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원생활을 꿈꾸다

텃밭에 잎채소 모종을 심었다

주홍완 2021. 4. 27. 14:38

4월 23일(토)

텃밭 고르기, 채소 모종심기, 유실수 묘목심기 등 오늘도 해야 할 일이 많다.

 

농협과 양수리 읍내시장에 들러 텃밭에 필요한 물건들을 살 요량으로 7시 10분쯤 집을 나섰다. 비료와 농업용 기자재를 판매하는 양수리 소재 양서농협이 농번기인 4월부터 10월까지는 토요일에도 8시20분에 문을 연다.

 

집에서 하남까지 15분 정도 걸린다. 이른 시간인데도 스타필드 지나서 있는 팔당대교 램프 입구에 차들이 밀려 있는 모습이 보였다. 2Km 가량 직진했다가 다시 돌아와 팔당대교로 바로 올라가는 길을 택하는 것이 낫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램프로 접어들지 않고 팔당댐 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양수리에 도착한 시각이 7시50분쯤. 차를 농협 앞에 세워두고 양수시장 안에 있는 종묘상에 들러 꽃상추, 로메인, 들깨, 쑥갓 등 잎채소 모종을 먼저 샀다(2만 원). 아내는 친지와 친구, 이웃 등에 아낌 없이 나눠주려면 많이 심어야 한다면서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많은 양의 모종을 구입했다. 아무리 나눠줄 데가 많아도 너무 많다는 생각이 들었다. 열매채소 모종은 5월 초에 심어야 냉해를 피할 수 있다고 해서 고추, 오이, 토마토, 가지 등은 다음 주에 심기로 했다.

 

농협으로 다시 돌아가 가축분 퇴비 4포대, 토양 살충제 1봉, 복합비료 1포대를 샀다(3만1천860원). 퇴비 4포대를 산 건 호박 6포기를 심을 구덩이에 거름을 넉넉히 주고 열매채소를 심을 텃밭에도 추가로 주기 위함이었다. 토양살충제는 감자 심는데 꼭 필요하다고 해서, 복합비료는 처음 농사를 짓는 땅은 거름기가 부족해 뿌려줘야 한다고 해서 샀다.

 

석축을 쌓으면서 심어 놓은 영산홍이 어느새 꽃을 피웠다. 왼쪽에 쌓아 놓은 것이 농협에서 산 퇴비.

서후리에 도착해 차에서 내린 아내가 토목공사가 마무리된 터를 보고 깜짝 놀란다. 간간이 사진으로는 봤지만 실제로 현장에 와서 보니 많이 다르다면서 공사가 잘 됐다는 평가를 한다.

 

차에서 간이의자를 내려 정원자리에 갖다 놓은 뒤 텃밭에 있는 손수레를 끌고 와서 퇴비 등 사 온 물건들을 옮겼다. 그런 다음 전봇대에 달린 배전함에 가서 스위치를 올리고 지하수 맨홀뚜껑을 열어 수도 밸브를 틀었다. 이제 이런 일들은 서후리 도착하면 습관적으로 하는 루틴이 됐다.

 

아내와 간이의자에 앉아 차를 한 잔(나는 냉수로)하며 주변경치를 둘러보고 이야기도 나눴다. 처음 숲이 우거져 있는 땅을 살 때 아내가 가졌던 막연한 불안감은 이제 완전히 가신 듯했다. 만족스러워 하는 아내 모습을 보니 기분이 좋아졌다.

 

겨우내 중단됐던 공사가 시작된 아랫집에 건축주가 나와 있었다. 오셔서 차 한 잔 하시라고 얘길 건넸더니 바로 올라오셨다. 본가는 일산이고 3년 전에 문호리로 집을 지어 들어오셨다는 분으로 연세가 70여 세 되신 분이다. 지금 짓고 있는 집은 중목구조주택이다. 핀란드산 재목을 들여와 짓는 집으로 평당 건축비가 800만 원가량 든다고 했다. 아내가 집 구경을 하고 싶다고 했더니 흔쾌히 안내를 해주셨다. 바닥면적 40평의 1층 집이었다. 내부를 보니 우리에게 익숙한 구조는 아니었지만 중목구조의 큰 나무가 주는 안정감, 편안함이 느껴졌다.

 

핀란드식 중목구조로 건축 중인 아랫집

집구경을 마치고 돌아와 일을 시작했다.

 

지난주에 퇴비를 뿌려놓은 자리를 다시 삽으로 뒤집으며 돌을 한 번 더 골라내고 이미 골라낸 돌무더기를 아래의 정원터로 옮기는 작업을 했다. 나는 삽질을 하고 드러나는 돌들은 아내가 골라냈다.

 

일을 시작한지 조금 지나자 허리에 통증이 도졌다. 동작이 굼떠지고 엉거주춤한 자세가 자주 나오기 시작했다. 아내는 무리하지 말라고 했지만 안 할 수도 남에게 미룰 수도 없는 일이니 참고 이어가는 수밖에 없었다.

 

종묘상에서 사 온 모종은 종이상자 속에 그대로 두었지만 햇볕이 강해지자 조금씩 시들기 시작했다. 서둘러 땅에 옮겨 심어야 했다. 내가 넓게 만들어 놓은 두둑을 헤치고 나누면서 이랑을 만들면 아내는 이랑 위를 손으로 고른 다음 구멍을 파고 모종을 심어 나갔다. 모종이 다 심긴 이랑엔 조로(물뿌리개)로 물을 뿌려줬다.

 

온실자리에 만든 텃밭. 왼쪽이 오늘 심은 잎채소, 중앙은 열매채소, 오른쪽은 감자를 심을 자리.

일에 집중하다보니 어느덧 12시 반이 넘었다. 아침을 일찍 먹어서인지 허기가 많이 느껴졌다. 아직 해야 할 일이 많아 점심을 먹으러 멀리 가긴 어려워 송골 초입에 있는 밥집에 가서 간단하게 해결하기로 했다. 1시 이전에 가면 다른 손님들로 붐빌 것 같아 조금 더 기다렸다가 내려갔다.

 

우리가 바랐던 대로 식당엔 아무도 없었다. 백반으로 점심을 먹고 나서 주인 내외와 이런저런 얘기를 나눴다. 바깥주인은 트랙터로 근처 주민들 텃밭 갈아주는 일도 한다고 했다. 20~30평에 불과한 텃밭이지만 삽으로 파일구기엔 너무 힘든 일인지라 내년부터는 기계에 맡겨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유실수에 대해 물어보니 사과, 복숭아, 체리, 살구, 자두 등은 잘 되는데 감은 안 된다고 했다. 몇 년 전에 대봉감나무를 갖다 심었는데 지난 겨울에 얼어 죽었다고 했다. 고구마와 옥수수는 절대 심지 말라는 얘기도 했다. 고라니와 멧돼지가 가만두지 않는데 울타리를 웬만큼 높게 쳐도 막기 어렵다고 했다. 옥수수도 심으려고 퇴비를 추가 구매한 건데 아쉽다.

 

점심을 먹고 왔더니 아랫집 공사를 하는 굴삭기가 우리 터를 통해 들어와서 그 집 위쪽에 배수로 작업을 하고 있었다. 배수로를 본인 땅이 아닌 위쪽의 산에 내고 있어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건축이나 토목공사에서 남의 땅을 침범해도 되는 일은 어떤 경우에도 없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말이다. 더구나 그곳은 지목이 임야이니 불법 산림훼손이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쨌든 내 땅이 아니니 참견할 일은 아니고... 굴삭기가 진입하면서 내가 오전에 파두었던 호박 심을 구덩이를 무너뜨렸던 건지 나가면서 구덩이에서 흙을 몇 삽 파내고 갔다. 뒤를 이어 U자관을 실은 트럭이 들어와 짐을 부려놓고 나갔다.

 

배수로공사를 하는 분들에게 더 이상 차가 들어올 일이 없다는 걸 확인하고 호박구덩이에 퇴비를 부었다.

 

복숭아 묘목 심을 자리를 삽으로 파는데 밑에 묻혀있는 돌이 얼마나 큰 지 구덩이를 옆으로 계속 넓혀가며 파내야 했다. 마치 큰 바위처럼 느껴졌고 힘도 여간 드는 게 아니었다. 천신만고 끝에 돌을 캐내 보니 10Kg이 넘어 보였다. 이 정도 돌이 땅속에 묻혀 있었으니...

 

그 때 일산집에서 출발한 수능리 친구 내외가 도착했다. 친구에게 삽질을 맡겼더니 나와는 차원이 다르게 능숙한 솜씨와 엄청난 힘으로 일을 해냈다. 시골서 자라며 일을 해 본 사람과 안 해 본 사람의 차이다. 친구 힘을 빌어 복숭아 묘목 두 주와 감 묘목 두 주를 심었다. 묘목을 심는 사이에 아내가 친구 집 짓는데 참고하면 좋을 거라고 친구 부인을 데리고 아랫집 구경을 다녀왔다. 

 

잠시 이야기를 나누고 친구 부부는 돌아갔다.

 

마지막으로 감자 심을 이랑에 토양살충제 한 줌을 흩뿌리고 잎채소 모종을 심은 곳엔 고랑에 복합비료를 아주 조금씩 뿌려 줬다. 농약과 화학비료는 쓰지 않으려 했는데 주위의 얘기를 듣고 일단 샀으니 안 쓸 수도 없고 해서 아주 조금씩만 뿌렸다.

 

허리가 안 좋은 나를 생각한다고 아내가 일을 많이 했다. 몸이 부실하니 이래저래 면목이 안 선다.

 

하남 스타필드에 들러 차 정비점검을 해야 해서 4시 반쯤 일을 끝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