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11일(토)
오늘은 늦잠을 자는 바람에 다른 주말에 비해 1시간이나 늦은 8시가 돼서야 집을 나섰다.
예상한 대로 팔당대교 램프는 초입부터 차들이 밀려 있어 팔당댐을 건너가는 쪽으로 방향을 잡았다. 그런데 팔당댐 초입에 늘어선 차량 행렬이 오히려 지나온 팔당대교 램프에서 보다도 길었다. 댐을 건너서도 양수리까지 차량행렬은 느릿하게 이어졌다. 오늘 아침의 경로 선택은 그다지 운이 좋지 않았다.
집을 나서면서부터 지난주에 없어진 맨홀 뚜껑이 제자리로 돌아와 있기를 간곡히 기대했다. 누군가 급하게 쓸 데가 있어 잠시 자리를 옮겼을 뿐이지 나쁜 마음으로 가져간 것은 아닐 거라고 믿고 싶었다. 이렇게 공기 맑고 조용한 곳에 사는 사람 중에 남의 물건에 함부로 손을 대는 나쁜 사람은 없을 거라고 믿고 싶었다.
그러나 터에 들어서면서 제일 먼저 눈길을 보낸 맨홀엔 뚜껑이 돌아와 있지 않았다. 지난주 모습 그대로 어느 몰양심 인간에게 입은 상처를 그대로 드러낸 채였다.
아내는 먼저 지난 한 주간 자란 푸성귀를 수확했다. 좀 더 있다 햇볕이 강해진 상태에서 따면 더 쉽게 시든다고 했다. 몇 시간 미리 따더라도 그늘에 두면 그게 더 나을 듯도 했다. 나는 호박과 가지의 곁순을 따낸 다음 순들이 줄을 타고 오를 수 있도록 줄기를 군데군데 매주는 일을 했다.
한 차례 끝낸 일이 큰 노동이 아닐진대 일을 계속 이어가기 힘들 정도로 덥고 땀이 흘렀다. 일단 더위를 식혀야 했다. 지난주에 정리해 둔 길을 통해 아내와 숲속으로 들어가 오래 전에 잘린 잣나무 둥치를 의자로 삼아 앉았다. 빼곡한 가지와 잎들이 만들어 준 빈틈없는 그늘, 골짜기를 따라 불어오는 시원한 바람이 땀을 식혀 줬다.
잠시 쉰 후에 다시 밭으로 나가 아내와 함께 고추 두둑에 줄을 치고 줄기를 묶어 주는 일을 했다. 포기마다 줄을 묶는 일은 쪼그려 앉아 해야 하는 일이라서 허리도 많이 아프고 에너지 소모도 컸다. 간신히 일을 마치고 나니 또다시 옷이 모두 젖을 정도로 땀이 흐르고 숨은 턱까지 차올랐다. 재차 숲속 쉼터로 들어가 땀을 식히며 김밥, 감자, 토마토 등으로 허기진 배를 채웠다.
다시 햇볕에 나가 묘목과 채소에 밑거름을 주고, 다시 숲속 그늘로 들어가 남은 음식으로 점심을 먹는 것으로 서후리에서 오늘 일정을 마쳤다. 다른 날보다 이른 오후 두 시였다.
한 달에 세 번씩은 라운딩을 해야 한다는 아내는 오늘도 귀갓길 경유지를 서종골프연습장으로 정했다. “기사, 출발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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