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원생활을 꿈꾸다

도로부지의 바위 쪼개기와 정화조 설치

주홍완 2023. 10. 26. 11:12

2023년 8월 23일(월)

 

토목공사를 처음 시작한 때가 2020년 8월이었다. 당시 벌목을 한 다음 터를 닦는데 위쪽의 5m 도로 신설부지에서 겉흙을 긁어내자마자  커다란 바위가 드러났다. 이 바위는 집터 안으로 약 4m가량 내리막으로 이어졌다.

 

토목공사를 하다 암반을 만나면 공사비가 엄청나게 늘어 날 수 있다는 얘기를 그동안 많이 들었던 터라 걱정이 됐다.

 

터닦기 중에 뻗어내려온 바위를 굴착기로  우선 깨보려 했으나 끔쩍도 하지 않았다. 윤 소장은 단단한 바위라 브레이커로는 안 된다고 했다. 2년 전쯤 아래 집터 공사할 때 바위가 나왔는데, 도저히 안 깨져서 그냥 묻어뒀다면서 이게 아랫집까지 이어져 내려간 거라고도 했다.

 

지난봄에 석축공사를 새로 하면서도 6W 굴삭기로 다시 그 바위를 깨보려 했으나 실패했다.

 

길을 내려면 도로부지에 있는 그 바위를 먼저 깨야 했고, 그때 우리 집터로 이어져 내려온 바위도 함께 깰 수 있다고 하는데  일의 시작인 돌깨기가 안 되니 건축도 불가능했다. 집을 앉힐 자리까지 연결된 바위를 그대로 두고 기초공사를 시작할 수 없기 떄문이었다.

 

토목공사 중에 이런 복병에 만나면 끝내 포기하는 일까지도 생긴다고 한다. 특히 임야를 택지로 바꾸는 작업에서는 이런 위험성이 더욱 커진다고 한다.

 

큰땅을 나눠서 판 경우, 도로공사는 토지 원소유주가 책임지고 해야 하는 일이다. 그래서 관련된 분들께 도로공사를 얼른 해달라고 계속 채근했지만 이런저런 이유로 3년이 넘게 미뤄진 것이다. 내가 납득할 수 없었지만 말이다.

 

이처럼 내 바람과 의지대로 일이 진행되지 않는 문제로  답답했던 심정은 이루 말할 수가 없다. 괜히 땅을 사서 집을 지으려한건가 하는 후회가 여러번 들기도 했다. 이제야 일을 시작할 수 있게 됐으니 다행이긴 한데,  무기력하게 물러나 있어야만 했던 날들은 몹시 힘든 시간이었다.

 

단단한 바위는 드릴로 구멍을 뚫은 후 유압기로 벌려 쪼개는 이른바 할암(割巖)작업을 해야 한다는데 여기에 드는 하루 공임이 180만 원(할암기+기술자 2명 110만원, 6W 굴착기 70만 원)이라고 했다.

 

오늘은 할암작업을 위한 주변 정리와 건축이 시작되면 펌프카 등 대형 차량이 드나들 수 있도록 진입로를 확장하고 정화조를 매설하는 일들이다.

 

오하수합병 정화조는 기초공사를 한 뒤에 물매에 맞춰 매설깊이를 정해 묻는 걸로 알고 있었는데, 윤 소장 얘기가 땅을 깊게 파야해서 기초공사를 하기 전에 먼저 하는 게 좋다고 해서 진행키로 했다. 2.5m 깊이로 땅을 판 다음 3톤 용량의 정화조를 묻었다. 정화조 묻을 자리에서도 2m쯤 파내려가자 암반이 나와 착암기로 한참을 깨야 했다.

 

3톤 용량이라도 설계도에 나와 있는 2톤 용량과 가격차이는 없다고 했다. 오수와 하수를 함께 처리하는 오수하수합병 정화조는 강제로 공기를 불어넣어 오수를 정화하는 방식이다.

 

50m 떨어진 동네 중앙도로에 오수처리장까지 직접 나가는 직결오수관로가 매설돼 있긴 한데, 내 경우엔 당장 그걸 쓸 수가 없는 상황이라 정화조를 묻는 것이다.

 

양평군청 환경과 담당자에 따르면, 준공허가가 나지 않은 건축물은 직결오하수관로에 연결할 수 없고, 수요조사를  5년 주기로 해서 승인해 준다고 했다. 이전 수요조사는 2020년에 실시했고 다음 조사는 2025년에 예정돼 있다고 했다.

 

직결 오하수관로가   한강 상수원보호를 위한 목적이라면,  군내 신설 단독 주택수와 그곳에서 배출되는 오하수량 증가세를 감안해 처리용량을 마련해 놓으면  될텐데 이런 식으로 제한하는 것은 불합리하지 않느냐는 물음에 담당 공무원도 동의했다. 하지만, 오하수처리장의 신증설을 관할하는 환경부 지침이 그래서 어쩔 수 없다는 답변이었다.

 

집터 안으로 내려와 있는 바위 깨는 비용으로 200만 원, 정화조 설치에 600만 원 총 800만 원을 지불했다.

대형차가 수월하게 드나들 수 있도록 입구를 넓혔다.
정화조 보호를 위한 틀. 바닥과 주위에 콘크리트를 타설하기도 하는데 시간을 줄이면서 작업을 쉽게 하기 위해 틀을 사용한다고 한다.
정화조틀 받침대
지하 2.5m 깊이로 구덩이를 파고 정화조틀을 앉혔다. 틀 무게만 4톤에 달한다.
3톤 용량 정화조
틀 안에 정화조를 넣은 다음 물을 채우며 주변을 흙으로 채운다. 세 가닥의 XL파이프는 밖에서 기계로 공기를 불어넣기 위한 용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