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9~10일
윤 소장과 함께 이틀에 걸쳐 방수쉬트를 붙였다.
방수쉬트는 애초 오웬스코닝사 제품인 언더가드를 사뒀는데, 윤 소장이 부직포가 없고 두께가 좀 더 두꺼운 게 낫다고 해서 교환을 했다.
쉬트의 개당 가격은 언더가드가 23,800원인데 비해 교환한 제품은 29,000원이었다.
햇볕이 조금 따스해지며 이슬이 말라갈 무렵부터 일을 시작했다.
윤 소장이 지붕에 올라가 쉬트 한 장씩을 붙일 자리에 프라이머를 바르면, 나는 비계위에서 쉬트를 올려줬다. 이를 받은 윤 소장이 용마루로부터 쉬트 두루마리를 풀어서 내리면 나는 아래쪽에 높이를 맞춘 다음 아스팔트 접착제 위에 붙은 비닐을 떼면서 쉬트를 들어 고르게 펴붙이는 작업을 했다.
윤 소장은 프라이머를 롤러에 듬뿍 묻혀서 큰 힘을 들이지 않고 쉽게 발랐다. 나처럼 얇게 여러 번 바르는 것보다 듬뿍 바르는 게 힘도 덜 들고, 합판의 방수성을 높이면서 쉬트를 제자리에 정확하게 시공하는데 필요한 붙였다 떼기도 가능해 낫다고 설명했다.
11시를 넘기면서 햇볕이 강해지자 아스팔트가 끈적거리기 시작했다. 실수로 쉬트 접착면이 겹쳐지기라도 하면 떼기가 힘들 정도였다. 초겨울 날씨에도 이런데 늦은 봄이나 한여름엔 어떨지 안 봐도 선하다. 지금과 같은 꼼꼼한 작업은 당연히 불가능할 것이다.
아스팔트 방수쉬트가 온도에 이 정도로 민감하다면, 한여름엔 지붕온도가 60~70도 이상 올라간다는 한국에선 프라이머를 별도로 바르지 않아도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실제 우리나라의 대부분 건축현장에선 방수쉬트를 붙이기 전에 프라이머를 따로 바르진 않는다고 한다.
A형지붕 쪽의 끝부분을 남긴 채 첫째 날 작업이 끝났다.
이튿날엔 처마 후레싱 작업 준비를 위해 기술자 한 명을 더 부르고 전선 정리와 콘센트 설치를 위해 전기 기술자도 불렀다.
A형 지붕에서는 그런대로 일이 순조롭게 집행됐는데 뻐꾸기지붕에 이르자 작업속도가 크게 느려졌다.
뻐꾸기지붕에선 용마루로부터 아래로 늘어뜨린 쉬트가 골을 건너면 옆의 지붕에서 거의 수평으로 이어진다. 골은 빗물이 모여 흐르는 곳이라 지붕에서 누수 위험성이 가장 큰 곳이다. 따라서 위에 덮이는 쉬트가 아래 붙인 쉬트보다 반드시 위로 올라가야 물이 거침없이 아래로 흘러내린다. 아주 꼼꼼한 시공이 필요한 이유다.
전체면적으로 봐서 두 번째 날엔 일이 일찍 마무리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는데, 5시까지 꽉 채우고서야 끝낼 수 있었다.
단순하게 면적으로만 보면 뻐꾸기지붕이 전체 면적의 30%밖엔 되지 않는데 작업시간은 다른 70% 부분과 거의 같게 걸린다.
이런 상황은 골조공사, 패널 붙이기, 인테리어 등 모든 공정에서 마찬가지였다.
단순한 A형 지붕이었다면 지금보다 공사기간도 많이 줄고 인건비도 크게 절감됐을 것이다.
하지만, 뻐꾸기지붕을 만들기로 한 것을 후회하지는 않는다. 단순 구조로 지었다가 사는 내내 아쉬움을 갖기 보다는, 비용과 시간이 더 들더라도 만족도가 높은 집을 짓는 게 더 낫다는 생각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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