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의 테너플라이에서 나이아가라 폭포까지는 414마일. 부지런히 달려도 7시간은 걸리는 거리다.
해인엄마가 새벽부터 일어나 우리 가족을 위해 아침식사를 준비했다. 아직도 꿈나라를 헤매느라 요지부동인 아이들을 간신히 일으켜 집을 나선 시간이 새벽 다섯시. 이틀이나 묵으면서 폐를 끼친 것도 미안한데 여행 다니면서 먹을 밥과 반찬까지 한 보따리 싸주시니 이렇게 고마울 데가 없다.
현관을 나서는데 눈에 비가 섞여 꽤나 많이 내린다.
이 정도라면 별 문제가 없겠다고 생각하면서 출발했다. 그런데 큰 길로 들어서자마자 엄청나게 쌓인 눈위에 여전히 펑펑 내리는 함박눈이 우리를 맞고 있었다. 주먹보다 더 큰 함박눈송이에 몸이 저절로 움츠러들 지경이었다.
도로 군데군데 운행을 포기하고 멈춰선 대형 트레일러들, 윈도우 브러시가 소용이 없을 만큼 온통 시야를 가려버리는 눈송이들. 지금까지 한국에서 이렇게 엄청나게 내리는 눈을 본적이 있었나 싶다.
아이들은 뒷자리에서 세상모르고 잠들어 있는데, 옆자리에 앉은 아내는 겁에 질려 아무 말도 하지 못한다. 그 상황에서는 우선 아내를 안심시켜야 했다. “조금만 더 가면 괜찮아질 거야. 그리고 천천히 가면 문제될 것이 없어요” 그런대도 아내는 여행을 포기하고 친구집으로 돌아가잔다. 하지만 한 번 나선 길을 되돌릴 수는 없는 일. 다시 한 번 안심을 시키고는 계속 차를 몰았다.
얼마나 더 가면 이 눈이 그칠텐가? 라디오를 켜 봐도 날씨 얘기는 안 나온다. 조심조심 가는 수밖에 없었다. 이러다가는 하루 종일을 가도 목적지에 이르지 못할 것 같다는 염려까지 밀려들었다.
그래도 한참을 가다보니 조금은 여유가 생겼다. 찬찬히 주변을 둘러보니 ‘나니아 연대기’에 나오는 눈 덮인 왕국의 모습이 사방에 펼쳐져 있다.
그때서야 아내가 생기를 되찾으며 아이들을 깨웠다. “얘들아 그만 일어나서 바깥 경치 좀 봐!” 하지만 아이들은 몸을 꿈쩍도 하지 않는다. 전날 워싱턴에 다녀와서 몇 시간 잠도 못 자고 새벽에 나왔으니 그럴 만도 할 것이다.
거대한 트레일러만이 간간히 눈에 띌 뿐 승용차들은 거의 보이지 않는다. 그 때 여전히 펑펑 내리는 눈 속에서 길가 한켠에 오도카니 앉아있는 주유소가 보였다. 앞으로 눈 덮인 도로를 얼마나 가야 할지 모르는데 기름이라도 떨어지면 안되겠다 싶었다.
사람들의 발길이 아주 끊어진 것인지 프리웨이에서 주유소로 들어가는 길목엔 자동차 바퀴자국 하나도 보이질 않았다. 매점에 들어가서 와이프가 커피 한 잔과 아이들이 먹을 빵을 조금 사는 사이 나는 기름을 가득 채웠다.
앞 유리에 쌓인 눈을 털어내고 다시 프리웨이로 올라가 1시간 반 정도를 달린 끝에 I-80에 들어설 수 있었다. 그 때까지 지나온 길에 비해 제설도 어느 정도 되어 있고 눈발도 조금씩 잦아들고 있었다.
뉴저지에서부터 세상을 온통 하얗게 덮고 있던 그 엄청난 눈이 250마일을 달려 시라큐wm에 이를 무렵부터는 군데군데 쌓여 녹고 있는 모습으로 바뀌었다.
시라큐즈는 겨울이 지루할 정도로 길고 주변 호수 영향으로 눈이 많기로 유명한 곳이다. 지금도 그리 크지 않지만, 1600년대 프랑스 선교사들에 의해 처음 발견된 곳이다.
1848년 오대호 중의 하나인 어리호와 대서양을 연결하는 어리운하(Erie Canal)이 완성되기 전까지 시라큐즈는 작은 마을에 불과했었다고 한다.
이제 165마일, 2시간 30분 정도만 더 달리면 나이아가라폭포에 닿을 것이다.
회사 동기가 시라큐즈대학에서 연수를 했다고 들었는데...
시라큐즈를 지나, 북쪽에 있는 온타리오 호수와 평행하게 난 길을 따라 서쪽을 향해 계속 달리게 되었다. 버펄로까지 얕트막한 구릉 지대가 계속 이어지면서 지루하지 않은 경치가 계속됐다. 날씨는 점점 따스해져 갔다. 버펄로는 뉴욕주에서 두 번째로 큰 도시로 어리호수의 동쪽에 면해 있다. 이곳에서 조금만 더 올라가면 바로 나이아가라폭포가 나온다.
도시 입구에 있는 휴게소에 들러 기름을 다시 채우고는 과일과 먹을 것을 조금 샀다.
오대호 주변은 겨울추위가 혹독하다는 말을 들었는데, 마치 한국의 5월처럼 따스하기만 했다. 버펄로라는 지명은 들소와 관련이 있는 것줄 알았는데,니 프랑스어인 beau fleuve, "beautiful river"에서 유래되었다고 한다. 다시 출발해 가는 도중에 길을 헤매다가 온타리오 호수에 면한 주택가로 잘못 들어섰는데 참 아름답고도 고즈넉한 동네였다.
이래저래 이 나라에 대한 부러움이 더해 갔지만, 다시 정신을 가다듬고 나이아가라 폭포를 향해 길을 재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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