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날, 집을 출발해 Kolob Canyon까지 가야 할 길을 구글맵에게 물어 보니, 거리 439마일에 시간은 6시간 30분 정도 소요된다고 나온다. 중간 중간 휴식 시간은 당연히 빠져 있을테니 최소 8시간 이상은 걸릴 것이다.
가족 모두가 새벽 5시에 일어났다. 부지런히 준비를 해서 출발한 시각이 6시 30분경, LA 카운티를 벗어날 무렵 보이는 저 멀리의 높은 산들이 흰눈을 뒤집어 쓰고 있다. 한 낮엔 반팔 셔츠를 입는 곳에서 지내다가 눈 쌓인 산들을 보니 우리가 겨울 여행을 떠났다는 것이 슬슬 실감난다.
이른 아침에 해가 떠오르는 동쪽을 향해 운전을 운전하자니 눈이 많이 부셔온다. 뒷자리에 앉은 아이들은 일찍 깬 잠을 채우려는지 모두들 꿈나라로 다시 빠져 들고... 어른들만 들뜬 마음으로 바깥의 낯선 경치를 내다보며 때로 탄성을 지르기도 한다.
이른 시간이고, LA 를 등지고 멀어지는 방향인데도 도로엔 차들이 제법 많다. 혼자 탄 차들로 넘쳐나니 도로망이 아무리 잘 돼았다 한들 감당이 안 되는 것 같다. 특히 프리웨이는 어느 때고 막히는 걸 피하기 어렵다.
동네서도 아무리 짧은 거리라도 차로 이동들을 하기 때문에, 걷는 사람을 거의 볼 수 없는 형편이다. LA는 주거지역이 너무 넓게 분포되어 있고 지진지대 위라서 지하철같은 대중 교통망 건설이 쉽지 않다고 한다. 버스와 같은 대중교통은 30분, 1시간에 한 번씩만 다니니.. 그래서인지 자가용 차량 의존도가 높다는 것은 본인들 스스로가 인정하는 점이기도 하다.
남부 캘리포니아는 대부분이 사막지대로 도시의 주택가 나무와 잔디는 스프링클러에 의존해 유지되는 실정이다. 따라서 도시를 벗어나면 도로가부터 바로 황량한 사막이다. 거무스름한 대지에 희끄므레한 관목들만이 띄엄띄엄 눈에 띌 뿐이다. 네바다주를 거쳐 유타주의 자이언 캐년에 이르기까지 이런 풍경이 이어지리라...
점심은 지난번 동부여행때 처럼 달리는 차안에서 삼각김밥으로 해결했다. 이번 여행을 위해 서울에서 오는 세철네 가족에게 특별 주문을 했더니 한 가게에 있는 삼각김밥 재료들을 싹쓸이 하다시피해서 가져왔단다. 삼각김밥은 만들기도 간편할뿐만 아니라 운전을 하면서도 먹는데 큰 부담없어 장거리 자동차 여행할 때 특히 좋다.
가는 도중 라스베가스 바로 전에 있는 Fashion Outlet에 들렀다. 여행 계획에는 이곳에서의 쇼핑이 들어가 있지 않았지만, 좁은 차안에 오랫동안 갇혀 있느라 굳어 버린 몸도 풀고 눈도 좀 호강시킬 겸 잠깐 둘러 보자고 한 것이다. 그런데 유명 브랜드의 옷과 신발 등이 서울과 비교해 너무 싸게 느껴서인지 이곳에서 무려 1시간 30분을 지체했다. 처음 해보는 가이드여서 정확하게 쇼핑몰 체류시간을 일러두지 않았던 것이 아마도 실수였나 보다. 하긴 나도 Timberland 매장에 있는 39달러짜리 신발이 많이 탐났지만 맞는 사이즈가 없어 포기할 수 밖에 없었다. 이것도 서울과 비교해보면 얼마나 싼 가격인가 !
서둘러 차를 달려 라스베가스에 들어섰다. 인디언 보호구역내의 국립공원들(The Grand Circle)을 한 바퀴돌고나서 일주일 후에 다시 와 1박을 하기로 예정되어 있는 곳이라, 아쉽더라도 오늘은 그냥 통과하기로 하고 앞으로 계속 전진했다.
Kolob Canyon에 도착한 시각이 오후 3시쯤, 캘리포니아쪽의 Pacific Time보다 1시간 빠르니까 예정보다 1시간 반 정도 늦게 도착한 것이다. 쇼핑몰에 머물렀던 바로 그 시간이다. 지난 11월 4일 Daylight Saving Time(영국식 표현으로는 Summertime)이 종료된 이후로 해가 너무 짧아졌기 때문에 오후 5시 이전에는 모든 관광을 끝내고 호텔로 들어가야 한다.
National Park Service에서 관리하는 미국내 모든 국립공원을 1년간 이용할 수 있는 Annual Pass(80달러)를 구입하기 위해 우선 Visitor Center에 들렀다. 난로가 따뜻하게 덮혀주고 있는 실내엔 연세가 지긋하신 노인 세 분만이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적막이 흐르던 사무실에 내가 문을 열고 들어서자 그 중의 할아버지 한 분이 반갑게 일어나 맞아 주신다. 입장권을 구입하고 나니, 그 할아버지께서 Scenic Drive에 눈이 쌓이고 얼어있는 곳이 군데군데 있으니 조심하라고 친절하고 자상하게 일러 주신다.
Ford Expedition은 다행히 4륜구동형이라서 약 5마일에 이르는 Kolob Canyon Road를 별다른 걱정없이 돌아볼 수 있었다. 캐년지역 중에서 처음 방문하는 곳에서 만난 붉은 색을 띤 거대한 암석과 절벽들은 무어라 표현하기 어려울 정도의 감동을 불러 일으켰다. Kolob이란 몰몬교 경전에서 말하는 "신에게 가장 가깝게 다가갈 수 있는 신성한 곳"이라는 뜻이다. 이곳의 바위들은 Zion Canyon과 마찬가지로 모두 붉은 색을 띠고 있는 사암이다. 이 붉은색은 Zion과 Kolob Canyon을 상징하는 대표 색깔이기도 하다.
이후 다른 캐년에서의 관광이 이어질수록 이곳의 경치는 그저 맛보기 또는 아주 작은 것에 불과했다고 느끼게 되었지만....
※ Annual Pass 관련 참고 사항
연간 입장권이 아닌 개별 국립공원의 입장권은 차량 1대당으로 금액이 25달러이고 1주일간 유효하다. 굳이 한 곳만 관광할 것이 아니라면 연간 입장권(Annual Pass)를 구입하는 것이 유리한데 www.nps.gov에 들어가서 주소를 확인한 다음 사전에 우편으로 신청하는 방법(1달 정도 소요)과 각 국립공원의 Visitor Center에서 직접 구입하는 두 가지 방법이 있다.
Annual Pass를 구입하게 되면 그 자리에서 귀퉁이를 펀치로 구멍뚫어 주면서 뒷면에 서명을 하라고 하는 것 외에 주소와 구매자의 이름 등의 별도 정보를 요구하지는 않는다. 이 입장권을 각 국립공원을 들어갈 때 입구에서 제시하기만 하면 되는데 그 자리에서 해당 공원의 지도를 포함해 관광자료를 받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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