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25일, 보강토블럭으로 축대를 쌓을 자리에 기초준비 작업을 하는 날이다.
한 줄로 땅을 길고 깊게 판 다음 바닥에 철근을 한 층 엮어 넣는 일이다. 거푸집은 대지 않고 땅의 내력을 이용해 축대의 안전성을 높이는 거라고 윤 소장은 설명했다.
윤 소장이 혼자서 작업을 한다고 했지만 어떻게 하는 건지도 볼 겸 하루 휴가를 내고 거들겠다는 제안을 했었다. 내가 살 땅을 만드는 작업인데 뭐라도 조금은 직접 하고 싶기도 했다.
윤 소장은 혼자해도 충분한 일이라면서도 함께 이야기를 나누면서 일을 하면 좋겠다며 고맙다고 했다. 그러면서 아침에는 굴삭기로 땅을 파는 일이니 일찍 올 필요는 없다고 했다.
아내가 직접 만든 샌드위치 세 개와 김밥 세 줄, 샤인머스켓 포도 한 송이를 소풍용 아이스박스에 넣어 주었다.
10시쯤 현장에 도착하니 윤 소장이 굴삭기를 이용해 기초를 놓을 자리를 폭 1m40cm, 깊이 1m40cm 정도로 길게 파내고 있었다.
이 작업은 12시가 다 돼서야 끝났다.
마침 윤 소장 부인께서 여주로 장을 보러 가셨다고 해서 3인분을 가져간 점심은 둘이만 먹었다. 멀리 갈 것도 없이 바로 아래 있는 너럭바위에 자리를 폈다. 윤 소장이 샌드위치를 하나 먹더니 맛있다고 하길래 김밥과 함께 샌드위치를 한 개 더 건넸다.
1시가 되기 전에 배근작업을 시작했다. 윤 소장이 굴삭기로 파놓은 구덩이 바닥에 철근 8가닥을 통째로 길게 이어 깐 다음 이를 메시형으로 엮는 일이다.
우선 가로로 놓을 철근들을 잘랐다.
철근 절단은 전동공구가 있어서 세 가닥 정도를 넣고 스위치를 누르니 그냥 잘렸다. 예전에 해머로 내려치거나 전기톱으로 철근을 자르는 건 봤는데, 작은 휴대용 전동공구로 자르는 건 처음 봤다. 이런 도구들이 있으니 작업이 손쉬워지고 혼자서도 할 수 있나보다.
다음으로 철근을 손으로 엮는 작업에 들어가야 한다.
윤 소장이 결속용 가는 철사뭉치와 갈고리를 가져와 시범을 보여 준다. 철사를 반으로 접어 막힌 쪽을 갈고리로 꿴 다음 철근이 교차하는 곳을 대각선으로 엮어 꼬는 일이다. 갈고리로 건 쪽과 반대편 손을 이용해 한 바퀴를 꼰 다음 갈고리만으로 서너 바퀴를 더 돌려 마무리 했다.
언뜻 보기엔 그다지 어려운 일 같지 않았다.
그런데 갈고리를 처음 잡아보니 손잡이가 겉돌았다. 고장 난 게 아닌가 했는데 윤 소장이 쓰는 것도 마찬가지였다. 손잡이가 고정되지 않으니 갈고리에서 철사가 자꾸 빠졌다. 고난속에 10분 쯤 작업을 이어가다보니 손잡이가 겉도는 것은 마무리 돌리기 작업을 쉽고 빠르게 할 수 있도록 만들어진 것이라는 점을 깨닫게 됐다.
그런데 이 철근결속 작업이 보통 힘든 게 아니었다. 허리를 구부린 채로 앉았다 일어났다를 반복하며 철사로 묶는 일인데 허리와 무릎에 오는 통증이 이만저만 아니었다.
더구나 발이 지면이 아닌 흔들리는 철근위를 딛고 있다 보니 힘이 배로 드는 듯 했다. 보아형 트레킹화를 신었더니 신발의 조임다이얼이 철근에 걸려 빠지는 바람에 메시 사이로 발을 넣을 수가 없기 떄문이었다.
영 안 되겠다 싶어 일반 운동화로 바꿔 신고서야 땅을 딛고 작업할 수 있게 됐다. 한결 나아졌다.
윤 소장이 10개를 엮는 동안 나는 2~3개를 처리하기도 벅찼다. 그래도 30분 정도 하다 보니 갈고리를 쓰는데 이력이 붙어 속도가 조금 빨라지긴 했다. 두 사람이 두 시간 반 가까이 작업을 해서 2/3 정도 되는 분량을 결속했다.
윤 소장은 300mm 우수관을 도로지하에 매설돼 있는 흄관에 연결하기 위한 천공작업을 해야 한다며, 1/3 정도 남은 구간의 철근결속작업을 나 혼자 해볼 수 있겠냐고 물었다.
나는 걱정하지 말라고 대답하고는 혼자 작업을 이어갔다. 그런데 허리와 무릎의 통증은 시간이 흐를수록 점점 더해 갔다. 윤 소장이 배근을 할 때는 25cm 정도 간격이었는데 나 혼자하다 보니 간격이 점점 벌어졌다. 힘이 들고 통증이 심해지다 보니 나타나는 어쩔 수 없는 현상이었다.
철근 배근 간격이 좁을수록 기초가 튼튼해 진다고 윤 소장이 누차 얘기했지만, 정작 거꾸로 가게 된 것이다. 내 일임에도 말이다.
1시간 반 가량을 작업했는데도 1/3의 절반가량 밖에는 하지 못했다. 윤 소장이 쩔쩔매고 있는 내 모습을 보더니 자신이 마무리할테니 그만하고 우수관 운반을 도와달라고 했다.
우수관은 둘이 들었는데도 꽤 무거웠다. 이런 것을 평상시엔 혼자 들어 옮긴다고 했다. 이 우수관을 옮겨 흄관에 뚫어 놓은 구멍에 맞추는 것이었다. 나머지 작업은 수직으로 관을 연결해 평탄작업을 하게 될 땅위로 뽑아 놓는 것이라고 했다.
이 일을 마지막으로 오늘의 내 작업을 끝냈다. 다섯 시가 조금 넘은 시각이었다. 허리와 무릎은 여전히 아프고 온몸의 힘이 모두 빠진 상태다. 이런 상태에서 자고 일어나면 몸을 움직이는데 아무 문제가 없을지 걱정이 된다.
날도 저물어 가고 내일 부모님 산소에도 가야 하니 이쯤에서 집으로 가야겠다.
남은 일은 윤 소장이 마무리를 하기로 했다.
오늘 작업한 철근에 레미콘은 40cm 두께로 부을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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