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원생활을 꿈꾸다

잔금 치르는 날의 우여곡절

주홍완 2020. 2. 8. 19:20

1월 22일(수)

 

어제 부동산으로부터 지적대장에 등재가 됐다는 연락을 받았다. 지번 분할을 위한 지적공사 측량일로부터 13일 만이다.

 

그에 따라 오늘 잔금을 치르게 됐다.

 

며칠 전, 부동산 양 사장이 20일이나 21일쯤 새로운 지번으로 지적대장에 등재가 될 거라고 했고, 설 연휴가 있으니 등기가 늦어지지 않도록 하려면 잔금지급 일자를 오늘(22일)로 하는 게 좋겠다는 그의 의견에 따라 오늘로 정했던 것이다.

 

모바일뱅킹의 1일과 1회 이체한도가 충분했기 때문에 현장에서 바로 이체해야겠다고 마음먹고 수표로 준비하지는 않았다.

 

오후반차를 내고 바로 문호리로 향했다.

 

부동산에 도착하니 부부 사이로 보이는 다른 거래의 매수자들이 인터넷뱅킹 이체한도가 부족하다며 거래를 마무리 짓지 못한 채 서로를 원망하며 옥신각신하고 있었다. 매도자는 아무 말 없이 굳은 얼굴로 앉아 바라만 보고 있었다. 어수선한 분위기였다.

 

그 모습을 지켜보자니, 잔금을 수표로 준비해 오지 않은 내 자신이 약간 불안해 졌다. 하지만 모바일뱅킹이야 늘 이용하는 거니 무슨 별일이 있으랴 하는 생각으로 마음을 다독거렸다.

 

그런데 불안은 늘 현실로 나타나나 보다.

 

매도자인 홍 사장께서 오셔서 영수증에 날인까지 했고, 나는 전화기로 잔금을 이체하는데 갑자기 비밀번호가 맞지 않는다는 음성 메시지가 흘러 나왔다. 수시로 이용하는 주거래은행 계좌의 비밀번호를 내가 헷갈리거나 잘못 입력할 일이 아니잖은가?

 

다시 진행하는데 똑같은 에러 메시지가 흘러 나왔다. 이게 웬일이지? 이럴 리가 없다는 생각에 이체를 다시 진행했다. 하지만 비밀번호 오류 메시지는 또 다시 흘러나오고 이어서 3회 오류로 인해 계좌가 막혔다는 추가 메시지까지 듣게 됐다.

 

거래은행의 차장에게 바로 전화를 했다. 정확한 이유를 알 수는 없지만, 이런 경우는 은행엘 직접 방문해야 동결된 계좌가 풀린다고 했다. 이 시간대에 은행 시스템에 문제는 없었는지를 물어봤으나 통보받은 게 없다고 했다.

 

은행 차장은 전부터 알고 지낸 사이고 내가 틀림 없는 계좌주라는 것을 잘 알고 있는 터라 일단 풀어줄 수 없는지를 물어봤으나 은행 업무규정과 처리 절차상 절대 불가하다는 답변이었다.

 

문호리서 가장 가까운 국민은행이 어디 있는지 부동산에 물었더니 편도 30분 이상 걸리는 거리의 양평읍내까지 가야 한다고 했다. 그때 시각이 3시 55분이었다.

 

아내에게 전화를 했더니 그만한 돈이 당장 어디서 나오냐며 불가하단다. 친구에게 전화를 했더니 마찬가지 답변이었다. 더 이상 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이런 실수를 범하다니... 얼굴이 화끈 거리고 자신이 바보처럼 느껴지기까지 했다.

 

하는 수 없이 매도자인 홍 사장님과 부동산 양사장께 전후 사정얘기를 하고는 어떻게 하면 좋을지를 물었다.

 

홍 사장께서는 사정이 그런데 어떻게 하겠냐며 괜찮으니 내일 보내달라고 했다. 거듭 미안하다는 인사와 함께 내일 아침에 은행이 문을 여는 대로 바로 보내드리겠다고 하고는 법무사 사무장에게도 양해를 구했다.

 

허탈한 마음으로 돌아오는 수밖에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