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8일(토)
새벽에 가락시장을 다녀왔다. 어버이 날을 맞아 친정에 다녀오겠다는 아내와 장인어른께서 좋아하시는 생선들을 샀다. 서둘러 아침을 먹고는 아내가 싸준 김밥 도시락을 들고 양평으로 향했다.
블루베리 묘목 다섯 주를 심는 게 오늘 할 일이다. 한 달 전쯤에 깨비농장이라는 블루베리묘목 전문농장에 예약구매를 했는데 어제야 택배로 받았다. 내한성이 강하고 열매가 크다는 드래퍼 3주, 리버티 2주다.
서후리 도착해 둘러보니 어린이 날에 친 고라니방지용 울타리가 잘 서있고 안에 있는 채소들도 잘 자라는 듯 보였다. 다만 울타리 밖에 심은 호박 6포기 중에 애호박과 맷돌호박 모 한 포기씩이 영 시원치 않아 보였다. 그 중 맷돌호박모는 아예 꺽인 듯 고개가 땅에 닿아 있고 나머지 잎들도 시들해 보였다. 어제와 그제 기온이 떨어져 냉해를 입은 건지, 심을 때 뿌리를 풀어준다고 손으로 털어주는 과정에서 잘못된 건 아닌지 걱정이 됐다.
어쨌든 채소 모종들은 이따가 걱정을 다시 하기로 하고 블루베리 묘목 심을 준비를 했다. 우선 온실자리와 정원자리를 나누는 1단짜리 석축에 붙여서 흙을 파낸 다음 큼지막한 돌들로 둥그렇게 돌을 쌓아 올리는 방식으로 구덩이 5개를 만들었다. 이 구덩이들을 만드는데 오전 시간이 다 갔다.
친구가 전화로 어제 창문 다는 공사를 했다며 오늘은 근무가 있어 새벽에 수능리를 다녀갔다고 알려왔다. 건축공사는 순조롭게 진행되는 것 같다. 아내가 친구 것까지 김밥을 싸줬는데 혼자 먹게 됐다.
따사로운 햇살과 새 소리를 반찬 삼아 캠핑의자에 앉아 김밥을 먹는데 바람이 자꾸 밀짚모자를 벗겨 갔다. 혼자서 먹는 모습이 외로워 보여 장난이라도 치려는 것인지...
날씨예보에선 오늘 황사가 심하고 태풍급 바람이 분다고 했는데, 오후 들어서면서 바람이 점점 거세졌다. 오전에 구덩이 파면서 흘린 땀에 황사가 범벅이 됐는지 얼굴을 손으로 문지르자 모래 같은 게 밀린다.
점심을 먹고 나서 지치고 나른한 몸을 의자에 기댄 채 쉬려 잠시 쉬려 했는데 바람이 또 밀짚모자를 멀리 던져 버린다. 게으름 피지 말고 일을 하란 얘긴가 보다.
피트모스 250L 한 포대를 흙과 5:5~7:3 비율로 섞어 블루베리 3주를 심으라는 묘목농장의 권고에 따라 우선 피트모스 250L 두 포대를 열어 평평한 땅위에 쏟아 놓고 손으로 덩어리들을 으깼다.
잘게 부순 피트모스를 5개 구덩이에 고르게 퍼 넣으니 한 구덩이에 8삽씩이 들어갔다. 그에 따라 흙을 각각 4삽씩 넣은 다음 손으로 흙과 피트모스를 골고루 섞어 줬다.
묘목은 끝자리에 드래퍼를 시작으로 리버티와 번갈아 섞어 심었다. 깨비농장 사이트에 드래퍼와 리버티가 서로 수분수 역할을 한다고 나와 있다. 이렇게 섞어 심으면 꽃가루 수분은 문제가 없을 것 같다. 호스를 구덩이에 꽂은 다음 물을 듬뿍 줬다. 심고 나서 묘목을 덮어준 흙이 물에 쓸려간 자리는 호미로 북돋아 주듯이 흙을 4~5cm 가량 덮어 줬다.
블루베리는 산성토양에서 자라고 뿌리가 얕게 옆으로 퍼지는 천근성이라 멀칭이 필수라고 한다. 멀칭 재료는 따로 구입하지 않았기에 빈 포대를 들고 숲에 들어가 솔잎을 긁어다 구덩이 위를 덮어 줬다. 솔잎, 소나무 껍질 등이 산성이기 때문에 멀칭재료로 쓰면 된다고 하는데 주변 숲이 온통 잣나무니 그 잎을 구하는 데 문제가 없다.
작은 묘목이었지만 바람에 흔들리는 모습이 불안해 보였다. 판매상에서 권고하는 대로 전지가위로 10cm 가량만 남기고 줄기를 모두 잘라줬더니 센 바람에도 크게 흔들리지는 않았다.
이렇게 해서 블루베리 묘목 식재작업이 끝났다. 열매를 맺으려면 3년 정도 걸린다고 한다. 다섯 주 모두 잘 뿌리를 내리고 튼튼하게 자라길 바랄 뿐이다.
지난 어린이 날, 자리가 부족해 퇴비도 뿌리지 않은 맨 땅에 심어 놓은 수박, 참외, 오이 모종을 옮겨심기 위해 울타리 밖에 두둑을 새로 만들고 거름을 뿌렸다. 다음 주말에 호박모를 몇 포기 더 사다 심으려고 땅을 파는데 얼마나 큰 돌이 묻혀 있는지 아무리 옆으로 삽질을 이어가도 돌이 드러나질 않아 결국 포기하고 말았다. 이미 심어 놓은 자리에 한 포기씩 더 심어야겠다.
의자에 잠시 앉아 쉬었다가 오늘 일을 마무리하려 했는데 거세게 부는 바람이 묘목을 담아 온 박스, 벗어서 나무에 걸어 둔 옷이며 모든 걸 날려 버린다. 쓰고 있는 모자까지 턱걸이가 소용없이 자꾸 날아갔다.
오후 네시 반, 텃밭 전체에 물을 주는 걸로 일을 마무리 했다.
'전원생활을 꿈꾸다' 카테고리의 다른 글
귀한 손님과 서후리서 첫 점심을 바비큐로... (0) | 2021.05.23 |
---|---|
텃밭 정리, 조경수 정식, 새로 찾은 식당서 점심 (0) | 2021.05.16 |
텃밭에 고라니막이 울타리까지 쳤다 (0) | 2021.05.07 |
새 이웃도 만난 텃밭 2주차 주말 (0) | 2021.05.04 |
텃밭에 잎채소 모종을 심었다 (0) | 2021.04.2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