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튿날엔 수십미터 깊이의 땅 속으로 엘리베이터를 타고 내려가 나이아가라폭포 밑바닥을 옆에서 관광하는 Table Rock House에 갔다.
지금 기억으로는, 당시 입장료가 한 사람당 25불 정도였고, 습기가 진득하게 묻어나는 동굴을 이리저리 헤맨 것 말고는 특별히 떠오르는 것이 없다. 입구에서 나눠주는 우비를 입었지만 마구 튀는 물을 완전히 피할 수 없어 옷이 젖고 말았다.
Table Rock House에서 엘리베이터를 타고 내려가 나이아가라 폭포 밑을 옆에서 둘러봤다.
배를 타고 폭포 아래까지 돌아보는 Maid of the Mist Boat 투어가 정말 좋다고 했지만, 겨울철엔 운항이 중단돼 이용할 수 없었다. 다른 계절에 돌아 본다면 지하터널 관광은 빼고 배만 타면 충분할 것 같다는 생각이다.
햄버거로 아침식사를 떼우고 호텔로 돌아가 바로 체크아웃을 했다.
오늘은 나이아가라폭포를 벗어나기 전 Whirl Pool이라는 곳에 잠깐 들렀다가 토론토를 향해 출발할 계획이다.
Whirl Pool은 나이아가라폭포로 떨어진 물이 2Km 정도를 흘러내려가다가 거대한 소를 만들면서 엄청난 소용돌이를 일으킨 다음, 거의 90도로 흐름의 방향을 바꾸는 곳이다. 전망대와 케이블카가 설치돼 있다.
나이아가라폭포에서 흘러 내려온 물이 월풀에 모이기 직전에 있는 여울목
겨울이라 그런지 이곳도 관광객이 우리 가족밖에는 없었다.
눈 아래 보이는 급류와 그 물이 모여 소용돌이 치고 있는 도저히 깊이를 알 수 없는 시퍼런 소(沼)를 바라보는데 어린 시절 어른들로부터 들었던 용과 이무기 이야기가 떠올랐다. 우리나라에서는 계곡물이 제법 흐르는 곳엘 가면 어디든 용소(龍沼)라는 것이 있는데 저 정도의 크기와 깊이라면 정말로 승천을 꿈꾸는 용이 때를 기다리느라 바닥에 또아리를 틀고 있지는 않을까?
뒷쪽으로 보이는 곳이 월풀, 케이블카도 있지만 겨울철이라 그런지 운행을 하지 않았다.
용은 깊은 물속에서 3천년을 기다려야 하늘로 올라갈 수 있는데 장대비가 내리는 날 굵은 빗줄기를 타고 하늘로 오른다고 한다. 그런데 사람 눈에 띄기라도 하면 다시 땅으로 떨어져 이무기가 되어 버린다나 뭐라나...
나이아가라폭포에서 토론토까지는 약 130마일. 온타리오호수를 오른쪽에 끼고 계속 간다.
Whirlpool에서 출발한지 얼마 지나지 않아 구릉지대에 그림같이 자리잡은 와이너리가 하나 보였다. 그동안 말로만 들어왔는데 어떻게 생긴 곳인지 궁금해 들어가 봤다.
엄청난 규모의 포도밭 입구엔 예쁜 집이 한 채 서 있다. 거기서 조금 떨어진 곳에 시음도 할 수 있고 포도주도 판매하는 매장이, 그 안쪽에는 포도주 제조와 숙성을 겸하는 공장이 있었다.
와이너리 구경을 마치고 나오는 길에 입구에서 한 컷
매장에 들어가 구경을 하다가 뉴욕 사는 아내 친구와 토랜스의 내 친구에게 선물할 포도주를 샀다. 내가 술을 전혀 하지 않으니 그 분야에 지식이 있을 턱이 없고, 소믈리에와 얘기도 통하지도 않을 것 같아 "장기간 여행에 비행기까지 타야 하니 포장을 잘해달라"고만 부탁을 했다.
숙성실을 구경할 수 있겠냐고 물었더니 외부인은 절대 출입금지란다.
토론토까지는 약 120마일 정도로 1시간 반 정도 거리. 나이아가라를 벗어나 토론토로 향하는 길은 오른쪽으로 온타리오 호수를 끼고 계속 달리게 된다.
토론토 시내는 차를 탄 채로 스치다시피 지나갔다. 그동안 말로만 들었던 토론토가 이렇게 생겼구나 하는 주마간산의 여정이었다. 경유지(토론토와 Thousand of Islands지역 등)에 관한 정보가 부족하기도 했고, 다른 하나는 나이아가라와 보스톤의 중간쯤 인 Albaney까지 가서 숙박을 해야 하는데, 남은 거리가 만만치 않았기 때문이었다.
그냥 지나쳐간 토론토 시내의 한 길목
나이아가라에서 보스톤까지 내쳐 하루안에 가기는 어려운 거리라 Albany라는 곳에서 1박을 하고 가기로 호텔을 예약을 해놓은 상태였다.
이미 지나온 버펄로쪽으로 다시 나갈지(Albaney까지 303마일), 아니면 토론토를 거쳐 돌아갈지(650마일) 망설이다가, 그래도 캐나다 땅을 한번 가로질러 가봐야 하지 않겠는가 하는 생각에 오늘 아침 토론토를 경유하는 방향으로 잡은 것이었다.
토론토를 벗어나자마자, 러시아워 때 서울의 올림픽대로 수준으로 프리웨이가 엄청나게 밀리기 시작했다. 어디서 사고가 났는가 하고 30분 이상을 가다서다했는데도 전혀 풀릴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하는 수 없이 프리웨이 근처 동네의 주유소로 들어가 기름을 가득 채우고는 계산원에게 "사고가 나서 막히는 것이냐"고 물어봤더니 "401번 도로는 몬트리올로 가는 외길이라서 늘 막힌다"고 알려준다. 조금만 더 밖으로 나가면 뚫릴 것이라고 하길래 서둘러 길을 재촉했다. 주유소에서 알려준 대로 한 20~30분 정도를 그렇게 더 갔더니 정체가 풀리기 시작했다.
토론토에서 1000섬 관광지인 킹스톤까지는 261Km. 캐나다는 미국과 달리 거리를 Km로 나타낸다.
미국 국경에 이르기 전 Kingston을 지났다. 근처에 우리에게는 천섬이라고 알려진 Thousand Islands라는 유명한 관광지가 있다. 그런데 정보를 미리 챙기지 못해 그냥 지나치고 말았다. 나중에 국경에 거의 이를 무렵 길가에 서있는 관광 안내판에 씌여진 것을 보고 이름이 심상치 않아 집으로 돌아와 위키피디아에서 찾아보니 아주 유명한 관광지라고 나왔다.
대략적인 정보는 아래와 같다.
캐나다에서 손꼽히는 관광지인 Thousand Islands는 수많은 섬들이 모여 장관을 이루고 있다. 온타리오 호수 북서쪽에서 시작되는 Saint Lawrence강의 미국과 캐나다 국경지역에 걸쳐있는 群島로, Kingston에서 약 80Km 정도 길이로 뻗어 있다.
캐나다 땅의 섬들은 온타리오주에 속해 있고, 미국 땅의 섬들은 뉴욕주에 속해 있다. 섬의 개수는 총 1,793개에 이른다. 크기는 100평방Km에 이르는 것에서 부터 단 한 사람만이 거주하는 작은 섬, 철새들이 머무는 암초까지 다양한데, 이 1,793이라는 숫자는 연중 365일 수면위에 모습을 드러내는 섬들 중에서 1평방피트 이상 넓이에 1그루 이상의 나무가 자라고 있는 섬들만을 포함시킨 것이다.
인터넷에 찾아보니, 크루즈 관광으로 둘러보면서 찍은 사진들이 절로 탄성을 자아내게 할 만큼 아름다웠다. 이런 곳을 모르고 그냥 지나쳤다니 아쉽다....
킹스톤에서 알바니까지는 429Km. 서울에서 부산까지의 거리다
해거름이 돼서야 국경 검문소에 도착했는데 벌써 어둠이 내려앉기 시작한다. 머리를 박박 밀다시피한 우락부락한 몸집의 미국 해병대원들이 검문소를 지키고 있었다. 그들은 트렁크를 열어 보고 차안까지도 들여다보는 등 입국자들을 꼼꼼하게 훑어 봤다.
약간 긴장을 하며 기다리고 있는데, 해병대원이 여권을 돌려주며 캐나다 관광이 재미있었는지, J1 비자라면 어디에 적을 두고 있는지를 물어보곤 잘가라는 인사를 건냈다.
국경 검문소를 통과하자 빼곡히 들어선 침엽수들 사이로 숲길이 계속됐다. 전조등을 밝힌 차 한 대만이 저 멀리 앞서갈 뿐 사방에는 이미 어둠이 내려 앉았고 그 어둠에 실려온 적막함이 온 천지를 가득 채우고 있었다.
금방 눅진하게 묻어날 듯한 어둠에 계기판의 푸르스름한 불빛이 섞이자 나도 모르게 향수에 젖어 버렸다. 아직도 갈 길은 먼데 해는 떨어지고 사방을 둘러봐도 인적을 찾을 수 없는 곳에서 느끼는 나그네 심정이란,,,,
이 길을 햇살 가득한 낮에 지나갔더라면 넓은 땅에 풍부한 자원, 멋진 자연경관을 지닌 미국사람들을 더 많이 부러워했을텐데 밤길이라 그건지 기분만 괜히 울적해졌나보다.
81번 프리웨이를 타고 내려오다가 지도를 보니 시라큐즈에 이르기 전 Pulaski라는 곳에서 왼쪽으로 빠지면 Albany까지의 시간을 단축할 수 있을 것 같아 GPS가 가리키는 길을 벗어나 차를 왼쪽으로 돌렸다. 편도 2차선의 소로로 접어들자 연이어 나타나는 신호등과 속도제한 표지판 때문에 가다서다를 반복해야 했다. 주유소에 들러 기름을 넣고는 판매원에게 물어보니 여기서 헤매지 말고 당장 프리웨이로 올라타라고 한다.
이래저래 30분 이상 허비하고 다시 81번 프리웨이로 올라, 시라큐즈까지 내려간 다음 Albany를 향해 90번도로로 바꿔 탔다. 밤은 점점 깊어가고, 안개까지 자욱하니 속도를 낼 수가 없었다. 그런 중에 갑자기 차 한 대가 번개처럼 우리차를 앞질러 갔다. 참 위험하게도 달린다는 생각을 하는데 고속도로 순찰차가 사이렌을 울리며 마구 쫒아가는 모습이 보였다....
아니나 다를까 조금 가다보니 길 옆에서 경찰에게 조사를 받고 있는 모습이 차창으로 흘러 지나갔다.
Albany에 이르기 전에 휴게소에 들러 햄버거와 프렌치 프라이로 저녁을 해결하면서 전화로 호텔에 예약확인을 했다. 열심히 가는 중인데 자정쯤에나 도착이 가능할 것 같다고 알려줬다. 너무 늦은 시간이라 혹시 예약이 취소될까봐...
도착해 보니 프리웨이 근처에 호텔이 위치해 있는데 벌판같이 탁 트인 곳에 주차장이 외따로 마련되어 있었다. 혹시 도난위험은 없을지 약간 염려가 됐다.
어쨌거나 내일 아침 일찍 보스톤을 향해 출발하려면 얼른 들어가서 눈을 붙여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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