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15일(토), 오늘은 오후부터 전국적으로 적지 않은 양의 비가 온다는 예보가 있다. 양평 날씨를 봤더니 아침부터 비가 온다고 나왔다. 어쨌거나 서울은 비가 오지 않고 있으니 아침 일찍 가서 오전에 일을 끝낼 요량으로 집을 나섰다.
어린이 날 심은 호박모 중에 1포기가 영 시원찮아 보이길래 양수리 종묘상에 들러 멧돌호박모 2포기를 1천원 주고 샀다. 그 사이에 아내는 ‘클라라 & 커피’라는 떡집에 가서 떡을 하나 샀다.
서후리 도착해 보니 상추를 비롯해 울타리 안에 심은 채소들은 잘 자라고 있었다. 당근 씨앗을 파종한 곳엔 아직 아무 것도 나지 않았다. 잘 못 뿌린 건지 시간이 더 걸려야 나는 것인지 알 수 없으니 조금 더 기다려봐야 할 것 같다. 산 쪽에 심은 호박모들을 보니 애호박 세 포기는 떡잎까지 모두 잘 살았는데 멧돌호박 세 포기는 떡잎이 모두 시들거나 말라붙어 있다. 멧돌호박모 심긴 자리가 센 바람을 더 많이 받기 때문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새로 사 간 호박모 한 포기는 기존 모 옆에 심었다. 둘 다 잘 살더라도 각기 다른 방향으로 덩쿨을 뻗게 해주면 문제는 없을 것 같다, 남은 한 포기는 지난주에 구덩이를 파다가 묻힌 돌이 너무 커서 밑거름 주기를 포기한 자리에 아내가 심어 버렸다. 거름을 하지 않은 곳이라 안 된다며 말렸지만 아내는 뿌리에 가깝지 않게 퇴비를 뿌려주면 된다며 괜찮다고 했다.
울타리 안에 심은 모종 중에 수박과 참외 모종을 새로 만든 두둑으로 옮겨 심자는 일로도 아내와 실랑이를 벌였다. 아내는 지금 심긴 자리에 그대로 두자고 했고 나는 거름을 안 준 곳이고 통로라서 안 된다고 했다. 결국 몇 포기만 밖으로 옮겨심기로 했는데 황당하게도 참외와 오이 모가 구분이 안 됐다. 종묘상에서 살 때 표시를 해뒀어야 했는데...
아무튼 퇴비를 충분히 뿌려 둔 새 두둑으로 수박모 세 포기와 참외인지 오이인지 모를 몇 포기를 옮겨 심었다. 나중에 자라서 열매를 맺으면 알게 될 거고, 고라니를 비롯한 산짐승들이 울타리 밖에 있다고 맛있게 먹으면 그 또한 괜찮은 일이라고 생각했다.
아내는 새소리를 들으며 차를 마시고... 나는 블루베리 주위를 좀 더 두툼하게 덮어주기 위해 지난해 벌목한 나무를 쌓아둔 곳으로 가서 잣나무잎을 한 포대 훑어와 다섯 군데에 나눠 잘 깔아 줬다.
양평지역엔 아침부터 비가 내린다던 예보가 어디로 갔는지 햇볕은 점점 뜨거워 졌고 그에 따라 기온은 30도를 향해 달음질치는 듯 여름철 더위가 느껴졌다. 셔츠가 젖을 정도로 땀이 흐르고 갈증은 심해져 물을 여러 차례 마셔야 했다.
당장 햇살이 아무리 따갑더라도 지난 4월 초에 인터넷으로 구입해 한쪽에 가식해 놓은 조경수 묘목들을 자리를 정해 심기로 했다. 오늘과 내일 비가 온다고 했으니 뿌리를 내리는데는 문제가 없을 것이다.
전에 심었던 대추 묘목 두 주 가운데 굴삭기에 줄기가 꺽인 한 주에서 아직 싹이 나지 않고 있어, 윤 소장에게 주기로 하고 가식해 두었던 한 주를 우리 터에 자리를 정해 심었다. 가식상태였지만 여러 군데서 싹이 돋고 있는 참이었다. 윤 소장 터는 언제 정리될지 기약이 없는 터라 묘목을 가식한 채로 무한정 둘 수 없는 사정도 있었다.
황금눈향 4주는 아래와 위의 석축에 각각 2주씩 나눠 심었다. 주목 5주와 가이즈까향나무 5주는 울 안 여기저기 흩어서 심었다. 같은 종류뵬로 모아서 심는 게 좋을지는 다음 주에 다시 판단해야 할 것 같다. 생각이 바뀌게 되면 또 옮겨 심어야 한다.
아내가 나무 심은 자리에 조로로 물을 줬다. 흠뻑 준 물이 잦아든 곳부터 나는 고무래로 흙을 긁어 나무 주위를 봉긋하게 덮어 줬다. 새로 심은 나무 전체에 대해 작업이 끝난 뒤 호스로 물을 다시 뿌려 줬다.
어느덧 시각은 1시를 넘어섰다. 채소밭을 포함해 전체적으로 물을 뿌려주고 일을 마감하기로 했다. 물뿌리기가 거의 끝날쯤에 빗방울이 후두둑 떨어지기 시작했다. 때를 잘 맞췄다.
문호리에 나가 점심을 먹고 근처에 있는 드라이빙레인지에 가기로 했다. 아내가 오는 수요일(부처님 오신 날)에 라운딩 약속이 잡혀 있다고 해서다.
문호리 가기 전 수능리 길가에 몽키가든이라는 곳이 있다. 평상시 지나다보면 대부분 젊은 사람들이 줄을 서있기에 아이들을 데리고 원숭이와 같이 놀 수 있는 카페 같은 곳인가 보다 생각했다. 그런데 오늘은 그곳을 지나는데 아내가 인터넷에 찾아보더니 베트남음식을 파는 꽤 알려진 맛집이라고 했다. 그곳에서 점심을 먹자는 아내의 제안에 따라 이미 지나친 길을 다시 돌아갔다.
식당에 들어가 보니 분위기가 괜찮고 깨끗해 보였다. 작년에 문을 열었고 주방장이 원숭이를 닮아 몽키가든이라는 이름을 붙였노라고 종업원이 알려줬다.
음식을 주문하고 기다리는데 수능리 친구로부터 전화가 왔다. 건축현장에 나와 철근 엮는 일을 하고 있다고 했다. 인부들이 해놓은 일이 맘에 들지 않아 직접 하는 거라고 했다. 예상했던 대로 친구는 야근을 하고 온 길이라고 했다. 식당으로 청했지만 아침을 늦게 먹어 생각이 없다고 했다. 나도 정해 놓은 일정이 있는지라 되짚어 수능리에 들어가 볼 사정이 안 돼 다음 주 토요일에 보기로 하고 전화를 끊었다.
나는 평상시에 베트남음식을 잘 먹지 않아서 모르겠는데 아내가 나온 음식을 먹어보더니 맛이 좋다고 했다. 아이들 데리고 오면 들를 데가 생겨서 좋다고도 했다.
두 시간 동안 아내의 골프연습을 도와주고 코스트코 하남점에 가서 회원가입을 한 뒤 장을 봐 집에 돌아오니 8시가 넘었다. 오늘도 고된 주말 하루를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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