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원생활을 꿈꾸다

다음 단계 공사는 내년 봄에 하기로

주홍완 2023. 11. 17. 15:42

11월 11일(토)

레미콘 타설까지 이뤄지는 기초공사 다음 단계를 바로 이어갈지 내년 봄에 할지에 관해 며칠간 고민을 했다. 그런데 장기 날씨예보에 11월 중엔 아침 기온이 영상으로 올라가는 날이 많지 않을 걸로 나온다. 날씨가 추우면 콘크리트 강도에도 안 좋은 영향을 주고 작업능률도 많이 떨어진다. 그러니 이후 공사는 겨우내 쉬었다가 내년 3월에 시작해야 할 것 같다.

 

오랜만에 아내와 함께 서후리로 향했다.

 

그동안 3년이나 애를 태운 숙원이었던 바위깨기가 끝나 정리된 터를 아내에게 보여주고, 땅위로 드러나 있는 기초배관파이프를 자외선으로부터 보호하기 위해 비닐로 감싸주는 등의 일들을 할 작정이었다. 또 며칠 전에 뽑아서 갑바로 덮어둔 대파를 얼기 전에 거둬야 하는 일도 있다.

 

전날 내린 비로 기온이 갑자기 뚝 떨어진 아침이라 주말나들이 차량이 그리 많지 않을 걸로 생각했는데 7시에 들어선 올림픽도로는 꽤나 붐볐다. 팔당대교에 이르자 광주로 향하는 길에서 나가는 지점까지 벌써 차들이 줄을 서있다. 이런 정체 덕분에 집에서 서후리까지 1시간 반이나 걸렸다.

 

도중에 파이프를 감쌀 검정비닐을 사기 위해 문호리 철물점에 들렀다. 400m짜리 농사용 롤밖에 없다고 했다. 수능리 친구에게 전화를 했더니 마침 멀칭용 비닐 여분이 있다고 해서 대못과 형광실 등 몇 가지만 사서 나왔다.

 

서후리에 도착해 터에 올라선 아내가 깜짝 놀라며 소리쳤다. “와~~ 엄청 넓어졌네!!” 터 안으로 비스듬하게 타고 내려와 있던 바위를 깨고 석축을 쌓고 전체 바닥을 평평하게 골라 놓은 걸 처음 본 아내 눈엔 꽤나 넓게 보였나 보다.

 

며칠 전 어둠이 내린 저녁에 레이저 레벨기로 기준선을 잡고 그로부터 직각선 연장해 그 위에 고추 지주들을 꽂아 놨었다.

 

아내 도움을 받아 여기에 형광실을 띄우고 도면에 맞춰 구획을 하기 위한 일을 시작했다. 아내가 디지털자를 기준 지주에 대고 내가 형광실을 따라가며 세운 세치각(산승각)에 레이저를 비춰 거리를 재려는 시도를 했다. 그런데 햇빛 때문에 레이저 도트가 보이질 않아 잴 수가 없었다. 검정색의 내 패딩에 비추면 레이저 도트가 희미하게나마 보이는데 이걸 세치각쪽으로 살짝만 틀어도 거리 측정이 되질 않았다. 잘해서 도트를 맞춘다고 해도 정확한 지점을 정하려면 몇 초간은 고정할 수 있어야 하는데 그게 안 됐다.

 

몸을 쓰는 일 중엔 아주 간단한 건데도 혼자서 하기엔 힘이 들거나 제대로 할 수 없는 경우가 많다. 다른 사람의 손을 잠깐이라도 빌릴 수 있으면 하는 절실한 때가 바로 그런 때다. 그래서 아내의 손을 빌리고자 한 것인데 안 되니 낭패였다.

 

그때 혼자 수능리에 내려와 있던 친구가 비닐과 노끈을 가지고 건너 왔다. 친구와 함께 PVC파이프에 비닐을 두르고 노끈으로 단단히 동여매는 작업을 했다.

이렇게 널부러져 있는 호스들도 자외선을 직접 받지 않도록...

 

수도파이프는 동그랗게 말아 한곳에 모은 다음 갑바로 덮어 두고 PVC 파이프는 멀칭용 비닐로 감쌌다.

 

수능리 친구는 줄을 야무지게 매는 재주가 있다. 고향인 충남 대천서 중학교 다닐 때 배운 수산업 과목서 어업에 필요한 매듭을 배운 거라고 했다. 나는 보은서 중학교를 다닐 때 농업을 배웠는데 ‘비료의 3요소’ 같은 것만 배웠지 매듭 같은 실기는 없었다.

 

오늘도 수능리 친구 덕분에 일을 수월하게 마쳤다.

 

문호리 복오리집에 가서 점심식사를 하고 친구와 헤어졌다.

가을걷이한 대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