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3일(화), 지하수 굴착공사를 했다.
애초엔 내년 초쯤 지하수를 팔 생각이었으나, 윤 소장이 지금 파야 한다며 성화를 대 먼저 하게 됐다.
지하수를 파려면 여기저기 헤집게 되고 굴착과정에서 나오는 찌꺼기와 돌부스러기 등이 주변을 오염시키는 것을 피할 수 없다고 했다. 지금 하고 있는 조경을 다시 해야 할 수도 있다고 했다. 그렇게 되면 비용이 이중으로 들게 되고 작업도 더 어려워지니 지금 먼저 파자는 것이 윤 소장의 설명이었다. 또 나무를 심고 가꾸려면 물이 필요한데 지하수를 먼저 파지 않으면 어떻게 할 거냐고도 했다.
그래서 시작했다.
굴착장비를 가까이서 보기는 이번이 처음이었다.
굴착은 지름 150mm인 드릴&해머를 회전시키면서 동시에 유압으로 두들겨 밑의 흙이든 바위든 부수며 파내려가는 원리다.
땅을 직접 뚫고 들어가는 부품인 드릴&해머는 4m 길이의 쇠봉을 통해 굴착기와 연결돼 회전과 타격에 필요한 파워를 얻는다. 한 개의 쇠봉이 다 들어가면 그 위에 새로운 봉을 나사식으로 연결해 굴착작업을 이어간다. 쇠봉교체 시에 공기를 주입해 드릴&해머가 갈아 파낸 흙과 부스러기들을 밖으로 빼낸다.
지하 몇 m까지 굴착했는지는 이 쇠봉이 몇 개 들어갔느냐로 알 수 있다.
지하수개발업체 기술자에게 물어보니 대공(大孔)으로 200m 굴착을 주문하면 트럭에 쇠봉을 50개 싣고 와서 작업을 한다고 했다. 그러니 작업 중간에 몇 m를 굴착 중인지가 궁금하다면 남아 있는 봉 개수를 세보면 알 수 있다.
굴착작업은 인케이싱이라는 일로 시작된다. 지름 150mm가 넘는 아연파이프를 암반이 나올 때까지 박아 넣는 것이다. 지하 암반에 이 파이프가 박혀 고정되면 그 속으로 해머&드릴을 넣어 파내려가는 것이다.
그동안 사진이나 영상으로 나오는 지하수 굴착장면을 보면 물이 콸콸나오던데,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고 한다. 지하수가 나오기 전까지는 갈리고 부서진 흙과 돌을 꺼내기 위해 외부에서 호스를 통해 물을 집어넣는데, 굴착기가 이 물을 토해내는 모습이 일반인들에겐 지하수가 쏟아져 나오는 것으로 보인다는 것이다.
지하수 개발은 땅속에 있는 바위틈을 통해 땀처럼 흘러드는 물을 관정에 모아 퍼내는 것이라고도 했다. 그렇기 때문에 대부분의 지하수 관정에서는 물이 찔끔찔끔 나올 수밖에 없다고 한다.
대공으로 지하수를 팔 경우 업체가 보장하는 하루 동안 뽑아 쓸 수 있는 물의 최저량이 5톤이라고 하는데, 굴착과정에서 물이 찔끔거리는 정도로 나오면 그 양이 된다는 것이다.
우리 경우엔 지하 80m 지점에서 수맥이 터졌다고 했다. 수맥이 터진 후부터는 물이 줄줄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굴착 기술자들은 이 정도면 하루 80톤 정도는 나오겠다며 그야말로 물대박을 맞은 거라고 했다. 옆에 있던 윤 소장은 "정배리에 집을 지을 때 물대박을 봤지만 이 정도까지는 아니었다"며, 나한테 복받은 거라고 했다.
아래땅도 며칠 전에 같은 업체를 통해 지하수를 팠는데 물이 업체가 보증한다는 미니멈 5톤 정도밖에 나오지 않아 물탱크를 두 개 쓰기로 했다고 한다. 그런데 바로 옆의 땅에서 이런 대박이 터졌으니 운이 좋은 거라고 모두가 얘기했다.
굴착이 시작되기 전에 지하수개발업체 사장이 아래땅 얘기를 하면서, 물이 많이 나오지 않으면 우리 땅도 물탱크롤 써야 할 수도 있다고 했다. 물탱크와 모터를 설치해야 하기 때문에 비용이 80만 원 정도 추가되는데, 절반인 40만 원만 받겠다는 얘기도 했었다.
그런데 수맥이 터졌으니 물탱크를 별도로 설치할 필요는 없게 됐다.
정해진 깊이까지 굴착이 끝나면 미리 준비해 둔 100mm PVC 파이프를 굴착공 안으로 집어넣는다. 이 PVC 파이프는 전문업체에 지불하는 지하수굴착비용에는 포함되지 않는다. 발주자가 별도로 준비를 해야 하는데, 내 경우엔 윤 소장이 구매를 대행했다. 4m짜리 PVC파이프 50개 구입에 70만 원이 들었다.
PVC파이프는 관정에 넣기 전 중간에 칼집을 내는데, 이는 관정으로 흘러드는 물을 한 번 걸러서 들이기 위함이라고 한다. 이 파이프를 넣지 않으면 이물질이 걸러지지 않아 모터가 쉽게 고장나거나 물이 깨끗하지 않을 수도 있다고 한다.
지하에서 물을 퍼올리는 모터&펌프는 PVC파이프를 통해 지하 120m 지점에 고정시켜 물을 뽑아 올리는데, 바닥까지 내리지 않는 이유는 가라앉아 있는 돌이나 흙 부스러기들이 딸려 올라올 수 있고 이렇게 되면 모터가 쉽게 고장날 수 있기 떄문이라고 한다.
관정의 폭은 해머&드릴의 지름과 같은 150mm이다. 그 속으로 PVC파이프를 넣고, 모터&펌프를 PVC파이프 안으로 넣는 것이다.
물이 제대로 나오지 않았더라면 나뿐만 아니라 업체까지 모두가 힘들 수도 있었는데 물대박이 터졌다니 정말 다행이다.
지하수 개발비용은 굴착, 모터&펌프 설치, 관정과 장비보호를 위한 맨홀 설치, 옥외 부동전 1개 설치, 인허가 대행, 수질검사까지 포함해 총 800만 원(부가세 별도)이 들었다. 계약금으로 400만 원, 수질검사 완료 후에 잔금을 지급하는 조건이다.
계약서에 명기하지는 않았지만 1년 내 모터&펌프 고장은 무상 수리, 사용자 과실이 아닌 기타 문제 발생시 처리를 해주겠다고 했다.
윤 소장이 소개한 업체니 구두 A/S 약속이지만 그대로 받아들이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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