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5일(목), 정원 부지에 우수관을 매설했다.
빗물을 받아내기 위한 맨홀 4개를 설치하게 되는데, 우수관은 이들을 연결해 터밖의 주 도로 아래 있는 흄관으로 빗물을 받아내기 위한 것이다.
맨홀(A)에서 흄관까지는 300mm, 맨홀간 연결관은 200mm의 DC관을 썼다.
향후 나무를 심거나 정원을 손볼 일이 생기더라도 이 우수관이 공사로부터 영향을 받지 않도록 맨홀(A) 지점은 2m20cm 깊이로 관을 매설했다. 맨홀(B,C) 지점은 물이 잘 빠지도록 A지점보다 높은 1m60cm 깊이로 팠다.
아래땅에서 집을 짓고 있는 현장감독이 와서 보더니 가장 좋은 자재를 써서 제대로 묻는다며 한껏 칭찬을 하고 갔다.
내가 지켜보기에도 이렇게까지 깊게 매설해야 하는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그런데 윤 소장은 이렇게 해야만 향후에 정원에서 무슨 일을 하든 탈이 생기지 않고 안전하게 오래 쓸 수 있는 거라고 했다.
그러던 중 일이 터졌다.
맨홀(B)지점으로 연결되는 우수관을 묻기 위해 땅을 파던중 이미 파낸 고랑에 굴삭기가 빠지면서 한쪽으로 크게 기우는 일이 벌어진 것이다. 공투(02)라는 작은 굴삭기라 궤도바퀴가 고랑 바깥에 충분한 자리를 확보하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윤 소장이 굴삭기 자체 힘을 이용해 자세를 바로 잡으려고 안간힘을 쓰는데 쉽지 않아 보였다. 나는 저게 과연 될까 하는 걱정으로 지켜보며, 여차하면 아래 건축현장에 있는 굴삭기를 불러와야 하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하기도 했다.
그런데 노련한 윤 소장이 5분여 애를 쓰자 굴삭기가 일어서며 몸을 제대로 가눴다.
저래서 기술자구나 !!!
많은 업자들이 DC관이 아닌 값이 싼 이중관을 쓰면서 깊이도 얕게 묻기 때문에 관에 쉽게 균열이 생기거나 조금만 땅을 파도 우수관을 건드리게 돼 깨지는 일이 빈발한다고 한다.
맨홀 설치는 지반이 1차 조경을 마무리 하고 지반이 가라앉은 이후에 하기로 했다.
이렇게 해서 한 발 또 앞으로 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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