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일정으로 아내의 친구 가족(해인이네)과 워싱턴으로 향했다.
집에서 여행 계획을 짤 때는 이동거리 단축을 위해 LA에서 직접 워싱턴으로 날아가 관광을 한 다음 뉴욕으로 올라갈까 생각을 했는데, 해인이네가 워싱턴 여행에 동행하겠다고 해서 뉴욕을 첫 도착지로 택한 것이었다.
뉴저지에서 워싱턴까지는 편도 236마일이니 자동차로 이동하면 왕복 7시간 이상은 잡아야 한다. 새벽 5시에 잠도 덜 깬 아이들을 태우고는 테너플라이의 집을 출발했다.
이른 시간이라 도로에 차는 많지 않았지만 뉴저지를 벗어나기까지는 곳곳에 Toll Road(유료도로)가 있어서 자주 섰다 가야만 했다.
해인이 엄마가 전날부터 부지런히 음식을 장만한 덕분에 아침은 차안에서 직접 해결 할 수 있었다. 볶은고추장, 볶은멸치 등을 넣어 만든 삼각김밥을 먹으며 계속 워싱턴을 향해 달려갔다. 이 삼각김밥은 한국에 있을 때는 전혀 먹어본 적이 없는 음식이었다. 미국에 와서 여행 중에 처음 먹어 보니 그 맛이 각별했다.
해인이 엄마는 한국에서 누가 올 때면 삼각김밥용 김을 사다 달래서 여행갈 때는 늘 애용한다고 했다. 정말 간편하고 좋았다.
아침을 먹기 위해 별도로 시간을 지체하지 않은 덕분에 8시 30분경에 워싱톤에 도착할 수 있었다, 백악관쪽 회랑(The National Mall)의 끝에 있는 상무성 근처 길가에 주차를 하고는 걸어서 관광을 시작했다.
우선 찾아간 곳이 백악관. TV에서 뉴스를 접할 때면 특파원들이 늘 리포트를 하는 장소로 이용하는 남쪽 정면에서 사진을 몇 컷 찍었다.
이 그림은 백악관의 2층 평면도다. 중앙에 대통령의 공식 집무실(Oval Office)이 있다. 우리나라는 청와대 주변에 경호원과 경찰들이 사방에 배치되어 경계를 하고 있는데 비해 이곳에는 그런 사람들이 전혀 눈에 띄지 않았다. 도대체 어떤 사람들이 어디서 지키고 있는 걸까?
워싱턴 모뉴먼트는 꼭대기까지 올라가 볼 수 있는 곳이다.
링컨 기념관에 먼저 들렀다가 워싱턴 모뉴먼트엘 갔더니 사람들이 줄을 길게 서있다. 레인저에게 무슨 줄인지를 물어봤더니 "오늘 올라갈 수 있는 입장권은 이미 매진되었다"고 한다. 일정 규모의 인원을 레인저가 인솔해서 올라가는 방식으로 운영되고 있다고 한다.
꼭대기까지 올라갈 수 있는 곳인지를 사전에 알지 못했기 때문에 놓친 것이다.
이곳을 구경하려면 National Mall에 도착하는 대로 바로 가서 입장권을 받아 두어야만 할 것 같다. 사방에 가릴 것이 없는데다가 탑이 워낙 높아 올라가 보면 전망이 꽤 좋을듯 하다.(입장료 없음)
우리 아이들은 이 탑을 라푼젤탑이라고 불렀다. 꼭대기에 창문만 하나 나있는 높은 탑위에서 지금이라도 라푼젤이 고개를 내밀고 길게 자란 머리카락을 늘어 뜨릴 것만 같지 않은가? 아이들의 순간 상상력이라니....
이곳도 국립공원이기 때문에 NPS(National Park Service)의 레인저들이 관리를 하고 있다.
링컨기념관에서는 하루 두 차례 정도 '레인저와의 대화'시간이 마련돼 있다. 마침 우리가 둘러보는 중간에 그 시간이 있었는데, 한 레인저가 나와 링컨대통령, 남북전쟁, 게티스버그 연설 등에 관해 자세히 설명하고 있었다. 그의 얼굴 표정과 말투에서 자신의 일에 대한 자긍심과 위대한 대통령에 대한 존경심이 깊게 느껴졌다.
점심식사는 링컨기념관에서 워싱턴 모뉴먼트 쪽으로 걸어가면서 역시 삼각김밥으로 해결했다. National Mall에는 군데군데 간이매점만 있기 때문에 미리 간편하게 먹을 수 있는 음식을 장만해 가는 것이 시간과 비용을 절약하는데 많은 도움이 된다.
무엇보다도 많은 에너지를 필요로 하는 여행에서 하루 한 끼 정도는 꼭 한국음식을 먹어줘야 기운을 차릴 수 있지 않을까?
마지막으로 케네디 대통령이 젊은 시절 기거했다는 동네를 찾아갔다. 주변을 둘러 보았지만, 딱히 눈에 띄는 것은 없었다.
이렇게 해서 워싱턴 관광을 하룻만에 주마간산 식으로 마쳤다.
저녁식사는 돌아오는 길에 볼티모어 못미쳐 있는 프리웨이 옆의 맥도널드에 들러 해결했다.
뉴저지의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다음날부터 우리 가족이 동북부 여행에 쓸 렌터카를 픽업하기위해 큰 애 연지와 친구의 딸 해인이를 데리고 Newark 공항 터미널에 있는 Hertz 사무실을 찾아갔다.
한참을 기다려서야 시보레에서 제작한 말리부(Malibu)라는 차를 받을 수가 있었다. 급하게 물세차를 했는지 아직도 차체 곳곳에선 물방울이 뚝뚝 떨어지는데 보통 낡아 보이는 것이 아니었다. 페인트는 모두 갈라져 있고 엔진소리를 들어봐도 꽤 나이를 먹은 것 처럼 보였다.
다른 차는 없느냐고 물었더니 추수감사절이 낀 주말이라 내가 예약한 급의 차 중에서 마지막으로 한 대 남은 것이라고 했다. 그냥 받아가려고 했다. 그런데 큰 딸 연지가 다른 차로 바꿔 가야지 절대 이 차는 안된다며 교체를 요구하란다.
그냥 가자고 했는데도 애가 막무가내다.
다시 사무실에 들어가 매니저에게 내가 여행할 거리가 꽤 되는데다 북쪽으로 올라갈 거라 저 차로는 도저히 안되겠다고 얘기를 했다. 궁리를 하더니 방법을 찾아보겠다고 한다. 한참을 기다렸더니 폭스바겐의 제타라는 차를 준비했다며, 내가 예약한 것보다 한 등급 위에 위성 라디오 수신시스템까지 있다느니 하며 너스레를 떨었다. 추가비용은 받지 않겠단다.
제타라는 차가 몸집은 작아 보였지만 변속기도 6단이고 야무져 보여 좋다고 받아들였다.
이 사회는 합리적인 이유를 들어 문제제기를 하면 받아들이는 그런 시스템인 모양이다. 딸 아이 덕분에 좋은 차를 받아 안심하고 여행을 갈 수 있게 되었다.
내일 아침 일찍 나이아가라 폭포를 향해 떠나야 하는데 벌써 시간이 많이 늦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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