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17일(토)
윤 소장과 만나 터닦기 공사 마무리를 하기로 한 날이다.
아내가 같이 가겠다는 걸 공사가 끝난 뒤에나 같이 가자고 말린 후 혼자 집을 나섰다.
서후리 도착해보니 윤 소장에게 지난주 주문했던 것들이 모두 돼 있었다. 윤 소장이 주중에 작업을 해놓은 것이었다. 윤 소장에게 전화를 해서 왜 혼자서 일을 다해놓았느냐고 했더니 내가 추운데 와서 떨까봐 혼자서 했다고 했다.
나무를 옮겨 심는데 가장 큰 힘이 드는 일은 굴삭기가 한다. 하지만, 나무를 가식한 자리에서 뽑아 올리려면 그 전에 슬링바를 나무에 묶고 그 고리를 굴삭기 코에 걸어야 한다. 심을 장소에 가서는 미리 파놓은 구덩이에 들어가서 나무의 방향을 맞추고 바로 세우는 일이 필요하다. 그 다음 뿌리 밑에 흙과 돌을 채워 넣어 고정시킨 다음 굴삭기 코에서 슬링바 고리를 빼내야 하는데 이런 일들은 사람이 조수로 나서서 해야 한다.
굴삭기 기사 혼자 이식을 하려면 조수가 도와줘야 하는 이런 일들이 상당히 번거로울 뿐만 아니라 시간도 많이 걸릴 수밖에 없다.
어쨌거나 오늘 하기로 한 일들이 모두 돼 있으니, 나는 가식해 놓은 유실수들을 자리를 찾아 심고 텃밭자리에 이랑을 만드는 일을 하기로 했다.
온실자리에 텃밭을 만들 요량으로 돌을 고르면서 두둑을 치는데, 엄청나게 많은 돌이 섞여 있는 흙을 갈퀴로 긁어 돌을 골라내는 일이 보통 힘든 게 아니었다. 게다가 한방향으로만 갈퀴질을 하다 보니 몸의 균형이 무너지면서 허리에 통증이 오기 시작했다. 십수년 전 허리가 안 좋을 때 가끔 엄습하곤 하던 허리가 빠지는 듯한 느낌도 함께 왔다.
정형외과에서 기립근을 강화해야 한다는 말을 듣고 틈틈이 윗몸일으키기를 하는 것으로 허리통증을 몰아냈었는데, 작년에 축대공사를 할 때 철근 묶는 작업을 하다 도진 것이 다시 말썽을 부리게 된 것이다.
이런 고통과 어려움 속에 20평가량의 텃밭을 만들고 퇴비까지 뿌려 펼쳐놓는 것으로 대충 마무리했다. 다음으로 대추 묘목 두 그루와 복숭아, 사과 묘목 한 그루씩을 경사면을 따라 석축 위쪽으로 심은 다음 퇴비포대를 펼쳐 묘목 위쪽으로 땅을 덮어주는 멀칭까지를 했다.
일을 하는 동안 허리통증은 점점 더해 갔다. 허리를 구부리려면 마음의 준비가 필요했고 심호흡을 해야 했다. 걸음을 떼다가 허리가 빠지는 느낌이 오면 그 자리에 멈춰서 깊게 숨을 들이쉬고 두 손으로 허리를 지탱하며 몸을 달래야 했다.
변덕스런 날씨가 불러온 세찬 바람이 벚꽃들을 허공에 흩뿌리며 꽃비를 선사했지만 기진한 상태에서 고통까지 밀려오니 그 풍경을 아름답다고 느끼며 즐길 여유가 없었다.
엉금엉금 기다시피하니 동작이 더딜 수밖에 없어 수능리 친구가 집에 가는 길에 들르라는 전화를 두 차례나 할 때까지도 일을 끝내지 못했다.
깔끔하게 마무리 하지 못한 상태에서 일을 접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됐다. 차를 세워둔 곳까지 60m 정도를 걸어가는 동안 세 차례나 쉬어야 할 만큼 허리통증은 심해졌다. 등산화를 벗고 운동화로 갈아 신는데도 대단히 힘이 들었다. 간신히 운전석에 앉아 허리를 펴는데 신음이 절로 나왔다.
수능리 친구에게 몸 상태를 전화로 설명하고 들를 수 없어 미안하다고 전했다.
다행히도 운전해서 집에 오는 도중에 허리가 조금 풀리는 듯 했다.
현관문을 열고 들어가는데 나를 본 아내와 큰애가 깜짝 놀란다. 기진맥진한 표정과 엉거주춤한 자세를 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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