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원생활을 꿈꾸다

도로와 경계면에 석축쌓기와 기초공사 준비

주홍완 2023. 11. 12. 12:18

11월 8일(수)

바위를 깨낸 집터 뒤의 신설도로 측면부에 석축을 쌓고 하수와 오수 주배관을 정화조에 연결하는 등의 기본 배관작업을 진행했다.

 

석축쌓기에는 6W 굴삭기 한 대와 기술자 2명이 투입됐다. 바닥에 큰 돌들로 두 층을 놓은 다음 레미콘을(3루베 ㎥)를 붓고 돌쌓기를 이어 갔다. 레미콘을 붓는 이유는 바닥면에 돌을 튼튼하게 고정하기 위함이다.

밑돌을 두 칸 놓고 레미콘을 부어 단단하게 고정시킨다.

 

나는 설계도면대로 기초자리를 정하고 형광실로 기준선을 띄우는 작업을 했다. 전에 건축박람회서 사 둔 레이저레벨기를 써보려고 가져왔는데 쓸모가 없었다. 햇빛 아래서는 레이저선이 전혀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는 수없이 윤 소장이 갖고 있는 수광기를 이용해 기준선을 잡고 그에 맞춰 직각선을 정해야 했다.

 

윤 소장은 굴삭기로 우수관 매설에 필요한 땅을 팠다. 우선 집을 앉힐 자리 앞에 한 곳과 뒤에 두 곳의 우수 맨홀을 추가 설치하기 위해 관 묻을 자리에 1.5m 깊이로 줄파기를 했다. 그런 다음, 첫 토목공사 때 윗터의 앞뒤에 올려놓은 우수관에 T형 연결구를 달아 맨홀 설치 위치로 관을 연장하고 엘보를 이용해 땅위로 올렸다.

맨홀 추가 설치를 위해 앞에 보이는 메인 우수관에 작은 관을 연장했다.

 

그 사이에 나는 지난봄 아랫단에 있는 지하수 관정으로부터 끌어 놓은 수도관 두 가닥에 보온재를 끼우는 일을 했다. 윤 소장이 우수관 매설작업을 끝내자마자 다음 일을 이어갈 수 있도록 하기 위함이었다. 20mm PE파이프에 25mm 보온재를 끼우는 일인데 쉽게 들어가질 않았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끼워야 할 보온재가 2m 길이로 8개밖에 안 된다는 점이었다.

PE관에 보온재들을 끼운 뒤 청테이프로 보온재 연결부위를 감쌌다.

 

건재상에 주문한 파이프와 연결구, PE관, 보온재 등이 도착했다.

 

나는 다용도실에서 대문 근처의 마당에 설치할 수전까지 나갈 수도관을 준비하기 위해 새로 온 자재 중에서 PE관 묶음을 풀어 재단하는 일을 시작했다.

 

PE관은 딱딱해서 잘 구부러지지 않는다. 그러니 공장에서 동그랗게 타래로 말려 나온 것을 사람 손으로 길게 펴는 것은 당연히 쉽지 않다. 윤 소장이 알려준 대로 전봇대에 한쪽 끝을 묶어 고정한 다음 타래를 굴려 풀어냈다. 필요한 길이를 풀어낸 다음 고정시키고 꼬여 있는 것을 반대방향으로 돌려가며 폈다. PE관은 자를 때 톱을 써야할 정도로 재질이 단단하다.

 

나머지 타래를 들고 처음 시작한 전봇대로 가서 다시 묶고는 같은 일을 반복했다. 그런데 첫 작업 때 관을 똑바로 편다고 반대로 돌리는 과정에서 남은 타래가 너무 꼬여 버려 일이 처음보다 더 어렵게 됐다. 파란 하늘이 노랗게 보이기 직전까지 낑낑대고 나서야 25m 길이로 하나를 더 재단해 바르게 펴는 작업을 할 수 있었다.

 

바르게 편 PE관에 보온재를 끼우는 일은 입에서 단내가 날 정도로 더 고됐다. 결국은 한 개밖에 끝내지 못하고 점심시간을 맞았다.

 

오후엔 윤소장은이 보온재를 모두 끼운 수도․전선용 파이프들을 도면에 맞춰 기준선으로부터 각각 다용도실과 현관 가까운 쪽 기초 하부의 적절한 지점에 땅을 파고 묻었다.

뒤에 청테이프로 감아 늘어 놓은 네 개의 관들은 다용도실로 간다. 그 중에서 오른쪽 두개가 지하수 관정으로부터 수도물이 들어오는 것이고(한 개는 예비용), 왼쪽 두 개가 대문옆으로 나가는 수전용. 그왼쪽에 있는 검은색 관은 아랫터로 내려가는 전선관으로 분전함이 설치될 현관으로 간다.

 

이어서 오수관과 우수관을 기초 하부에서 정화조까지 1m 깊이로 매설하는 작업을 했다. 이 작업엔 모두 100mm PVC 파이프를 썼다. 오늘 매설한 파이프들은 주관로로써 여기서 화장실, 다용도실, 주방의 필요한 자리들로 배관을 연결하게 된다.

왼쪽이 오수관, 오른쪽이 하수관. 두 개가 내려와 하나로 합쳐져 정화조로 들어 간다.

 

나는 윤 소장이 주관하는 이 작업을 지켜보며 눈치껏 그때그때 필요한 연장들을 갖다 주는 조공 역할을 했다.

정화조에서 외부로 배수관이 나갈 자리에 암반이 있어 브레이커로 깨내고 있다.

 

오후 5시 반이 돼서야 배관작업이 끝났다. 파냈던 흙을 다시 덮고 터를 고르는 작업이 이어졌다. 이 작업은 굴삭기의 불을 밝히고 7시까지  진행됐다. 건축일은 통상 오전 8시에 시작해 오후 5시에 끝나는데 오늘은 두 시간을 넘겼다.

불을 밝힌 채 터를 고르는 야간작업을 하고 있다.

 

늦게까지 수고한 윤 소장과 함께 문호리에 있는 복오리집으로 가서 저녁식사를 한 다음 헤어졌다.

 

기초공사가 완성되는 배근과 타설 작업을 겨울이 더 깊어지기 전인 11월 중으로 마무리 할지 내년 봄으로 미룰지의 고민이 이제 시작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