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원생활을 꿈꾸다

작은 아이, 강아지도 함께 한 양평에서의 하루

주홍완 2021. 6. 20. 20:16

6월 18일(토)

오늘 양평행엔 둘째 아이와 우리(개)가 함께 했다.

 

식구 중에서도 둘째와 우리(개)는 아주 각별한 사이다. 한 달된 강아지를 입양해 키우기 시작한지 올해로 만 10년이 됐는데, 우리(개) 입양이 둘째의 간절한 바람으로 이뤄졌기 때문이다.

 

둘째는 초등학교 5학년 때부터 개를 키우고 싶다고 노래를 불렀다. 2년여가 지나도록 허락하지 않자 2011년 8월 초 어느 날, 휴대전화로 문자를 보내왔다. “아빠, 학교 끝나고 텅 빈 집에 돌아와 현관문을 직접 열고 들어올 때 내가 겪는 외로움이 얼마나 큰지 알아? 그래서 개를 키우고 싶다는 건데 왜 허락해 주지 않는 거야. 아빠, 다시 한 번 생각해 보고 제발 허락해 줘. 공부 열심히 하고 뭐든 다 할게”

 

아이가 엄마도 출근하고 없는 빈 집에 돌아와 느꼈을 외로움을 나는 그동안 전혀 생각지 못했다. 더 어렸을 초등학교 시절엔 외로움에 무서움까지 겹쳐 더욱 힘들었으리라. 이 문자를 받고서야 알게 됐다. 참 무심한 아빠였다. 내 어머니께서 나에게 쏟아주셨던 사랑과 정성의 1/100도 나는 자식에게 주지 못한 것 같았다. 읽는 순간 가슴이 메고 눈물이 핑 돌았다. 바로 그 주 주말에 개를 데려왔다. 이름을 ‘우리’라고 지은 것도 둘째에게 이로운 존재가 되라고 둘째 이름에서 한 자를 따고 이로울 리(利는)를 붙인 것이다.

 

우리집 귀염둥이 '우리'

대입준비 시기를 빼고 둘째는 늘 우리(개)와 함께 했다. 우리(개)를 향한 둘째의 표정과 말 한마디에는 언제나 사랑과 걱정, 안타까움 등의 진심이 묻어난다. 요즘도 둘째는 코로나로 인해 집에 묶여 있는 시간 대부분을 우리(개)와 함께 보낸다.

 

고추, 오이, 가지, 호박 등의 곁순을 자르고 지주에 줄을 매줬다. 더 이상 잎이 나지 않고 키만 크는 겨자채 등 일부는 아예 뽑아 버리고 그 자리에 당근모를 옮겨 심는 작업도 했다. 씨앗으로 파종한 당근이 싹을 너무 잘 내는 바람에 모들이 너무 달게 자라고 있기 때문이었다.

 

아내와 내가 일을 하는 동안 둘째는 우리(개)를 데리고 놀았다. 팔을 다쳐 아무 것도 도울 수가 없다며 “나는 불효자야~~”라며 장난기 섞인 한탄을 거듭했다.

 

“자식이 아무리 효를 다한다고 해도 부모가 자식을 등에 업고 내(川)를 한번 건네준 그 마음에도 미치지 못한다” 돌아가신 어머니께서 어린 시절 나에게 해주신 말씀이다. 부모의 자식 사랑하는 마음은 자식이 아무리 잘 한다고 해도 도저히 따를 수 없다는 말씀이었다. 둘째의 한탄이 진심이길 빌어 본다.

 

오랜만에 따라온 둘째를 위해 점심식사는 몽키가든에서 하기로 하고 텃밭일을 마무리 했다.

 

식당으로 가는 길에 우리 터에서 멀지 않은 어느 집에 새로 지은 정자가 있다며 아내가 가보자고 했다. 큰길에 차를 세우고 계곡을 건너다보니 마당 한견에 아주 멋진 정자가 서있었다. 좀 더 자세히 보기 위해 집 앞까지 갔다. 마침 마당에 주인으로 보이는 여자분께서 나와 계셨다. 아내가 차에서 내려 “정자가 너무 예뻐 구경왔어요” 했더니 어서 오라며 대문을 열어 주셨다.

 

중(重)목으로 기둥을 세우고 동서에서 마주보는 두 벽은 폴딩도어로, 안채를 바라보는 앞쪽 벽은 통유리로, 뒤쪽 벽은 중앙에 벽돌로 벽을 쌓고 좌우에는 큰 창을 낸 구조였다. 벽돌벽 쪽엔 난로를 놓고 지붕엔 천창을 두 개 설치했다. 바닥엔 큼직한 소파와 탁자까지 들여 놓아 멋과 고급스러움을 더했다.

 

면적이 4X5m 정도 돼 보였는데, 실례를 무릅쓰고 건축비를 여쭤봤더니 총 4천만 원이 들었다고 했다.

 

연세가 지긋해 보이는 주인 내외는 백신접종을 했다며 맨 얼굴로 우리를 대해 주셨다. 물론 우리 가족은 폐를 끼치지 않으려고 마스크를 모두 낀 채였다.

 

주인께서는 온갖 종류의 과수를 심어봤는데 과일은 안 열리고 벌레만 들끓어 모두 뽑아내고 지금은 조경수와 화초만 가꾼다고 하셨다. 이곳에서 생활이 만족스러운지 여쭸더니 대단히 만족스럽고 주변에 친구도 살고 있어 외롭지도 않다고 하셨다. 전원주택은 절대 크게 짓지 말라는 당부도 덧붙이셨다. 인사를 하고 나오는데 이웃에 사신다는 친구 내외분이 음식그릇을 들고 오셨다. 두 가족이 점심식사를 함께 하려는 모양이었다. 조금 전에 하신 외롭지 않다는 말씀이 이런 거였나 보다.

 

몽키가든에 가서 몇 가지 요리를 주문했는데, 튀긴 게를 커리와 섞지 않고 플레이팅한 푸팟퐁커리가 특히 모양과 맛 모두 좋았다. 둘째는 모든 요리가 맛있다며 아주 만족스러워 했다.

 

식사 후 친구집으로 가서 건축 마무리 단계에 필요한 오수·우수관 연결공사를 의논하러 수능리에 온 윤 소장을 만나 없어진 맨홀뚜껑 얘기를 했다. 윤 소장은 공사하는 사람들이 부족한 자재가 있으면 가끔 그런 짓을 한다며, 이웃의 누군가가 그러지는 않았을 거라고 했다. 정말 그래서 벌어진 일이라면 이웃을 의심하지 않아도 될 테니 다행이겠다.

 

둘째가 약속시간에 늦었다고 해서 오늘은 아내가 골프연습장엘 들르지 못했다. 다음 주 초에 라운딩이 잡혀 있다고 하니 내일은 집 근처 연습장동행 사역을 해야만 할 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