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원생활을 꿈꾸다

아내의 편지

주홍완 2026. 2. 18. 00:01

아래는 입주 첫날, 아내가 내게 보낸 편지다.

 

‘퇴직 후 전원에서 살고프다’ 고 한 당신의 염원이 드디어 결실을 보게 되었네요. 축하합니다. 그리고 고생 많으셨어요.

이곳 서후리 땅을 만나기까지 양평의 여러 곳을 둘러봤는데, 나는 여기가 햇볕만 잘 들어오면 딱 좋겠다 생각했지요. 대부분의 다른 곳들이 너무 높은 곳에 있는 땅이라 좀 무서웠거든요. 다행히 걱정한 것보다 햇볕이 더 많이 들어오고 고도도 적당해서 올 때 마다 조금씩 더 좋아지게 됐어요.

 

이땅을 산 지가  2019년이니 벌써 7년이 지났어요.


조금씩 농사도 지어보는 과정에서 자꾸 올라오는 풀을 뽑는 게 왜 그렇게 힘들었던지...

재미도 힘도 들었지만, 농사 지어 아이들에게 상추쌈 잘 먹이고, 주변 지인들에게 까지 나누는 즐거움이 꽤 쏠쏠했지요.
당신 퇴직 후, 벽돌 쌓고 미장하는 것 배우고, 목공 수업에서 의자며 냄비 받침 만들어 올 때까지만 해도 오늘 같은 날이 언제 올까 생각했어요.

모눈종이에 그린 그림이 집이 되었다는 것을 누가 알까요? 당신이 모눈종이가 필요하다고 해서 샀는데, 어느날 여긴 도로, 여긴 우리집을 이렇게 놓을 거야, 여기가 들어가는 입구가 될 거고, 이렇게 들어가 여기서 2층 다락으로 올라가는데 계단이 좀 가파를 것 같아 걱정이야.. 라고도 했지요. 
허...참, 그때만 해도 난 집이란 것은 설계사무소에서 멋지게 설계를 하고 공사하는 사람들이 하나 둘 순서대로 짓는 것만 생각했지, 모눈종이에 그렸던 그림이 이렇게 멋진 집이 되리라는 상상을 하지 못했지요. 그저 당신이 늘 작은 집, 거의 농막이라고 했으니 그런 줄만 알았고요. 


2년 전 3월, 날이 풀리며 시작한 집짓기는 당신에게 새로운 활력이 되는 것 같아서 좋았습니다. 집터 기초공사 타설 작업하고 두부 한모 잘 나왔다고 한 말도 뿌듯하게 들렸고, 꼼꼼하게 외부 바람 한점 들어올 틈 없이 단열을 했다고 한 날에는 더더욱 자신감있는 모습이었습니다. 모눈종이에 그린 집을 중간에 뻐꾸기 지붕으로 변경한 게 비용은 많이 추가되었지만, 신의 한수가  돼 집 모양은 더욱 이쁘게 되었고, 정말 예쁜 카페까지 생겼습니다. 어느 전문가 못지않은 감각이지요.

당신 건강에 무리가 되면 어떡하지 하는 걱정을 정말 많이 했어요. 넉넉치 않은 예산에 인건비 아낀다고 얼마나 더 많이 움직이고, 애를 썼을지 짐작이 갑니다. 작년 더위는 예년보다 더 더웠고, 추위는 더더욱 추웠지요. 몸 써서 같이 해 주지 못해 미안하고 걱정만 했네요. 그래도 다행히(?) 걱정 될 만하면 쉬어가는(자의보단 타의였겠지만) 일정이 내겐 좋았답니다.

아직 할 일이 많이 있지만, 정말 고생 많으셨어요.


마무리는 지내면서 천천히 하고, 그동안 집 짓느라 뒤로 미뤘던 일들도 하면서 수춘재에서 재미있고 더 건강하고 즐겁게 지내요

2026.2.16..

우리끼리의 입주식을 기념하면서 당신의 아내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