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원생활을 꿈꾸다

마스크를 사기위해 줄을 서봤네~~

주홍완 2020. 2. 25. 16:24

2월 22일(토)

 

오늘은 양평에 가서 토목 전문가를 만나기로 한 날이다.

 

어제 회사 후배로부터 이마트트레이더스에서 마스크를 한정 판매한다는 얘기를 들었다. 큰애가 며칠 전부터 남아 있는 마스크가 부족하다는 얘기를 여러 차례 하길래 하남에 있는 이마트트레이더스가 마침 양평 가는 길에 있으니 들러서 사기로 했다.

 

마트가 10시에 문을 연다고 하니 9시쯤 도착하도록 집에서 떠나면 되겠다는 생각을 하고 전날 잠자리에 들었는데 늦잠을 자는 바람에 출발이 조금 조금 늦어졌다. 다행히 길이 막히지 않아 20분 정도 달려 마트에 도착한 시각이 9시 15분. 그런데 이미 많은 사람들이 길게 줄지어 서있었다.

 

지하 2층의 마트입구에 아내를 내려주고 주차를 한 뒤 갔는데 앞에 보이는 긴 줄 속에 아내가 보이질 않았다. 설마 설마하면서 모퉁이까지 돌아가서야 아내를 찾을 수 있었다. 입구에서 50m 정도 떨어진 곳이었고, 아내 뒤로도 벌써 10여 명이나 더 서있었다. 한 사람당 한 묶음씩 400개 만 판다고 하니 줄 선 사람들은 가족 단위로 보통 서넛 이상 나온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내가 아내 옆에 가서 선 뒤에도 줄은 뒤로 빠르게 늘어났다. 9시 30분쯤 되자 마트 직원이 나와서 줄에 서있는 사람 수를 세기 시작했다. 직원은 우리 뒤의 20여 명 쯤에서 여기까지라고 선을 그으며 그 뒷사람들에게는 서있어도 못 산다고 소리쳤다. 그런데도 잘린 사람들 중 일부는 흩어지지 않고 계속 줄에 남아 있었다. 그 뒤로 새로 도착한 사람들이 또 줄을 이어갔다.

 

우리 앞에 서있던 사람이 앞에 입구 가까이에 선 사람들에게 가서 언제 도착했느냐고 물었더니 8시 15분에 왔다는 말을 하더라고 전했다. 우리보다 1시간이나 먼저 온 사람들이다.

 

9시 55분쯤 되자 판매가 시작됐다. 줄을 맞춰 천천히... 마침내 마트 안으로 들어가자 마스크를 산 사람들인지 박스를 하나씩 들고 의기양양하게 계산대 쪽으로 나오는 모습이 보였다.

 

아내 얘기가 저 사람들은 200개 들이 상자를 구한 거라고 했다. 그런데 조금 지나자 사람들이 3개들이 포장 다섯 개를 묶은 것을 들고 나오기 시작했다. 200개들이 상자는 모두 팔렸나 보다. 약간은 실망이 됐는데, 이런 우리를 부러운 듯이 지켜보는 줄밖의 사람들이 꽤 여럿 보였다. 이게 무슨 난리인지...

 

코로나-19 소동이 시작된 뒤 나는 미세먼지용 마스크를 빨아 4~5회 재사용하고 있다. 그런데 아이들은 그게 아니었다. 한 두 번 쓰고 쓰레기통에 넣었다. 최소 3천 원이나 가는 걸 말이다.

 

코로나-19 상황에서 마스크가 비말(침방울)을 막기 위한 용도라면 굳이 한 번 쓰고 버릴 일이 아니라는 판단에 재사용할 것을 여러 차례 얘기를 했지만 통하지 않는다. 아이들은 보건당국에서도 재사용은 권하지 않으니 아빠가 생각을 바꾸고 재활용을 하지 말란다. 빨아주겠다고 해도 막무가내다.

 

비말을 막는데 미세먼지를 거르는 필터기능까지가 필요한 것은 아니지 않은가?

만의 하나까지 생각해야 하는 보건당국이 공개적으로 재사용을 권할 수는 없다고 하더라도, 언론에서는 이 문제를 짚어 줄 필요가 있어 보이는데 아무도 그 일을 하지 않는다.

 

방한용 마스크만 써도 바이러스감염 예방에 효과가 있다고 하면서도 미세먼지용 마스크를 재사용해서는 안 된다니 이런 무논리가 어디 있단 말인가? 세제를 묻혀 부드럽게 주물럭거린 다음 물에 깨끗이 헹구면 되는 간단한 일인데... 코로나-19에 대한 두려움이 너무 크기 때문인지 아무도 합리적인 판단을 하지 않는 것 같다.

 

이와 관련해 의사이자 의학 컬럼리스트인 홍혜걸 씨가 페이스북에 마스크를 재사용해도 된다는 글을 올린 바 있지만 안 된다는 여론에 묻혀 그냥 사라지고 말았다. 

 

마스크를 몇 회만 재사용해도 사재기, 품귀, 이로 인한 가격 폭등이라는 악순환 현상은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 사회가 생산적인 논의 한 번 없이 이런저런 탓만 해대니 아쉬울 따름이다.

 

어쨌든 아내와 둘이 합해 30개의 마스크를 사들고 양평으로 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