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원생활을 꿈꾸다

벌목을 하다

주홍완 2020. 8. 21. 17:16

8월 18일(화), 터닦기 공사의 제1단계인 벌목을 했다. 땅을 구입한 뒤 처음 진행하는 공사였다.

 

다큐멘터리TV 채널에서 가끔 보던 외국의 벌목 영상을 상상했는데, 현장에서 보니 그게 아니었다.

 

엔진톱을 사용하는 전문 벌목꾼 한 명과 굴삭기를 조종하는 윤 소장이 한 조가 돼 작업을 진행했는데 50여 년생 잣나무 한 그루를 쓰러뜨리는데 불과 1분 정도가 걸릴 뿐이었다.

정말 엄청난 속도였다.

 

벌목꾼이 쓰러뜨릴 방향에서 톱질을 얕게 한 다음 반대쪽을 잘라 들어가면 굴삭기가 집게손으로 밀어 넘어뜨리는 방식이었다. 나무가 쓰러지면 벌목꾼은 톱으로 가지들을 자른 다음, 곧은 줄기를 재목 크기로 절단했다.

 

그렇게 나무를 옮겨가며 벌목을 하다가 벌목꾼이 엔진톱에 오일을 보충하거나 잠시 휴식을 취할 때면 굴삭기는 잘린 줄기와 가지들을 한 곳으로 모으는 작업을 했다.

 

톱질 중에 톱이 나무 중간에 끼기라도 하면 굴삭기가 나무 한쪽을 들어 톱을 빼낼 수 있도록 도와주는 일도 자주 일어났다.

 

50여 년을 살아온 아름드리 나무들이 그렇게 베어졌다. 그 광경을 지켜보는 내내 자연을 파괴한다는 안타까움과 나무의 생명을 빼앗는다는 미안한 마음이 머릿속에 맴돌았다.

윤 소장 땅까지 약 600평에 달하는 면적을 벌목하는데 채 8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맨땅이 드러나자 숲이었던 때와는 많이 달라보였다.

 

윤 소장은 벌목을 끝낸 뒤에도 이틀은 더 일을 해야 한다고 했다. 나무와 가지를 분리해 터닦기를 할 땅 바깥으로 쌓은 다음 표토층을 까내는 일이라고 했다. 그 일은 윤 소장 혼자 굴삭기를 이용해 한다고도 했다.

 

지적공사의 측량일자가 잡히면, 그 날짜에 맞춰 보강토블럭 축대를 쌓을 곳에 철근콘크리트 기초작업을 하고, 측량결과에 따라 정확한 지점이 표시되면 보강토블럭을 쌓겠다고 윤 소장이 앞으로의 일정을 알려줬다.

 

이렇게 한 걸음 또 앞으로 나아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