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8일(수)
바위를 깨낸 집터 뒤의 신설도로 측면부에 석축을 쌓고 하수와 오수 주배관을 정화조에 연결하는 등의 기본 배관작업을 진행했다.
석축쌓기에는 6W 굴삭기 한 대와 기술자 2명이 투입됐다. 바닥에 큰 돌들로 두 층을 놓은 다음 레미콘을(3루베 ㎥)를 붓고 돌쌓기를 이어 갔다. 레미콘을 붓는 이유는 바닥면에 돌을 튼튼하게 고정하기 위함이다.
나는 설계도면대로 기초자리를 정하고 형광실로 기준선을 띄우는 작업을 했다. 전에 건축박람회서 사 둔 레이저레벨기를 써보려고 가져왔는데 쓸모가 없었다. 햇빛 아래서는 레이저선이 전혀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는 수없이 윤 소장이 갖고 있는 수광기를 이용해 기준선을 잡고 그에 맞춰 직각선을 정해야 했다.
윤 소장은 굴삭기로 우수관 매설에 필요한 땅을 팠다. 우선 집을 앉힐 자리 앞에 한 곳과 뒤에 두 곳의 우수 맨홀을 추가 설치하기 위해 관 묻을 자리에 1.5m 깊이로 줄파기를 했다. 그런 다음, 첫 토목공사 때 윗터의 앞뒤에 올려놓은 우수관에 T형 연결구를 달아 맨홀 설치 위치로 관을 연장하고 엘보를 이용해 땅위로 올렸다.
그 사이에 나는 지난봄 아랫단에 있는 지하수 관정으로부터 끌어 놓은 수도관 두 가닥에 보온재를 끼우는 일을 했다. 윤 소장이 우수관 매설작업을 끝내자마자 다음 일을 이어갈 수 있도록 하기 위함이었다. 20mm PE파이프에 25mm 보온재를 끼우는 일인데 쉽게 들어가질 않았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끼워야 할 보온재가 2m 길이로 8개밖에 안 된다는 점이었다.
건재상에 주문한 파이프와 연결구, PE관, 보온재 등이 도착했다.
나는 다용도실에서 대문 근처의 마당에 설치할 수전까지 나갈 수도관을 준비하기 위해 새로 온 자재 중에서 PE관 묶음을 풀어 재단하는 일을 시작했다.
PE관은 딱딱해서 잘 구부러지지 않는다. 그러니 공장에서 동그랗게 타래로 말려 나온 것을 사람 손으로 길게 펴는 것은 당연히 쉽지 않다. 윤 소장이 알려준 대로 전봇대에 한쪽 끝을 묶어 고정한 다음 타래를 굴려 풀어냈다. 필요한 길이를 풀어낸 다음 고정시키고 꼬여 있는 것을 반대방향으로 돌려가며 폈다. PE관은 자를 때 톱을 써야할 정도로 재질이 단단하다.
나머지 타래를 들고 처음 시작한 전봇대로 가서 다시 묶고는 같은 일을 반복했다. 그런데 첫 작업 때 관을 똑바로 편다고 반대로 돌리는 과정에서 남은 타래가 너무 꼬여 버려 일이 처음보다 더 어렵게 됐다. 파란 하늘이 노랗게 보이기 직전까지 낑낑대고 나서야 25m 길이로 하나를 더 재단해 바르게 펴는 작업을 할 수 있었다.
바르게 편 PE관에 보온재를 끼우는 일은 입에서 단내가 날 정도로 더 고됐다. 결국은 한 개밖에 끝내지 못하고 점심시간을 맞았다.
오후엔 윤소장은이 보온재를 모두 끼운 수도․전선용 파이프들을 도면에 맞춰 기준선으로부터 각각 다용도실과 현관 가까운 쪽 기초 하부의 적절한 지점에 땅을 파고 묻었다.
이어서 오수관과 우수관을 기초 하부에서 정화조까지 1m 깊이로 매설하는 작업을 했다. 이 작업엔 모두 100mm PVC 파이프를 썼다. 오늘 매설한 파이프들은 주관로로써 여기서 화장실, 다용도실, 주방의 필요한 자리들로 배관을 연결하게 된다.
나는 윤 소장이 주관하는 이 작업을 지켜보며 눈치껏 그때그때 필요한 연장들을 갖다 주는 조공 역할을 했다.
오후 5시 반이 돼서야 배관작업이 끝났다. 파냈던 흙을 다시 덮고 터를 고르는 작업이 이어졌다. 이 작업은 굴삭기의 불을 밝히고 7시까지 진행됐다. 건축일은 통상 오전 8시에 시작해 오후 5시에 끝나는데 오늘은 두 시간을 넘겼다.
늦게까지 수고한 윤 소장과 함께 문호리에 있는 복오리집으로 가서 저녁식사를 한 다음 헤어졌다.
기초공사가 완성되는 배근과 타설 작업을 겨울이 더 깊어지기 전인 11월 중으로 마무리 할지 내년 봄으로 미룰지의 고민이 이제 시작됐다.
'전원생활을 꿈꾸다' 카테고리의 다른 글
[조적기술 배우기] 학원 등록 (1) | 2023.12.09 |
---|---|
다음 단계 공사는 내년 봄에 하기로 (0) | 2023.11.17 |
터고르기 1차 (1) | 2023.11.12 |
마침내 끝난 바위깨기 그리고 정화조의 맨홀연장관 보강을 위한 벽돌쌓기 (3) | 2023.11.03 |
공사를 시작하려면 산재보험 가입부터 해야지 (1) | 2023.10.2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