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28일(목)
오후 반차휴가를 내고 서둘러 점심식사를 한 뒤 집으로 갔다. 아내가 먼저 집에 도착해 있었다.
양평으로 차를 몰아 서후리에 도착하니 정확히 2시 45분이었다. 염려했던 것과 달리 맑은 하늘로부터 쏟아지는 햇볕이 땅을 고루 비추고 있었다. 이틀 전에 아내가 봤다는 것과는 다른 모습이었다. 아무래도 그 날은 서울과 마찬가지로 이곳에도 구름이 많이 끼어있었지만 아내 기억엔 달리 남았기 때문일 수도 있다.
땅위에 올라가 이리저리 둘러본 뒤 언덕 위의 신축주택에도 가봤다. 주민으로부터 직접 얘기를 들어보고 싶었다. 맨 윗집은 주인이 없고 일하는 인부들만 있었다. 그들로부터 집주인이 일산사람이라는 얘기만 들었다. 다른 한 집은 초인종을 눌러도 응답이 없어 그냥 돌아 나올 수밖에 없었다.
세 시가 넘어가니 땅에서 햇살이 어느 정도 물러갔다. 남서쪽으로 큰 나무들이 있어 그늘 지는 시각이 조금 이른 듯 했다. 요즘 해 지는 시각이 5시 경인 걸 감안하면 그다지 일찍 그늘이 지는 땅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주변 나무들을 정리하고 터를 닦아 놓으면 여름엔 6시 까지도 해를 볼 수 있을 것 같았다.
아내에게 열심히 상황을 설명했더니 조금 이해를 하는 눈치였다.
현장에서 나와 서후리숲이 있는 위쪽 동네로도 들어가 봤다. 초입의 남향 지대에는 원주민들이 사는 동네가 있었고, 남쪽 건너편으로는 이미 들어선 신축 주택들 사이로 택지개발이 한창이었다. 이곳의 택지를 개발 중인 지역은 우리가 사려는 곳에 비해 훨씬 번잡해 보였다.
부동산 사장을 보러가기 위해 길을 돌아 나왔다. 수능리 쯤을 지나는데 길가에 다른 부동산이 보였다. 다른 좋은 땅이 있는지 시세는 어떤지 등의 정보나 한번 얻어 보자고 들어갔다. 면적과 용도 등을 얘기하니 정배리에 택지조성이 된 380평의 좋은 남향 땅이 있다며 지번을 알려 줬다. 가서 보고 괜찮다는 판단이 들면 다시 들러 달란다. 아내도 가보고 싶어 했다.
가서보니 그 땅은 집을 짓기 어려운 땅이었다. 원주민들이 사는 동네의 뒤편에 위치한 곳이었는데, 동네 입구에 사는 원주민이 자신의 집에 면해 있는 길을 절반 정도 콘크리트로 막아놔 승용차 외에는 큰 차가 들어갈 수 없었다. 덤프트럭 통행으로 인해 집벽에 금이 가서 길을 막았다는 내용의 플래카드가 걸려 있었다.
이 땅은 남향이긴 했는데 남쪽의 지척에 높고 큰 바위가 막고 있었다. 집안이나 근처에 큰 바위가 있으면 사람이 기가 눌린다는 얘기를 어렸을 때부터 들었는지라 그런 속설에 맞춘다면 좋은 땅이라고 할 수는 없었다. 그리고 주민들이 연료로 무엇을 때는 것인지 여러 집의 굴뚝에서 나오는 냄새 진한 연기가 자욱하게 밑으로 깔리며 온동네를 덮고 있었다. 썩 내키지 않는 곳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해는 이미 지고 사방이 어둑해질 무렵이 돼서야 부동산에 도착했다. 부동산 사장을 만나 오후에 땅을 둘러본 얘기를 나눴다. 아내도 어느 정도는 마음이 돌아선 듯 이야기를 풀어 나갔다. 나는 아내에게 살지 말지 결정을 하라고 맡겼다. 부동산 사장은 이 가격이면 괜찮은 땅이라고 추임새를 넣었다. 아내가 계약을 하는 걸로 결론을 냈다. 눈치를 보니, 나와 부동산 사장의 얘기에 100% 동의하는 것은 아니지만, 내 뜻을 감안해 내린 결정인 것 같았다.
추가로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다보니 부동산 사장이 나와 동향이라는 것을 알게 됐다. 보은군 탄부면이 고향인데 초등학교 3학년 때 서울로 올라왔단다. 나와 동갑인 오빠가 있고 여자 형제들 몇이 문호리에 모여 산다고도 했다. 본인은 제약회사에 다니다가 IMF때 회사를 나와 공인중개사 자격증을 따 이곳에서 지금까지 10년 넘게 일하고 있다고 했다. 이곳에서 매수인과 중개인으로 동향사람을 만나니 매우 반가웠다. 시간가는 줄도 모를 정도로 얘기가 길어졌나보다. 아내가 석촌호수 근처서 친구들과 저녁약속이 7시에 있는데 늦겠다며 일어나자고 재촉했다.
예정대로 토요일 10:30에 계약을 체결하기로 하고 부동산을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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