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번 동부여행할 때, 뉴저지에 사는 와이프의 친구 해인엄마에게 큰 신세를 지면서 터득한 노하우가 한 가지 있다. 장기간 여행일 경우에는 가능한 하루에 한 끼라도 우리 음식을 먹어줘야만 제대로 힘을 차려서 여행을 잘 할 수 있다는 것이다. 또 준비만 잘해간다면 무엇을 먹을지 고민하다가 식당을 찾고 음식이 나오기까지 기다리고 하면서 드는 시간까지도 절약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비용면에서 우선 8명이 움직이면서 매끼를 사먹을 경우, 햄버거로 한다고 해도 한 끼에 최소 60달러 이상은 필요하게 된다. 조금 잘 먹자고 들면 150달러 정도는 들 것이기 때문에, 10일 가까운 여행 기간 동안 식비로 들어가는 비용이 만만찮다는 점도 고려했다.
그래서 생각한 것이 밥솥을 가지고 가는 것이었다. 와이프가 "해먹자면 무엇보다도 밥이 잘돼야 하는데 전기밥솥을 가져 가는게 좋겠다"는 의견을 냈다. 집에서 쓰고 있는 것은 불로 가열하는 압력밥솥이라 가까운 곳에 사는 친구의 일반 전기밥솥을 빌려다 밥을 해봤는데 맛이 영 아니었다.
프레시아라는 한국마켓에서 파는 10인용 전기압력밥솥은 350달러나 줘야 할 정도로 고가였지만, 위의 여러가지 점들을 고려하면 가져가는 것이 나을 것이라는 판단을 하고 과감히 사버렸다. 그 다음으로 쌀(10파운드 * 2포대), 김치와 밑반찬 등을 샀다. 생수와 과일, 여행 첫날 저녁에 바로 먹을 고기 그리고 아이들을 위한 과자, 음료수, 빵 등은 Costco에 가서 따로 구입했다.
차내의 부족한 여유공간을 고려해 기타 짐으로는 옷가방을 한 집당 1개씩으로 제한하고, 여벌의 옷은 1인당 겉옷 한 벌씩과 내복 2~3벌, 양말 몇 켤레만을 가져가도록 했다. 특히 겨울 여행 중에는 평상시 집에서 처럼 수시로 옷을 갈아 입을 필요가 없다는 것을 지난번 여행 경험했기 때문에 내복과 양말의 경우엔 그때 그때 호텔에서 빨아 입기로 했다.
Ford Expedition이라는 차는 8명 좌석을 다 쓰고 나면 뒷쪽의 짐 실을 공간이 얼마 남지 않는다. 짐을 아무리 줄인다고 했어도 의자 밑과 발 놓는 공간에까지 모두 채워 넣다보니 뒷좌석에 탄 이이들의 고생이 심했음은 두 말할 나위 없다.
여행이 종반으로 접어든 무렵 무슨 대화 끝엔가 여정 대부분을 뒷자리에 앉아 온 큰 아이가 한 마디 했다. "직각으로 장시간 앉아 가야만 하는 고통을 어른들은 아마 모르실 거예요." 총 3열로 되어 있는 좌석 중에서 맨 뒤 공간에 짐을 싣기 위해 세번째 열 좌석의 등받이를 곧추 세우다 보니 여러 날 긴 거리를 이동하는 중에 매우 힘이 들었던 모양이다. 그런데도 별다른 불평없이 즐겁게 여행하려고 노력해 준 온 딸이 대견스러웠다.
짐 줄이고 줄여서 간단하게 만들 수 있는 노하우는 여행을 많이 해봐야 한다는데, 다음 번에는 조금 더 나아질 수 있을까?
여행 둘째 날, Kolob Terrace를 올라 가던 중 뒷쪽 적재 공간에 문제가 생겨 다시 정리하려고 문을 여는 순간 와르르 쏟아져 내리는 바람에 추위 속에서 한참을 떨어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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