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5일(수)
며칠 전 블루베리전문농장으로부터 한 달 전쯤 예약한 블루베리 5주를 이번 주 안에 보내주겠다는 연락을 받았다. 금요일까지 묘목이 도착하면 토요일에 가서 심고 텃밭일도 마무리할 계획을 세웠다.
그런데 지난 월요일, 아내가 어버이 날(토)에 맞춰 친정에 다녀오겠다고 했다. 나는 주말에 양평 가서 해야 할 일이 많으니 친정은 어린이날에 당겨서 다녀오면 어떻겠느냐고 권했다. 하지만 아내는 주말에 어버이날을 맞는 게 흔치 않으니 꼭 그날에 맞춰 다녀오고 싶다고 했다. 아내가 어떤 마음으로 친정에 다녀오겠다는 것인지를 아는 만큼 내 생각만 내세울 수가 없었다.
혼자서 하루에 텃밭일을 마무리하고 블루베리까지 심고 돌아오기는 무리라고 판단돼 계획을 바꿨다. 어린이 날인 오늘 아내와 함께 가서 모종 심는 텃밭일을 하고 시간이 남으면 고라니방지 울타리까지 치기로 했다.
이런 생각을 갖고 오늘도 양수리 종묘상에 들러 열매채소인 호박, 오이, 가지, 고추 모종과 당근씨앗 그리고 고라니방지울타리용 그물(높이 1.2m, 길이 40m)을 샀다. 아내는 종묘상에서 조금 떨어진 떡집에 가서 새참거리로 몇 가지 떡을 샀다. 서울까지 꽤 알려진 떡집이라는데 그 집 앞엔 이른 시각인데도 서너 명이 줄을 서 있었다.
서후리에 도착해 나는 유실수 묘목 자리에 빈 퇴비포대를 펴서 덮어주는 멀칭 작업을, 아내는 추가로 사 간 대파모종을 심는 일부터 시작했다.
나는 멀칭작업을 끝낸 다음 텃밭에 만들어 놓은 두둑을 둘로 나눠 앞쪽 1/3 쯤에는 당근씨앗을 뿌렸다. 나머지는 이랑과 고랑으로 나눠 이랑 세 개를 만들었다. 새로 만든 이랑의 멀칭은 아내가 알아서 하겠다고 해서 나는 호박모 심는 일로 옮겨갔다.
호박모 심을 자리는 2주 전에 산 아래쪽에 구덩이 6개를 파고 퇴비를 뿌려 놓았었다. 그 자리에 애호박과 맷돌호발 모종을 각각 세 포기씩 심었다. 애호박 모종은 나중에 지주를 꽂아 줄기가 위로 올라가도록 할 계획이다. 맷돌호박은 땅위로 줄기를 뻗어가도록 하면 될 것이다. 유튜버들이 알려주는 대로 구덩이를 판 다음 퇴비를 듬뿍 주고 그 위에 흙을 얇게 덮은 뒤 심었다. 주위 분들과 나눠 먹을 수 있을 만큼 호박이 열리면 좋겠다는 꿈을 꿔 본다.
오전 일을 마무리하고 문호리에 있는 복오리집에 가서 수능리 친구, 그 집 짓는 분들과 함께 점심을 먹었다. 친구가 지붕 올리는 일까지 끝낸 골조팀이 오늘 철수한다며 점심을 대접하는 자리였다. 식사 후 친구와 인부들은 공사현장으로 바로 돌아가고 나는 아내와 함께 고라니방지 울타리에 쓸 지주를 사기 위해 문호리 농협으로 갔다.
지주는 1.5m와 1.8m짜리 두 가지가 있었다. 아침에 종묘상에서 사 온 그물 높이에 맞춰 1.5m(개당 1천500원)짜리를 10개 사고 괭이를 하나 추가했다. 아내는 일궈놓은 밭이 넓으니 모종이 더 있어야겠다며 고추, 들깨, 오이 등 모종 몇 가지를 더 샀다. 옆에 수박과 참외 모종이 보이길래 아내의 반대를 무릅쓰고 세 포기씩을 추가했다.
서후리로 돌아와 아내는 새로 사온 모종을 심고 나는 블루베리 심을 자리를 만드는 중에 친구가 울타리 치는 걸 도와주겠다며 수능리에서 건너왔다. 텃밭을 둘러 지주를 박고 친구와 그물을 지주에 매어 나갔다. 친구는 지난 2년 간 텃밭 경험이 있거니와 워낙 손재주가 좋은 탓인지 일을 아주 맵시있게 잘 해나갔다.
그 사이에 분당 사는 아내 친구 부부가 바람 쐬러 양수리에 온 김에 왔다며 들렀다. 그 분들과 잠깐 인사만 나눈 뒤 나는 친구와 하던 울타리 작업을 이어갔다. 한 사람은 그물을 잡고 한 사람은 줄을 매야 작업이 원활하기 때문에 혼자에게만 맡겨 둘 수가 없었다. 울타리 작업을 끝낸 뒤 친구는 일이 있다며 서둘러 돌아갔다.
아내 친구의 남편과 이야기를 나눴다. 부동산 감정평가사업을 하는 분인데, 경험도 없는 사람이 나무가 어떻게 울창한 임야를 사서 이런 땅을 만들었냐며 놀라워했다. 땅을 보러 다니던 때부터 매매계약, 허가 획득, 개발까지의 전 과정을 설명했더니 거듭 놀라워했다.
네 시가 넘어가자 아내 친구 부부는 돌아갈 길이 많이 막힐 거라며 그만 돌아가겠다고 했다. 서산이 해를 가려 응달이 지고 바람까지 불어 오니 기온이 떨어지기 시작했다. 편히 얘기를 나눌만한 자리가 안 되니 말릴 수도 없었다. 나중에 자리가 잡힌 다음에 놀러 오시면 잘 대접하겠다는 말로 배웅인사를 했다.
텃밭에 올라가 보니 심지 않은 모종이 세 개 보였고 새로 심은 모종엔 물도 줘야 했다. 남아 있는 모종은 오는 토요일에 좋은 자리를 잡아 다시 심기로 하고 빈 곳을 찾아 꽂고 텃밭 전체에 물을 뿌린 뒤 일을 끝냈다.
※ 정원 관리용 호스 구입
3주쯤 전에 인터넷에서 산 30m짜리 호스가 있다. 광고에는 13~19mm까지의 수도에 연결 가능하다고 해서 구입한 것인데 눈으로 보기에도 호스가 가늘어 보여 확인해 보니 호스 자체의 내경은 12mm에 불과했다.
광고에서 얘기하는 다양한 수도꼭지에는 어댑터를 써서 연결할 수 있다는 것인데 그 어댑터가 수압을 견뎌내질 못했다. 절연테이프로 묶어봐도 안 됐다. 도저히 사용이 불가능해 전화로 판매자에게 물어보니 어댑터 얘기만 했다. 호스에 물이 들어가면 반품이나 교환이 안 된다고 했다. 사이트 어디를 둘러봐도 호스 자체의 내경에 관한 정보는 없었다. 아파트생활만 해 본 사람이 수도꼭지 외경이 몇 mm인지 아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일반적인 가정용 수도꼭지는 외경이 대부분 16mm이니 인터넷에서 호스를 구입할 때는 내경이 16mm 이상 돼야 한다. 이런 내용을 안내하는 사이트를 찾아 꼭 확인하고 주문하는 게 좋다는 생각이다.
친구가 차에 싣고 다니던 호스가 생각나 가져다 수도꼭지에 끼워봤더니 딱 들어맞아 내가 쓰기로 하고 받았다. 덕분에 오늘 마무리로 물주는 일은 수월하게 진행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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