샌디에고

시간 가는 줄 몰랐던 Sea World서 하루

주홍완 2008. 4. 17. 14:31

  

샌디에고에 도착한 첫 날, 제일 먼저 찾아간 곳이 해양수족관 씨월드였다. 집에서 아침 일찍 출발해 그 곳 주차장에 도착한 시각이 9시 40분쯤, 매표소와 입구는 이미 많은 사람들로 북적이고 있었다.

 

하루 입장료가 10세 이상은 59불, 10세 미만은 49불이었다. 하루치 정상요금을 내면 연간 회원권을 주는 Fun Ticket이라는 것도 있었다.

 

샌디에고 근처에 산다면 모르겠지만 우리는 1년 안에 두 번 다시 올 기회가 없을 것 같아서 할인을 받을 수 있는 1일 입장권을 구입하는 쪽을 택했다.

 

AAA 카드와 함께 운전 면허증(사진이 붙어있는 신분증)을 보여주면 일반과 아동 구분없이 1인당 10불씩 할이 됐다. 대학이나 대형 마켓 등에서 파는 할인 티켓을 사도 AAA와 비슷한 수준인 15~20% 정도를 할인받을 수 있다. 각자 형편에 따라 편리한 방법을 택하면 될 것 같다.

 

표를 사가지고 나오는데, 와이프 얘기가 한국인으로 보이는 사람들이 표를 사려고 줄을 서있는 것 같으니 우리처럼 할인된 값으로 살 수 있도록 도와주자고 했다.

 

일전에 패서디나에 있는 Kids Museum엘 갔다가 우연히 만난 교포 한 분으로부터 도움을 받아 1/6 정도에 불과한 회원가로 입장한 적이 있었다. 이번 기회에 우리도 그 빚을 동포 누군가에게 갚을 수 있겠다 싶었다. 돌아가 사방을 둘러 봤지만 이미 표를 사가지고 들어갔는지 한국인은 찾을 수가 없었다. 어쩌랴 인연이 닿지 않는 것을...

 

씨월드 개관시간은 10:00 ~ 18:00고, 대부분의 쇼 공연은 11:00 ~16:00 사이에 있다. 이곳을 관광할 때는 우선 쇼를 위주로 보고 나머지 시간에 전시관을 둘러보라는 조언을 미리 들었기 때문에, 입구에서 지도와 시간표가 함께 인쇄된 안내 전단을 받자마자 관람순서와 그에 따르는 동선을 그렸다.

 

11:00 - Dolphin Discovery(25분)

돌고래들이 나와 조련사들의 지시에 따라 점핑을 포함한 각종 묘기를 보여주는 쇼로, 물벼락을 피하려면 관람석의 앞쪽으로부터 1/3 지점 뒤쪽에 앉아야 한다.

 

높게 쳐놓은 줄을 돌고래가 거뜬히 뛰어넘는 묘기를 펼치고 있다.

 

 

조련사의 지시에 따라 묘기를 부릴 때마다 매번 먹이로 보상을 해준다. 동물을 길들이는 수단으로는 잘했을 때 먹이를, 못했을 때는 채찍을 드는 것이 가장 효율적이라고 하던데 장말 맞는 말인가 보다. 물론 사람도 동물인데...

 

 

11:45 - Clyde and Seamore's Risky Rescue(25분)

바다사자와 수달이 나와 해군복장의 조련사와 함께 위기에 처한 미해군 잠수함을 구한다는 내용의 쇼.

 

 

 

 

 

12:30 - Believe(25분)

Killer Wahle(범고래)을 향한 한 소년의 동경과 사랑을 담은 오래된 비디오 상영으로 쇼가 시작됐다. 잠시 후, 배불뚝이에 대머리의 중년 남성 조련사가 잠수복을 입고 무대에 나왔다. 처음엔 보기가 조금 민망했는데(이전 돌고래쇼에서 예쁜 여성 조련사들이 나와 고래와 함께 각종 묘기를 선보였던 것과 비교가 돼서), 화면 속에 나온 소년이 바로 오늘의 이 사람이란다.

 

어린 시절부터 고래를 너무 좋아했던 그는 언제나 고래와 함께 하겠다는 자신의 꿈을 이루기 위해 노력해 지금 최고의 범고래 조련사가 되었다고 한다. 이 조련사가 어린이 한 명을 불러내 쇼에 참여시킨 다음, 자신의 목에 있던 샤무(범고래 이름) 목걸이를 걸어주면서 꿈은 이루어진다는 희망의 메시지를 전할 때는 장내가 조용해졌다.

 

쇼 시작 전에, 장내 사회자가 우리 사회의 영웅이라면서 관람석에 있는 현역, 제대군인 등을 일으켜 세워 박수를 유도하고 감사를 표했다. 미국인으로서의 자긍심을 고취시키기 위한 의식으로 보였는데, 부러움과 씁쓸함이 교차했다. 부자나 지도층을 자처하는 사람들은 병역의무를 이리저리 용케도 잘 빠져나가고, 군대에 다녀온 것이 전혀 자랑스럽지 않게 여겨지는 우리 현실이 생각났기 때문이었다. 배가 아팠다고나 할까...

 

'Believe'는 직접 눈으로 보고도 믿기 힘든 신기한 광경이 이어진 감동의 쇼였다.

 

범고래(Killer Whale)가  나와 조련사의 지시에 따라 묘기를 부리고 있다.

 

 

범 고래 입 끝에 조련사가 올라가 있다.

 

 

정말  집채만한 범고래가 점핑을 하면서 관람석을 향해 물을 튀기고 있는 모습.

 

13:15 - Sesame Street presents Lights, Camera, Imagination

입체 만화영화

 

14:00 - Pets Rule

개, 고양이, 돼지 등 애완동물들의 재롱잔치. 일부 동물들은 유기동물 보호소로부터 데려와 훈련을 시켰다고 한다.

 

 

  

 

 

'Pets Rule' 쇼를 보고 난 다음, 공연장 바로 뒤쪽에 있는 'Journey to Atlantis'로 가서 놀이기구를 탔다.

 

아이들이 특히 좋아하는 곳으로 대기 줄이 대단히 길다. 이곳은 공원의 오른쪽 맨 아래에 위치해 있기 때문에, 이와 같이 동선을 잡지 않으면 끝에서 끝으로 왔다갔다하는 불편을 겪을 수도 있다.

 

이 놀이기구는 옷이 많이 젖을 수밖에 없다. 이런 것 정도는 개의치 않을 만큼 재미가 있는지 우리 아이들은 두 번을 타고서도 선뜻 나오려 하지 않았다.

 

지도상에서 재미있을 만한 구경거리들을 찾아 관람하면서 서쪽으로 이동해 갔다.

 

놀이공원 중앙의 타워를 지나 서쪽 끝으로 가면 'Shipwreck Rapids'라는 급류타기가 있다. 이것도 타고 나면 물에 빠진 생쥐마냥 흠뻑 젖게 된다.

 

이렇게 돌다보니 오후 5시가 다 되었다. 몸도 피곤하고 다음 일정도 있고 해서 그쯤에서 나왔다. 열심히 둘러본다고 했는데도 'Wild Arctic'과 'Penguin Encounter'를 비롯해 몇 군데는 빠뜨린 것 같다.

 

구경을 마치고 나오면서 참으로 엄청난 시설에 대단한 볼거리를 제공하는 곳이라는 점을 다시 느꼈다. 10년 전쯤 싱가폴 출장길에 들렀던 센토사 섬의 Aqua World(이름이 ??)수족관을 지금까지 최고로 기억해 왔는데, 이제부터는 이곳으로 바꿔야 할 것 같다.

Journey to Atlantis

 

 

Shark Encounter에 있는 터널형 수족관

 

 

Shipwreck Rapid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