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20일(토)
오늘 수능리 친구집에 대학 1년 후배 세 명이 놀러온다고 해서 함께 하기로 했다. 그들 중 한 명은 내가 군 제대 후 3학년에 복학했을 때 만나 2년간 공부를 함께 했고 지금도 친구로 지내는 사이다.
다른 두 명은 수능리 친구를 통해 알게 된 사이로 각각 대학교수와 반도체 관련 사업가로 활동 중인데 나와 직접적인 인연은 없다.
그들은 오후 4시쯤 도착하기로 돼 있는데, 나는 텃밭에 할 일이 많은데다 주말이면 조금만 늦어도 막히는 팔당대교를 헤치고 나갈 엄두가 나지 않아 아침 일찍 집을 나섰다.
5월 초에 심은 들깨모가 추위 때문인지 모두 녹아버려 새로 마련하려고 양수리 종묘상에 들렀는데 이미 공급이 끝났다고 해서 대신 대파모만 몇 개 사서 나왔다.
목왕리를 지나 벗고개 중턱의 두물머리IC 지점에 이르니 연결도로 포장을 하는 지 대형트럭들이 줄을 서서 드나들고 있다. 아마 조만간 개통이 될 모양이다.
서후리엔 2주 전 축대 사이에서 화려하게 자태를 뽐내던 철쭉꽃들이 다 져 있었고, 뿌리를 제대로 내리지 못했는지 잎이 누렇게 변색된 회양목들이 군데군데 눈에 띄었다.
텃밭의 채소들은 대체로 잘 살았지만 기대만큼 크게 자라진 못했다. 보온과 보습 기능이 큰 비닐멀칭을 해주지 않았기 때문인 것 같았다.
오늘은 보강토블럭 축대위 경사면에 뿌리 내리고 잔뜩 퍼진 쑥과 잡초를 뽑는 걸로 일을 시작했다. 이 잡초들이 빗물에 흙이 쓸려 나가는 걸 잡아주는 기능을 하겠지만, 이젠 어느 정도 자란 꽃잔디들이 그 역할을 대신 해주기를 기대하고 과감히 제초작업을 이어 갔다.
산 쪽에 심어 놓은 수박과 호박모들도 뿌리는 제대로 내렸지만 주변 잡초들에 치이고 멀칭을 안 해줘 땅이 메말랐기 때문인지 많이 자라진 못했다. 낫으로 잡초들을 벤 다음 그걸로 주변을 덮어주고 물을 흠뻑 뿌려 주었다.
수능리 친구와 함께 풍년가든에 가서 점심식사를 한 뒤 철쭉들 전지작업을 시작했다.
철쭉은 꽃이 진 후부터 7월 이전까지 전지를 해야 내년에 피울 꽃눈을 여름 내내 만들게 된다. 지나치게 길게 자란 줄기를 적당한 높이에서 잘라주면 남아 있는 줄기 중간에서 새싹이 나와 가지를 뻗게 된다. 철쭉은 생명력이 워낙 강해 강하게 전지를 해도 문제없이 싹을 틔우므로 큰 걱정하지 말고 원하는 모양으로 잘라주면 된다. 빙 돌아가며 전지를 하고나서 둘러보니 모양들이 들쭉날쭉한 게 영 마뜩치 않았다. 다시 손을 대기를 여러 번 반복했다. 그래도 성에 차지 않는다. 다음 주에 와서 다시 한 번 손을 봐야겠다.
감나무는 아직도 싹을 틔우지 못했다. 아무래도 지난 겨울추위를 이겨내지 못하고 생을 마감한 것 같았다. 동네분들이 감나무는 여기 추위를 견디지 못할 거라고들 하셨는데 심은 지 2년 만에 떠나보내고야 말았다. 첫 해와 마찬가지로 방한을 위해 버블(뽁뽁이)로 감싸줬는데도 이렇게 됐다. 지난 겨울은 첫 해보다 훨씬 덜 추웠는데도 이렇게 됐다. 그 이유를 궁리 좀 해봐야겠다.
3년차에 접어든 복숭아 나무에 열매가 제법 많이 달렸다. 달린 열매들을 그대로 두면 나무와 열매 모두 크지 못한다고들 하길래 절반 이상을 솎아 줬다. 이 정도가 적당한지 또 얼마나 자랄 수 있을지 모르겠다. 작년엔 미국산 선녀벌레가 극성을 부리는 바람에 나무들이 모두 힘들었다. 잎과 줄기에 붙어 수액을 빨아 먹기 때문에 줄기가 말라 버리기 때문이다. 방제약을 뿌려도 산으로 날아갔다가 다시 온다고 하니 뾰족한 방법이 없는 실정이다.
일을 끝내고 그늘로 옮겨둔 의자에 앉아 숨을 돌리다 깜박 잠이 들었다. 숲을 훑고 지나가는 산들바람이 내 등에 흐른 땀과 머릿속 시름까지 모두 걷어 갔는지 아주 편안하게 잠에 빠졌는데 검은등뻐꾸기가 외치는 ‘홀딱벗고(머리깍고)’ 소리에 깼다. 시계를 보니 벌써 5시가 됐다. 30분쯤 잠을 잤나보다.
마땅히 쉴 곳이 없으니 의자에라도 앉아 일에 지친 몸을 달래고 있다. 정자나 컨테이너창고조차 없으니 불편이 이만저만 아니다.
수능리 친구집으로 가서 후배들과 저녁식사를 겸해 재미있는 시간을 보내고 늦은 시각 집으로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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