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6일(금), 지하수 관정에 모터펌프를 설치했다.
아침 일찍 양평 현장으로 건너갔더니 처음 보는 분이 트럭에서 사각형 맨홀 두 개를 막 내려놓고 있었다. 맨홀제작업체 사장이라고 했다.
내가 이곳엔 물이 많이 나와 저수탱크를 사용하지 않을 건데 맨홀을 왜 두 개나 내려놨냐고 물었더니, 자신은 주문받은대로만 할 뿐이라고 했다.
직수방식으로 사용할 것이니 지하수개발업체 사장에게 다시 확인해 보라고 했다. 잠시 후 통화를 끝낸 그는 맨홀 하나를 차에 도로 실으며, “물이 많이 난다고 하더라도 저수탱크를 사용하는 것이 관정속의 모터펌프 보호에 좋다”고 했다.
나는 물대박을 맞았다고 할 정도로 많이 나온다는데 굳이 저수탱크를 쓸 필요가 없지 않겠냐고 다시 묻자 그는 “그렇다면 저수탱크를 안 써도 되겠다”며 차를 몰고 떠났다.
이래야 한다고 했다가 저래도 된다며 말을 바꾸는데 뭐가 맞는 건지 이 바닥은 도대체 이해가 잘 가지 않는 일 투성이다.
잠시 후 지하수개발업체 기술자들이 도착해 맨홀을 설치하고 모터펌프를 조립하는 등 설치작업을 시작했다. 그들에게 시간이 얼마나 걸리겠냐고 물었더니 바로 끝난다는 답변이었다.
그런데 그들은 작업을 다 마치기도 전에 건축이 시작된 아래 땅에 맨홀을 묻어야 한다며 내려갔다. 윤 소장도 굴삭기를 몰고 그들을 따라갔다. 무거운 맨홀을 옮기고 묻는데 굴삭기가 필요하기 때문이었다.
아래 땅에서의 작업은 바로 끝나지 않았다. 9시 30분쯤 내려갔는데 11시가 넘어도 계속 작업이 이어졌다.
옥외에서 하릴 없이 서성이는 것은 의외로 힘들고 어려운 일이었다. 다리도 아프고 하품만 자꾸 터져 나왔다. 아무래도 오전엔 안 끝나겠다 싶어 차에 가서 잠깐 눈을 붙이기로 했다.
햇살이 내려쬐니 바람을 막아주는 차 안은 아늑하고 따뜻했다. 휴대폰으로 팟캐스트를 틀어놓고 눈을 감았는데 깜박 잠이 들었나보다. 전화벨소리에 눈을 떠보니 12시 가까운 시각이었다. 앉은 채로 잠든지 30분 가까이 지난 참이었다. 아주 달디 단 꿀잠을 잤다.
전화는 윤 소장으로부터 온 것이었다. 그는 지금 모터펌프 설치를 시작했는데 어디 있느냐고 물었다. 전화를 끊고 바로 올라갔더니 모터펌프는 이미 관정 속에 들어간 뒤였고 전기선 연결작업이 진행되고 있었다.
기술자들이 수도설치작업을 이어가는 동안 나는 윤 소장과 함께 축대 쪽으로 조경용 돌을 놓는 작업을 진행했다. 1톤 가까이 나가는 돌을 굴삭기로 옮겨 세우거나 눕히고 돌려놓는 일이다. 나는 지켜보고 있다가 윤 소장이 돌 높이를 맞추기 위해 굴삭기로 한쪽을 들어 올리면 삽으로 흙을 퍼서 돌밑에 채워 넣는 일을 거들었다.
윤 소장이 이렇게 돌을 세 개 놓은 뒤 벌목전의 원 땅에서 나온 너럭바위 두 개 중 큰 것을 옮겨 왔다.
내가 큰 것은 나중에 집의 앞자리에 놓는 것이 좋겠다고 했더니 윤 소장은 자신의 머릿속에 이미 그림이 들어있다며 이런 돌은 수돗가에 놓는 것이 더 좋다고 했다. 그는 집 앞에 놓을 돌은 나중에 고민하자며 조경은 토목공사와 별개인데도 자기가 해주는 것이라며 믿고 맡겨 보라고 했다.
여기까지 작업을 마친 시각이 12시 30분, 점심을 먹으러 도장리에 있는 풍년가든으로 향했다.
점심식사를 마치고 나서 윤 소장이 공작단풍 세 그루를 자신의 터에 가식하는 것을 도왔다.
윤 소장은 오후엔 문호리 공사현장엘 가봐야 한다며, 조경과 소나무 이식작업은 다음 주에 하자고 했다. 지하수는 맑은 물이 나올 때까지 계속 물을 빼내야 하니 집으로 돌아가기 전에 모터를 튼 채로 한 시간 동안만 지켜보라는 주문을 내게 했다. 주말 동안에는 자신이 수시로 와서 틀어놓겠다고 했다.
1시간 반 가까이 물이 콸콸 나오도록 틀었는데도 물줄기 세기는 여전하다. 수맥을 제대로 잡긴 한 모양이다.
지하수 굴착과정에서 돌가루를 뒤집어 써 하얗게 변한 공작단풍과 소나무 한 그루씩을 호스로 물을 뿌려 씻어낸 다음 모터를 끄고 집으로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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