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27일(수)
오전에 부동산 사장으로부터 전화가 왔다. 토요일 계약 체결을 하는데 이상이 없는지 물었다. 어제 저녁 아내와 나눈 얘기를 부동산 사장에게 바로 할 수는 없는 일이었다. 일단 문제없다고 답을 했다.
내일 현장을 다시 본 후 가부를 부동산에 통보하려 했는데 그에 앞서 전화가 오니 마음이 심란해 졌다. 그런데 만약 내일 아내를 설득하지 못하게 되면... 하루를 남겨두고 계약불가를 통보한다는 것이 토지주와 부동산 사장 모두에게 결례가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부동산 사장에게 아래와 같이 저간의 사정을 적은 메시지를 보냈다.
“사장님, 내일 오후에 찾아뵙고 직접 말씀드리려다 문자를 먼저 드립니다.
어제 아내가 가평 쪽에 다녀오다 친구들과 오후 3시쯤 서후리에 들러 땅을 돌아봤습니다. 그곳 날씨가 맑았는데도 땅엔 벌써 응달이 지고 썰렁한 느낌이 들더랍니다. 동행했던 친구들도 같은 느낌이었다고 하더라고 전하더군요. 쌀쌀하고 해가 짧은 겨울철이라 그런 느낌이 더욱 강하게 든 것이겠지만, 그리 늦지도 않은 시각이었는데 그랬다며 아주 걱정스런 기색이었습니다.
그러면서 아내는 “건강한 노후를 보낼 목적으로 서울을 벗어나 자연 가까이 가자는 것이 우리 목적인데, 이 땅은 거기에 맞지 않는 것 같다”는 의견을 내놨습니다.
몇 가지 단점이 있는 땅이지만, 서울 집에서 그리 멀지 않은 위치에, 한적하고 공기가 맑은 지역이고, 금액도 적당하다는 점 등을 놓고 보면 그런 단점들은 어느 정도는 상쇄될 거라고 봤습니다.
남쪽을 막고 있는 언덕 때문에 햇볕을 조금이라도 오래, 잘 볼 수 있으려면 가급적 높은 곳이 낫겠다 싶어 검토 초기에 바로 위쪽에 있는 지번을 말씀드리기도 했던 것입니다(박 사장님 말씀이 토목비가 너무 많이 나온다고 해서 포기했지만요). 그리고 안쪽에서 지금의 바깥쪽으로 땅을 바꾼 것도 같은 이유였습니다.
여러 차례 얘기를 나눴습니다만, 아내 생각은 부정적인 쪽으로 이미 기운 상태입니다.
하지만 저는 이 땅을 여전히 은퇴 후 터전으로 큰돈 들이지 않고 살 수 있는 비교적 괜찮은 땅이라고 보고 있습니다.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절대적 기준에서 좋은 땅이라면 이 땅에 비해 가격이 많이 비싸지겠지요.
가장 바람직한 방법은 부부가 같은 뜻으로 합의하는 것일 텐데 땅을 정하는데서 이견이 생겨버렸습니다. 그래서 내일 휴가를 내고 오후에 아내와 함께 현장을 다시 둘러보며 얘기를 해보려 합니다. 아내와 얘기가 잘 돼 일이 원만히 진행되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현장을 둘러보고 인근 주민들과도 얘기를 나눠본 뒤 사장님께 전화를 드리겠습니다.
고맙습니다.“
잠시 후 부동산 사장으로부터 “편히 보세요~~”라는 답신이 왔다.
점심 무렵 친구 종익으로부터 잘 진행되고 있냐고 묻는 전화가 왔다. 위에 적은 메시지를 보내주고 친구의 의견을 물었다. 친구는 “무엇보다도 이런 건은 부부가 합의해서 정해야 하는 일이니 당장 계약해야 된다는 부담은 갖지 말고 신중히 결정하라”는 조언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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