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 2일(수)
지하수 관정 맨홀에 단열작업을 했다.
요즘들어 서울도 밤엔 영하로 기온이 떨어지는 날이 이어지면서 지하수 관정이 얼지나 않을까 염려가 많았다. 양평은 서울보다 평시 기온이 3~4도 가량 낮은 곳이라 그 걱정이 더 할 수 밖에 없었다.
그제 월요일까지는 다가오는 주말에나 가서 할까 생각했었다. 그런데 수능리에 집 지을 준비를 하는 친구가 수요일에 시간이 난다며 본인 것을 하는 참에 우리 것까지 해주겠다는 전화를 해왔다. 고마운 얘기였지만 친구가 혼자 작업을 하게 둘 수는 없어 오후반차를 내고 합류하기로 한 것이다.
친구가 단열작업에 필요한 스티로폼과 필요한 자재를 준비해 오전에 먼저 가있기로 했다.
코로나19로 재택근무 중이었던 나는 아침 7시에 업무를 시작해 12시 마감을 하고는 친구가 기다리는 수능리로 향했다.
팔당터널을 지나는데 친구로부터 전화가 왔다. 우레탄폼으로 스티로폼을 붙일 작정인데 한 통으로는 부족할 것 같다며 오는 길에 한 통 사오라는 얘기였다. 마침 거쳐가야 하는 양수리에 건재상이 있기에 그러마 했다.
양서면사무소 못 미처 있는 건재상에 가서 1회용 우레탄폼을 4천 원에 구입했다.
수능리에 도착하니, 작업할 스티로폼을 차에서 내려놓은 친구가 뒷집 아주머니와 얘기를 나누고 있었다. 무슨 일이냐고 물었더니 그 뒷집은 관정 맨홀에 단열작업을 별도로 한 게 없지만 여태 얼거나 해서 문제가 된 적은 없었다고 했단다.
그래도 윤 소장과 지하수개발업체 사장 모두 단열작업은 해야 한다고 하니, 해놓고 맘 편히 지내는 게 좋겠다 싶어 친구와 일을 시작했다.
맨홀은 안쪽의 한 변 길이가 87.5cm, 높이가 85cm인 정사각형의 콘크리트 틀이고 덮개는 철판이다.
친구가 사온 스티로폼은 100mm 두께의 난연재였다. 동네서 총 5장을 샀는데 부피가 너무 커 승용차엔 실을 수가 없어 아들 차인 SUV를 몰고 왔다고 했다.
단열작업은 맨홀 내부의 사방을 스티로폼으로 감싸고 안쪽으로 덮개까지 만들어 넣는 것이다.
그런데 친구 땅에 설치한 맨홀은 아직 바닥에 몰탈처리를 하지 않았고 나중에 DC관을 추가로 넣을 거라 스티로폼을 딱 맞개 재단할 수 없는 형편이었다. 그래서 스티로폼을 여유 있게 잘라 단열만 문제없도록 한 후 나중에 마무리를 하기로 했다.
그 정도로 수능리에서 작업을 끝낸 후 서후리로 이동하기 위해 남은 스티로폼 두 장 반을 차에 싣는데, 차 밖으로 튀어나와 뒷문을 닫을 수가 없었다. 끈으로 뒷문을 엮어 맨 친구 차가 앞장서고 내가 뒤를 따르기로 했다. 뒷문이 열려 있으니아주 천천히 갈 수밖에 없었다. 이런 형편인데 다섯 장이나 일산부터 싣고 왔으니 친구가 고생깨나 했을 것 같다.
수능리에서와 마찬가지로 내가 치수를 재서 스티로폼에 금을 그어 주면 친구가 칼로 잘랐다. 치수를 딱 맞게 잘랐더니 우레탄폼을 쓸 필요도 없이 제대로 고정이 됐다. 먼저 작업한 게 있으니 서후리에서는 일이 순조롭게 진행됐다. 그래서 맨홀 단열작업은 30분도 채 걸리지 않았다.
지난 11월 28일(토)에 40~50년샹 소나무 한 그루와 공작단풍 다섯 그루를 새로 심었다. 옮겨 심고나서 바로 물울 줬어야 하는데 당시엔 호스가 얼어있어 그러질 못했다. 오늘은 어떻게든 물을 줘야 옮겨 심은 나무들이 겨울을 무사히 날 수 있을 것 같아 다시 시도를 해봤다.
수도꼭지에선 물이 쏟아지는데, 호스를 연결하면 먹통이 됐다. 수도꼭지에 고무호스를 연결하고 그 끝에 XL파이프를 길게 달아 놓았는데 고무호수 속은 물이 여전히 딱딱하게 얼어 있기 때문이었다.
날이 점점 추어질 것이기 때문에 다른 수를 써봐야 했다.
고무호스를 제거하고 XL파이프를 수도꼭지에 직접 끼우고 물을 틀어 봤다. 그랬더니 호스가 반대편 끝으로 약10cm 길이의 얼음토막을 하나씩 게워내기 시작했다. 마치 생명체가 뱃속에 든 것을 입으로 토해 내는 것 처럼 보여 희안했다. 딱딱하고 마찰력이 크지 않은 XL파이프라 밀려드는 수압에 의해 얼음들이 호스벽에서 쉽게 분리되기 때문에 나타나는 현상 같았다.
천만다행이었다. 이제 나무에 물을 줄 수 있게 됐다.
소나무를 시작으로 마지막 공작단풍나무까지 물을 줘야 하는데, 지표쪽이 대부분 얼어 있어 만만치 않았다. 의욕이 앞선 나머지 삽으로 언땅을 몇 차례 내리쳤더니 손바닥 쪽에 무리가 갔는지 삽질하는데 통증이 느껴져 힘을 주기가 어려웠다. 서투르다보니 몸부터 망가뜨리는 것 같다.
할 수 없이 삽은 친구에게 맡기고 나는 세차게 물이 나오는 XL파이프를 나무분과 땅 사이에 꽂아 넣는 일을 했다. 물이 들어가며 주변의 언 땅이 녹으면 삽을 찔러 넣고 휘저어 흙을 곤죽처럼 만들었다. 이렇게 해야 뿌리 주변의 공기를 빼낼 수 있기 때문이다. 나무분 주위를 빙 돌아가며 그 작업을 이어 갔다. 그러는 중에 땅 위로도 물이 고일 정도가 되면 주변 흙을 긁어모아 둑을 쌓고 물을 가뒀다.
이식한 나무 전체에 같은 작업을 했다. 마지막 나무까지 곤죽을 만드는 작업을 끝내고 나서 가장 먼저 물주기를 한 나무부터 둑 위를 흙으로 덮어주는 일을 했다. 둑 안에 고여 있던 물이 스며들기를 기다린 것이다.
여기까지 끝내고 난 시각이 다섯 시 반이었다. 두시 반부터 시작한 물주기 작업에 세 시간이나 걸렸다.
힘 좋은 친구가 없었더라면 혼자서는 제대로 하지도 못했을 그런 일이다.
참으로 고마운 친구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양수리에 있는 ‘연밭’이라는 식당에 가서 친구와 저녁식사를 함께 하고 이런저런 얘기를 하다 헤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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