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원생활을 꿈꾸다

귀한 손님과 서후리서 첫 점심을 바비큐로...

주홍완 2021. 5. 23. 20:30

5월 22일(토)

오늘도 이른 아침을 먹고 양평으로 향했다. 고추, 오이, 가지, 애호박 등 열매채소들에 줄을 매고 지난주에 심은 조경수 묘목들을 돌아보기 위해서다.

 

서후리 도착해 텃밭으로 먼저 간 아내가 깜짝 놀란 듯 소리를 질렀다. “어머, 얘들 좀 봐!!!” 무슨 일인가 했는데 아내의 그 다음 말이 이어졌다. “일주일 새에 이렇게나 많이 컸네~~”

 

서둘러 가보니 아내가 놀랄만 했다. 상추를 비롯한 채소들이 참 많이 컸다. 씨앗으로 뿌린 당근모판에도 싹들이 올라와 있었다. 잘못 파종해 아무 것도 올라오지 않으면 어떡하나 걱정을 했는데 다행이다.

 

그런데 고추, 토마토, 오이, 호박 등은 별로 자라질 않았고 상태도 시원찮아 보였다. 5월 5일 모종으로 심었는데 바로 뒤인 6일과 7일 이틀간 바람이 많이 불면서 갑자기 야간 기온이 5도 이하로 떨어지면서 냉해를 입은 것 같다. 원래 5월 8일에 심으려던 계획을 아내가 친정에 다녀와야 한다고 해서 당겨 심은 것인데 ... 아직 키가 작으니 말뚝을 박고 줄을 매려던 계획은 한 주 미뤄야겠다.

 

그 와중에도 고추모 하나는 꽃을 피워 냈다. 식물들이 척박하고 안 좋은 환경에 처하면 종족보존을 위한 번식활동이 더욱 활발해진다던데 그건 건가 보다. 블루베리 묘목들은 활착이 잘 되고 있는 것 같았다. 주목과 향나무를 비롯한 조경수, 대추, 사과 등 유실수들 대부분도 새로 나온 싹들이 잘 자라고 있었다.

 

그런데 복숭아 묘목은 마도카와 만생황도에선 새싹이 나와 잘 자라고 있는데 유명 묘목은 원 대목에서만 싹이 몇 개 나오고 위쪽 접목에선 아무 소식이 없다. 대봉감 묘목 두 주에서도 아직 소식이 없다. 섣불리 실패한 거라고 단정하긴 이르고 당분간은 지켜봐야 할 것 같다.

 

날씨가 풀리자 봄이 온 줄 알고 가지로 물을 한껏 올렸다가 동해를 입어 앙상한 가지로만 서있던 공작단풍 한 그루에서도 작은 싹들이 나오고 있었다. 삶을 이어가려는 의지를 온몸으로 보여주니 참으로 대견스럽고 아름웠다. 풍성한 가지와 잎들을 드리우려면 앞으로 몇 년이 걸릴지 모른다. 이전 모습으로 아예 돌아가지 못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기다리며 이곳에 올 때마다 응원을 아끼지 말고 쓰다듬으며 기운을 전해 주련다.

 

냉해를 입은 호박모들은 거름 많이 먹고 무럭무럭 잘 자라길 바라며 주변에 원을 파고 복합비료를 한 줌씩 뿌린 뒤 퇴비를 넣어 줬다.

 

점심때 아내 회사의 우 실장 부부가 오셨다. 즉석밥과 고기에 후식까지 싸들고 오셨다. 얼마 전 그 분들로부터 고향인 강원도 영월에 가서 뜯어 왔다는 엄나무순 한보따리와 점심까지 대접받았던 터라 주변의 맛집으로 모실까 했는데 오늘은 그 기회가 없게 됐다.

 

손님이 오셨는데 따가운 햇살 아래 편히 앉을 곳도 없어 괭이로 숲 언저리의 나무 그늘 아래 땅을 골라 앉을 자리를 마련해 돗자리를 펴고 둘러앉아 첫 수확한 상추에 고기쌈을 싸서 맛있게 점심을 먹었다.

 

오래 전부터 전원생활을 하려고 땅을 찾으러 다니신다는 분들이라 점심식사 후에 산책을 겸해 동네구경에 나섰다. 복합문화공간인 오르다온까지 오르며 주변의 집들과 계곡도 살펴봤다.

 

산책에서 돌아보니 시간이 벌써 5시 가까이 됐다. 자리를 비운 사이 길고양이와 새들이 와서 떨어진 음식들을 싹 해치웠는지 주변이 깨끗해져 있었다. 가신다는 그분들께 아내가 밭에 가서 채소를 뜯어다 싸드렸다. 조만간 숯불바비큐그릴이라도 장만해 그분들을 한번 초대해야겠다.

 

다음 주쯤이면 수확할 수 있는 채소가 많아질 듯한데 첫 수확인 오늘은 양이 얼마 되지 않아 우리집에 가져올 것은 없다.

 

다음 주에 필드에 나간다는 아내를 위해 오늘도 서종골프연습장에 들러 연습공을 치고 코스트코로 가 장을 봐서 집으로 돌아왔다. 아침에 집을 나선지 15시간 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