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원생활을 꿈꾸다

착공 2년 만의 입주(식)

주홍완 2026. 2. 17. 23:59

2월 16일(월)

 

2층 난간 설치와 전등 마감공사가 아직 남아 있지만,  오늘 입주식을 갖고 새집에서 첫 날을 보냈다.

 

마루 공사가 끝나고 나서 나 혼자라도 바로 들어가 숙식을 하려고 했다. 아직 해야 할 일은 많은데 아침에 일찍 나섰다가 저녁에 지친 몸을 이끌고 서울로 돌아오는 일이 점점 힘들어졌기 때문이다.

 

그런데 아내 생각은 달랐다. 길일을 택해 가족이 함께 가서 첫날을 지내야 한다고 했다. 또 거기에 따르는 절차도 있다고 했다. 그러니 지친 몸을 그 사이에 집에서 좀 추스르라고 했다.

 

그러면서 아내가 택한 길일이 2월 16일이었다.

 

퇴직 이후 기운이 많이 빠져 있는 상태니 아내 의견을 거역할 도리가 없었다.

 

새집에 도착하자, 아내는 쌀을 안친 밥솥을 들고 집안에 먼저 들어가 곳곳에 팥을 뿌렸다. 나는 옆에서 "당신, 김X희科냐? 이게 무슨 의미가 있는데..."라며 놀렸지만, 아내는 아주 진지하게 의식을 거행했다. 아이들도 엄마 지시에 따라 부지런히 움직였다.

 

이런 상황이라 내가 옆에 붙어서 더 이상 초를 칠 일도 아니라고 생각돼, 마당에 나가 바베큐용 화로를 만들기로 했다.

 

서울집에서 쓰던 단지 한 개를 전에 갖다 놓은 게 있는데, 이걸 적당한 크기로 자르고 밑에 공기구멍을 뚫어 숯불을 피울 수 있도록 하는 일이다.

 

그라인더에 직경 40mm짜리 홀 비트를 끼워 구멍을 뚫어야 하는데 이때 열과 먼지가 많이 난다. 큰애가 옆에 와서 과열된 부위에 물을 뿌려 일을 도왔다.

 

그렇게 해서 화로를 만들고, 거기에 숯불을 피워 등심과 갈비를 구웠다. 그 사이 아내는 찹쌀과 팥으로 밥을 지었다.

 

온가족이 식탁에 둘러 앉아 맛있는 밥과 숯불향 가득한 고기로 차린 만찬을 끝낸 다음, 아이들이 준비해 온 케잌을 잘랐다.

 

나는 공사 개시 2년 만에야 입주하게 된 소회와 그간의 긴 여정 속에서 힘과 용기를 준 가족에게 감사 인사를 전했다. 뒤이어 아내는 준비한 편지를 낭독했다. 편지를 읽으며 눈가에 맺혔던 이슬이 끝내는 방울져 흘러 내렸다. 묵묵히 지켜보며 응원해 준 아내도 지난 2년여 세월이 쉽지는 않았던 것이다. 그런 아내를 지켜보자니 내 마음도 뭉클해 졌다.

 

아이들은 이렇게 멋진 집을 지어 줘 고맙다는 인사를 했다.

 

늘 서로를 위해 주고 그런 마음을  따뜻한 말과 눈빛으로 나눌 수 있는 게 가족이고, 그런 게 행복이란 걸 다시 깊게 느낄 수 있는 시간이 됐다.

 

분위기가 숙연해지자 아이들이 다음 이벤크를 공개해 한바탕 웃음이 터뜨렸다.

 

상자 하나를 열자 그 속에서 나무로 깍아 만든 북어 모형이 명주실타래로 묶여 나왔다. 북어를 명주실로 묶어  걸어두면 액운을 막아준다는 그것이다. 그 북어의 배에는 내가 제안하고 가족 모두가 동의해 준 집 이름 수춘재(壽春齋)가 새겨져 있었다.

 

집 이름으로 정한 수춘재(壽春齋)는 요순시대와 같은 태평성대를 가리킬 때 쓰는 수역춘대(壽域春臺)라는 글에서 따왔다. 본 뜻은 '사람들이 무병장수하는 지역의 살기 좋은 곳'이라는 의미인데, ' 건강한 삶과 화목한 가정을 만들어 가는 집'이 되라는 희망을 담아 지은 이름이다.

 

아이들은 타임캡슐도 준비했다. 각자가 지금의 바람과 꿈을 담은 글, 기념하고 싶은 물건들을 담아 땅속에 묻어 두었다가 5년 후에 열어 보기로 했다.

 

웃으며 대화를 이어가다 보니 어느덧 자정이 까까워 졌고, 입주식은 온 가족이 거실에서 함께 잠을 자는 걸로 마무리했다.

 

이렇게 온가족이 한 자리에 모여 잠을 자는 게 미국에 연수갔서 첫날의 일이니 거의 20년 만이다.

 

거실 천장이 6m 가까이 높게 뚫려 있는데도 웃풍이 전혀 없이 따스하니 당장은 더 바랄 게 없다. 

 

집 이름대로 가족 모두의 소망대로 건강과 행복이 언제나 이곳에 함께 하기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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