있었다. 비처럼 흐르던 땀도 그런 바람 앞에서는 잠시 내리길 멈췄다. 구름이 잠깐씩 해를 가리고 그에 맞춰 바람까지 불어주면 상쾌하다는 느낌까지 들었다. 1주일 내내 폭염에 시달린 몸이라 작은 온도 차이도 크게 느껴는 면이 아마도 있을 것이다. 이런 바람을 만나니 오래 전 어린 시절이 떠올랐다. 초등학교를 다니던 때는 동네에 전기가 들어오기 전이었다. 한여름이면 숲에서 불어오는 바람만큼 시원한 것이 없었다. 그래서 여름방학이면 툇마루에서 뒹굴며 시원한 바람을 기다리곤 했다. 나무잎들이 재잘거리는 소리가 들리면 바람이 숲..