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19일(화)
어느 정도 굳은 1차 타설면 바닥에 50mm 공간띄우기를 하고 그 위에 단열재를 깐 다음 2차배근까지 하는 날이다.
2단계로 나눠 타설하면서 기초 하부에 공간을 띄우는 방식은 윤 소장이 강력하게 주창하는 단열공법이다. 공기가 가장 좋은 단열재이기 때문이라는 거다.
물리적으로 보면, 열은 전도, 대류, 복사 세 가지 방식으로 전달되는데 공기를 통한 열 전달은 대류에 의한 것이다.
공기를 단열재로 쓴다는 것은 공기층을 아주 작은 구획으로 나눠 대류현상을 막아 열전달이 안 되도록 하는 것이다. 우리 생활에서 흔히 쓰이는 발포성 단열재, ‘뽁뽁이‘ 또는 ’버블‘ 이라고도 부르는 것들이 이 방식을 이용한 것이다.
그런데 기초 하부에 아무리 닫힌 공간이라도 높이가 50mm인 넓은 곳인데 공기의 대류현상이 안 생길까? 그 공간에 들어 있는 공기를 모두 빼내 진공상태로 만드는 게 아니라면 말이다.
그렇지만 윤 소장은 이 공법으로 시공된 집들은 오랫동안 사람이 기거하지 않거나 난방을 자주 하지 않더라도 바닥이 항상 보송보송한 느낌이라고 했다. 인력 운용을 잘 하면 자재비만 추가되는 정도인데 안 할 이유가 없지 않겠냐고 했다.
대류현상이 일어나더라도 막힌 공간의 공기층은 열전달을 억제하는 효과가 큰 것이 사실이다. 복층 유리창을 떠올리면 될 것이다. 그래서 윤 소장의 권고를 받아들인 것이다.
시공방법은 다음과 같다.
➀ 한치 각재로 너비 300mm, 길이는 보의 맞춰 틀을 만든다.
⓶ 틀 한쪽 면에 판재(합판)를 붙여 완성한다.
➂ 보 철근에 콘크리트 피복이 채워지는 50mm 사이를 떼고 완성된 틀을 놓는다.
➃ 일반 못으로 완성된 틀을 콘크리트 바닥에 고정한다. 1차 타설된 콘크리트가 덜 굳은 상태라 일반못도 잘 박힌다.
➄ 틀과 틀 간격이 많이 떨어지면 위에 얹히는 단열재가 콘크리트 하중을 버텨낼 수 없으니 그 점을 고려해 틀을 만들어 넣는다.
➅ 단열재를 틀위에 깐다.
➆ 슬레이트못으로 단열재 위에서 틀의 각재로 못을 박아 단열재가 떠오르지 않도록 고정한다.
땅속에서 뽑아 올려 놓은 오수·하수 배관을 필요한 곳까지 잇는 작업이 단열재 위에서 진행됐다. 배관작업과 겹치지 않는 곳에서는 슬래브를 위한 배근작업이 동시에 이루어졌다.
날씨예보에 11시부터 약한 비가 두 시간쯤 오다 오후 1시쯤 그친다고 나왔다.
이슬비나 가랑비 정도라면 몰라도, 옥외 공사는 비가 오면 대개 중단된다. 우천 등으로 도중에 일이 중단되는 경우에는 시간에 관계없이 하루치 일당을 지급해야 한다. 그러니 건축주 입장에서는 비가 내리면 속이 탈 수밖에 없다.
예보대로만 된다면 일에는 지장을 주지 않을 것 같았다.
11시 조금 넘어 뚝뚝 듣기 시작한 빗방울이 11시 반쯤 되자 제법 잦아 졌다. 서둘러 오전 일을 마치고 식당으로 향했다.
날씨 때문인지 건축경기 불황 때문인지 오늘따라 식당이 매우 한산했다. 점심식사를 마치고 12시 반쯤 나왔는데 빗방울이 여전히 굵어, 공사현장으로 돌아오는 5분 정도 되는 짧은 시간에도 걱정이 많이 됐다.
그런데 공사현장으로 돌아오자마자 비가 뚝 그쳤다. 다행이다 싶어 안도의 한숨나왔다. 기초팀의 한 분이 나에게 “평소 착한 일을 많이 하셨나 보네요”라고 인사를 건넸다.
차와 단열재가 뒤집어쓰고 있는 누런 흙비 자국이 황사는 양평 산속에서도 피해갈 수 없다는 걸 확인시켜 주고 있었다.
16mm 철근으로 보 부분을 보강해 주고, 13mm 철근으로는 슬래브 부분을 보강해 주는 작업으로 오늘 일이 끝났다.
남은 철근이 여전히 꽤 돼 보였다. 기초팀장에게 얼마나 남은 거냐고 물었더니 0.3톤 정도 남았다며, 어치피 딱 맞출 수는 없는 일이고, 부족한 것 보다는 이정도면 남은 게 아니라고 했다.
중앙 보가 놓이고, 2차 슬래브 아래 오수·하수 배관이 놓이면서 면서 단열재 빠진 부분이 생각했던 것보다 여러 군데 커졌다. 그 점들이 단열에 영향을 얼마나 미칠지 염려돼 윤 소장과 기초팀장에게 물었다. 두 분 모두 기초의 안정성을 위해서는 불가피한 선택이라며 이 정도로는 단열에 부정적인 영향이 없을 거라고들 했다.
측면 단열로 오늘 공사에서 빠진 부분이 메꿔지길 바라는 수밖에 없겠다.
모든 분들이 오늘도 애써준 덕분에 예정했던 일이 잘 끝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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