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원생활을 꿈꾸다

겨우내 미뤘던 터닦기 공사, 다시 시작

주홍완 2021. 3. 25. 17:17

지난해 겨울이 시작되면서 멈췄던 터닦기 공사를 3월 20일(토)에야 다시 시작했다.

 

봄은 다가오는데 공사가 재개될 기미가 보이지 않아 설이 지난 이후부터는 애를 많이도 태웠다.

 

윤 소장에게 전화로 언제 시작할 수 있느냐고 물어보면 그 때마다 눈이 쌓여있어서 혹은 땅이 질어서 할 수가 없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그런 상황에선 장비 기동이 어렵다고 했다. 봄을 알리는 따뜻한 기운으로 서울엔 땅이 모두 녹고 나무들이 새순을 틔워내기 시작했건만 양평엔 눈이 여전히 쌓여 있거나 얼어있다는 얘기였다.

 

서후리가 지형상 산골짜기에 들어앉아 있어 통상 서울에 비해 3~5도 정도 기온이 낮기 때문에 윤 소장 얘기가 전혀 빈말은 아닐 터였다. 하지만, 사람이 삽으로 일을 하는 게 아니고 굴삭기로 파고 덮는 일인데 윤 소장이 말하는 이런저런 이유들이 모두 납득이 가진 않았다.

 

내가 작업재개를 독촉할 때면 윤 소장은 나무를 심는데 절대 지장이 없도록 할테니 걱정하지 말라고 했다. 그동안 윤 소장이 열과 성을 다해 일하는 모습을 봤으니 그 말을 그대로 믿고 기다리는 수밖에 없었다.

 

처음엔 한 주 전인 3월 13일에 공사를 시작하기로 했다. 그런데 하루 전인 12일, 서울에 비가 내린 날 양평엔 눈이 내려 쌓였다고 1주일을 또 연기를 해야만 했다.

 

드디어 공사를 시작하는 날 아침, 서울에 비해 추울 걸 고려해 패딩 조끼까지 껴입고 방수재킷을 챙겨 7시에 집을 나섰다.

 

서후리에 도착하니 윤 소장은 벌써 일을 하고 있었다. 벌목한 나무들이 모두 치워져 있었고 뒤쪽 진입로도 많이 깍아내린 상태였다. 주중에 며칠 일을 한 거라고 했다.

 

축대 쪽에 심으라고 윤 소장이 사온 영산홍, 자산홍, 백철쭉 묘목 300주 가량이 화물차에 실려 있었다.

 

지난주에 윤 소장이 묘목상에 가간다며 필요한 게 있으면 얘기하라고 해서 50주 정도를 부탁했는데 그 걸로는 어림없을 거라며 왕창 사온 것이었다. 남는 게 있으면 자신이 가져가겠다고 했다. 묘목상에 내가 물어본 것은 주당 1,200~1,500원이었는데 윤 소장은 1,000원씩에 사왔다고 했다. 이런 저런 도움을 받는다.

 

겨울 전에 2단으로 나눠 놓았던 땅을 집터, 온실·텃밭자리, 정원의 3단으로 나누기로 하고 일을 시작했다.

 

맨 위의 집터 자리는 집을 앉힐 자리와 잔디정원과 주차장을 꾸밀 자리로 다시 나눠 그리 높지 않은 층을 두기로 했다.

 

단지 내 큰길에서 집터로 바로 들어올 수 있도록 냈던 출입문 자리는 석축으로 막고 새로 만드는 진입로 쪽에만 입구를 만들기로 했다.

 

집터 자리와 온실자리는 단차가 2m 정도 되는데, 아래서 보면 적당해 보이는데 위에서 보면 불편을 느낄 정도로 높았다. 그래서 집터자리도 조금 더 깍아 내리기로 했다.

 

내 생각엔 집터자리를 더 낮춰서 두 단의 차이를 1m 정도로 하고 싶었지만, 윤 소장은 산 능선을 타고 내려온 암릉이 바로 지표면 아래 있어 이를 파쇄하는 게 쉽지가 않고 비용도 많이 들 거라며 암릉 위에서 집터 높이를 정리하자고 했다.

 

윤 소장이 굴삭기로 땅을 만지는 동안 나는 밀짚모자로 비를 가리며 축대 근처에 철쭉을 심었다. 5주씩 여덟 무더기를 심었다. 방수재킷을 입었지만 계속 내리는 비가 몸으로 스며들어왔다. 10시쯤 지나자 허기가 느껴지고 바람까지 세게 불어대 한기가 몰려왔다.

심고 남은 철쭉들을 가식해 놓았다. 석축조경에 맞춰 더 심을 계획이다.

12시 언저리엔 비가 내리는 사이사이 콩알만한 우박이 섞여 내렸다.

 

점심은 도장리에 있는 풍년가든에 가서 해결했다. 따뜻한 점심을 먹고 나니 추위와 피로가 어느 정도 가셨다.

 

식당서 나서는 길에 윤 소장이 멀지 않다며 설악면 이천리에 개발 중인 땅을 보러가자고 했다. 도중에 허옇게 눈을 쓰고 있는 중미산이 멀리 보였다. 오전에 일할 때 내리던 비와 우박이 산위에 눈으로 내려 덮었나 보다.

 

이천리의 땅은 청평마이더스CC를 남쪽으로 살짝 내려다보는 위치에 북쪽은 그리 높지 않은 산이 막아주고 동쪽과 서쪽까지 트여 있었다. 꽤 괜찮아 보였다. 특히 동쪽은 스위스마을과 접해 있었다. 500평짜리와 250평짜리 땅이 매물로 나와 있다고 했다.

 

서후리로 돌아와서...

온실자리와 맨 아래 정원 사이에 조경석쌓기로 경계부터 만들기로 했다. 오후 3시경에 시작한 일이 5시가 넘어가는데도 돌을 두 세 개밖에 놓지 못할 만큼 진척이 더뎠다. 윤 소장이 돌 하나를 놓으면서도 이리저리 정성을 다하했기도 하거니와 굴삭기 삽이 작아 큰돌을 한 번에 집어 올리지 못하다 보니 그런 것이었다.

 

어둠이 슬슬 밀려오고 바람까지 거세져 일을 그만 끝내고 내일 이어가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